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KBS교향악단 특별연주회 기부콘서트 –헌정-
[르포]KBS교향악단 특별연주회 기부콘서트 –헌정-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0.05.28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해 전세계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고전 음악계 또한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는 국민들을 위한 헌정과 기부를 위해 5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연주회를 열었다. 1부는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F. Mendelssohn Overture <The Hebrides>, Op.26)과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F. 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2부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e단조 신세계로부터’(A. Dvořák Symphony No.9 in e minor, Op.95 ‘From the new world’)로 구성되었다.

 

1부는 낭만 시대 대표적인 작곡가인 펠릭스 멘델스존의 곡들로 구성되었다. 멘델스존의 곡들은 유복한 가정환경, 우아한 용모와 세련된 사교성을 갖춘 그의 삶을 닮아 밝고 아름다운 선율로 이루어져 있다. <핑갈의 동굴> 서곡은 멘델스존이 영국 스코틀랜드 여행에서 본 헤브라이드 제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린 곡이다.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이 곡을 듣고 멘델스존에 대해 1급 풍경화가라고 극찬한 바 있다. 서곡은 대개 오페라, 연극, 발레 등의 작품에서 처음 연주되는 곡으로 이후의 분위기를 암시한다. 하지만,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은 단악장의 연주회용 서곡으로 후대의 리스트가 창안한 교향시장르의 토대가 되었다. 현의 선율이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듯 시작한 이후 바람과 바위를 표현한 목관악기의 선율들이 다채롭게 어울리며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특히 1부 연주가 끝난 이후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현 상황에 대해서 빼앗긴 봄이라고 하였는데, 현실과 대비되는 곡의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1부 곡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흔히 베토벤, 차이콥스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불리며, ‘바이올린 협주곡의 이브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협주곡과는 다르게 독주 바이올린이 곧바로 나오는 점과 악장 간 쉼 없이 바로 연주되는 것이 이 곡의 특기할만한 점이다. 이날 협주는 한국의 떠오르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맡았다. 1악장에서는 도입부 없이 거의 곧바로 독주 바이올린이 화려하게 주제를 연주하였다. 2악장에서는 기존의 해석과는 약간 다른 해석을 제시하였다. 조금은 느려진 템포 때문인지 매우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구슬픔이 느껴졌다. 3악장은 점점 음악이 고조되는데 특히 종결부에서의 독주 바이올린이 인상적이었다.

 

1부 공연이 끝난 이후 협연자 김봄소리가 공연을 진행하게 된 감회를 밝혔다. 그녀는 팬데믹 상황에서 이렇게 연주회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하며, 전세계가 연주회는 꿈에도 못 꿀 정도로 힘든 시기이지만, 대한민국이 이렇게 잘 이겨내고 관객이 있는 공연을 하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기부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직접 방문한 관객들과 오늘도 전염병에 맞서 일선에서 근무하시는 의료진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그 후, 1부 앙코르를 진행하였는데,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 <시네마 천국>OST‘Love Theme’와 윤이상의 바이올린을 위한 다섯 개의 소품 리나가 정원에서중 작은 새를 연주하였다.

 

2부는 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의 지휘로 드보르자크의 9번째 교향곡 신세계로부터가 연주되었다. 드보르자크는 미국 뉴욕의 내셔널 음악원의 원장으로 부임하여 다양한 인종들의 학생들을 받아들인 덕분에 흑인 영가나 아메리카 원주민 민요 등의 미국 전통음악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그의 경험은 교향곡 제9신세계로부터’, 현악 4중주 제12아메리카’, 첼로 협주곡 b단조 등 그의 말년에 대작들을 작곡하는데 귀중한 자산이 되었다. 교향곡 9신세계로부터는 특히 그 4악장의 장엄한 멜로디가 유명하다. ‘빠르고 정열적으로라는 지시어가 보여주듯이 박력 넘치는 첫 번째 주제가 연주된 이후 이에 대비되는 클라리넷, 첼로, 바이올린의 서정적인 제2주제가 제시된다. 그리고 앞선 1~3악장의 주요 주제를 재현하고 4악장의 첫 주제가 다시 연주되면서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2부 앙코르는 헌정이라는 연주회의 이름에 걸맞게 로베르트 슈만의 가곡 미르테의 꽃’ Op.25 No.1 “헌정(Widmung)”을 연주하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혼란스러운 이 시국에, 특히 연주회 며칠 전에 이태원이나 삼성서울병원의 사례로 비상이 걸린 서울에서 연주회를 강행한 것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비록 출입구에서 문진표를 작성하게 하고, 마스크 착용과 소독은 필수로 진행하고, 좌석 또한 떨어져 앉도록 하였지만, 많은 사람이 모인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불가피할 것이다. 연주 또한 오랜만에 단원들끼리 합을 맞춰서 그런지 종종 어수선함이 보여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특히 2부 곡인 드보르자크 교향곡 9신세계로부터에서 곡의 박력과 격렬함을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힘든 시기에 클래식 공연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KBS교향악단 단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또한, 티켓 판매금 전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국의 의료지원에 쓰기 위하여 국경없는의사회에 기부한다는 뜻에 동조하여 기꺼이 참여한 관객들의 따뜻함에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