그들에게 감염병 예방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나
그들에게 감염병 예방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나
  • 임하은 수습기자
  • 승인 2020.05.02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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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으로 밀려나는 홈리스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지금도 감염병보다 하루 한 끼가 중요한 이들이 있다. 바로 이들은 정해진 주거 공간 없이 주로 공원, 거리, , 버려진 건물 등을 거처로 삼아 생활하는 사람들, 일명 홈리스이다. 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 대부분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에, 당장 먹을 것이 없는 홈리스들이 문을 연 몇몇 급식소로 몰려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휴업해야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것보다 한 끼 해결이 더 시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 영등포구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관계자는 급식을 받기 위해 수원, 파주는 물론 천안에서도 찾아온다며 씁쓸해 했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국가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적절하게 역할을 수행했는지 의문이다. 홈리스들은 문을 연 무료급식소를 찾아 몰려들었고, 대부분 민영화된 무료급식소는 자원봉사자들이 줄어들었고, 후원이 끊겨 부실 급식이나 급식 공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형진 빈곤사회연대 상임활동가는 공영 급식소를 설치하여 홈리스들에게 하루 세끼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홈리스들은 코로나 예방을 빌미로 강제 퇴거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수원의 한 노숙인자활센터에서는 입소인 외출을 금지하고, 직장에 가기 위해 이를 어긴 입소인들의 시설 출입을 막았다. 이에 빈곤사회연대를 포함한 노숙인 인권 보호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노숙인 진료 병원이 코로나19 지역거점 병원으로 지정되어 의료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국 노숙인 진료 병원은 39개에 불과한데, 이 중 다수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지자체에서 의료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지역본부 민병훈 조직국장 역시 부산시는 민선 7기 출범 당시 공공의료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서부산의료원 설립,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등 공공병원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용이 중지된 서울역의 의자(출처_빈곤사회연대)
△사용이 중지된 서울역의 의자(출처_빈곤사회연대)

서울역에는 접근금지띠와 함께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하여 의자 사용을 중지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이 의자에 붙어 있다. 서울역 근처의 공중화장실은 폐쇄되었고, 감염 예방이라는 명분으로 홈리스들을 내쫓기 바쁘다. 홈리스들이 있을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빈곤사회연대는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규제하고 공공임대주택부터 반값 임대료를 시행하라며 홈리스에 대한 정부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홈리스행동 역시 부화뇌동하는 서울시는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라며 서울역 노숙인 퇴거조치가 이들에 대한 낙인을 구조화한다고 지적했다.

 

대개 사람들은 홈리스 문제를 국가와 사회 차원의 문제로 여긴다.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바라볼 뿐, 같은 인간으로 누려야 하는 건강과 복지 차원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 역시 같은 국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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