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은 질병일까?
게임중독은 질병일까?
  • 백승민 수습기자
  • 승인 2020.07.14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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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비디오 게임,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게임은 일상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각을 선사하고 삶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최근 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등재하여 논란이 인 바 있다. 과연 게임중독은 정말 질병일까? 우선 질병의 정의에 대해 알아보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판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자.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게임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게임

질병의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렸다. “건강(Health)이란 사람이 최적의 수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육체적(Physical), 정신적(Mental), 사회적(Social well-being)으로 완전히 편안하고 안전한 상태로 놓여 있는 것을 말한다.” 즉 건강의 요소에는 육체적인 온전함, 정신적인 온전함, 사회적인 온전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강과 대립적인 관계로 질병을 본다면, 질병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인 온전함 중 하나라도 부족한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WHO의 게임중독에 대한 정의

20195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72WHO 총회 B 위원회는 게임 사용 장애’(Gaming Disorder)‘6C51’이라는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으로 포함하는 11차 국제 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6C51 코드는 중독적 행위로 인한 장애항목에 속한다. ‘게임 사용 장애라는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3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첫째는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는 것이고, 둘째는 게임이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마지막으로는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하는 것이다. 질병의 기준을 게임중독에 대입해 보았을 때 정신적인 부분이 온전치 못한 것에 중점을 둔 것이다.

 

게임중독은 질병이다.

정신·행동 질병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3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첫째는 질병의 뇌과학적 기전이며, 둘째는 질병 고유의 자연사적 경로이며, 셋째는 정신·행동 문제로 인한 공중보건학적 폐해이다.

 

첫 번째로 질병의 뇌과학적 기전의 경우를 살펴보자. 2017정신의학 개척자들(Frontiers in Psychiatry)’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게임중독과 관련한 76개의 자기공명영상(MRI) 연구를 분석한 결과, 게임중독 시 뇌의 구조와 기능적 이상이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또한 벨기에의 국제 공동 연구진이 14세 청소년 154명의 뇌를 촬영한 결과, 일주일에 9시간 이상 게임을 한 청소년들의 뇌 왼쪽 줄무늬 체 영역이 훨씬 커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 왼쪽 줄무늬 체 영역은 쾌락을 주는 보상영역으로 마약에 중독됐을 때도 이 영역이 커진다.

 

다음으로 질병 고유의 자연사적 경로를 살펴보자. 중독 장애의 경우 단기적으로 도파민 회로에 작용해서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이러한 현상이 장기간 반복될 경우 도파민 회로에서 신경 적응 변화가 일어난다. 또한 최근 뇌파 및 양전자방출단층촬영/단일광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PET/SPECT)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중독 장애를 일으키는 위 경로를 따름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정신·행동 문제로 인한 공중보건학적 폐해의 경우 과도한 게임으로 인해 감정조절, 충동조절 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고, 이 연구 결과들은 게임중독이 정신·행동 문제로 인한 공중보건학적 폐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게임중독의 모호한 진단기준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중독 진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라고 보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게임 사용 장애의 세 가지 진단 필요조건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의 기준이 매우 추상적이며, 세 번째 조건 역시 12개월 미만이어도 의사의 판단이 있으면 게임중독이라고 진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 기준의 모호함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산하의 한 분과에서 추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청소년 게임중독률은 12.4%였다. 하지만 최근 같은 단체에서 청소년 게임중독률을 3%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오차는 진단기준의 모호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야 할 방향

게임중독은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학술적으로 질병이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인정되었다 해서 반드시 사회적 합의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게임중독이 질병코드로 등록이 된다고 하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환자로 여기는 선입견이 생기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 관련 종사자들의 경우 질병 진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선례로 기준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단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하며 자신의 진단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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