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없는 인증 시대의 개막
'공인’없는 인증 시대의 개막
  • 정은서 수습기자
  • 승인 2020.07.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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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20일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공인인증서가 폐지가 결정됐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뒤따르지 못해 이용자의 불편을 야기시켜온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상실시켰다.

 

전자서명법 개정안의 내용은 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는 공인 전자서명의 우월한 법적 효력을 상실시킴으로써 공인·사설 인증서 차별이 사라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인인증서는 1999년 온라인에서 본인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처음 도입됐다. 도입 이후에는 전자상거래 및 전자 금융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국가 정보화 및 경제 등에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 복잡한 발급 과정 등의 문제로 많은 불편 도 있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온라인에서 일종의 인감도장 역할을 해왔던 공인인증서의 폐지 문제를 둘러싸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라진 공인자리에 활성화되는 본인 인증 시장

기존의 공인인증서는 공인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상실함으로써 사설인증서들과 동등한 지위에서 경쟁하게 됐다. 독점적 지위를 상실한 공인인증서의 빈자리는 사설 인증 시장의 무한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 통과로 인해 그동안 공인인증서의 법적 지위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했던 블록체인, 생체인증 등 신기술 기반의 다양한 전자서명이 더 활발히 개발되어 새로운 전자서명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기존 공인인증서의 복잡한 발급 절차와 달리 스마트폰에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 발급 가능한 공인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인증서는 한 번 발급받으면 2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네이버 외 다른 웹 사이트에서는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방식으로 간편하게 본인 인증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동통신 3사 역시 본인 인증 통합 브랜드인 패스(PASS)’에 블록체인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접목하며 사설 인증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패스는 스마트폰 앱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동통신 3사의 공동 본인인증 브랜드이다. 고객이 소유한 휴대전화 명의를 통해 이중으로 이뤄지는 패스의 인증 구조는 높은 보안 수준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는 패스 인증서에도 이 방식을 적용하여 가장 강력한 보안 수준을 지닌 사설인증서를 제공할 예정이다.

 

 

사설인증서...이용자 불편 우려

공적인 목적보다 상업적 성격이 짙어진 사설인증서의 등장을 두고 이용자들은 한편으로 사설인증서 시장 활성화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519일 이동통신 3사의 공동 본인인증 브랜드 패스(PASS)22개에 달하는 유료 부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가입을 유도한 사실이 적발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개선 조치를 받았다. 사설 인증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자사의 인증 서비스 상품 구매 유도 형태의 인증서 장사가 횡행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기존 공인인증서에서 각종 보안 프로그램으로 인한 불편함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도 우려된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제9에 따르면 전자금융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약관에 명시된 보안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피해자의 중대 과실로 본다. 때문에 금융사가 약관에 공인인증서 보안 프로그램의 설치를 중대 의무로 명시했을 경우 공인인증서 폐지에 따른 사용 편의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독점적 지위로 인증 기술의 발전을 더디게 한 공인인증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로 인해 사설인증서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 만큼 사설 인증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현 상황을 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는 만큼 안전하고 편리한 전자서명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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