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부 포비아’에 맞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접근 (part 1.)
[칼럼]‘기부 포비아’에 맞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접근 (part 1.)
  • 구서영 기자
  • 승인 2020.07.14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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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부를 만나다

날은 따뜻한데기부포비아로 얼어붙은 세상

최근 코로나 19사태를 맞아 전국에서 쏟아진 후원금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의 상황과 후원금 사용에 관한 의혹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 파문등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기부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이슈이다. 기부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 논란은 기부 문화 전반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으로 이어지며 일명 기부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기부 포비아’(기부 혐오증)2017어금니 아빠이영학 사건과 자선사기단체 새희망씨앗사건 등으로 인해 생긴 신조어이다. 이와 같은 신조어를 보면 기부의 투명성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3세 이상 가구원 39,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 1위는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60.7%에 달했다. 또한 기부에 참여하는 이들조차도 61.7%가 기부금의 정확한 사용처를 알 수 없었다고 응답했다. 기부 포비아는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이다. 영국의 경우 지난 5년간 국제 자선 단체에 기부한 국민의 비율이 37%에서 17%로 크게 하락했다. 기부단체의 사기행각(charity scam)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국민들의 기부금이 유의하게 하락한다는 논문 또한 찾을 수 있었다.

 

기부 포비아의 해결책정말 이것이 최선입니까?

기부 문화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극복하는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말하고 있는 해결방안은 시민들이 직접 믿을만한 단체인지 까다롭게 따져보고 기부하는 것이다. 필자는 처음 이것을 봤을 때 눈을 의심했고, 자료조사를 진행하며 이것이 항상 거론되는 해결책 중 하나라는 사실에 두 번 충격을 받았다. 이토록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해결책이라니!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은 상대적 약자이기에 제대로 된 제도적/행정적 검증체계가 미비한 상태에서 모든 판단을 기부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 또한 이 방안은 그 자체로 기부 사기의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기부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암묵적인 논리를 함의하고 있기에 무책임하다. ‘성범죄를 당하지 않으려면 짧은 치마를 입지 마라는 교육이 피해자를 간접적으로 힐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부 포비아에 맞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접근

그래서 이번 칼럼의 주제는 기부 포비아로 정했다. , 일반적인 기사에서는 볼 수 없었을, 조금은 즐겁고(fun) 쿨하고 (cool) 섹시(sexy)한 접근으로!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일명 펀쿨섹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성이 제시한 기후변화 대처 방법으로 (상당히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려) 국내에서도 인터넷 밈으로 잘 알려진 말이다. 하지만 펀쿨섹이 탄생한 맥락은 (억울하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사실 전 UN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의 슬로건 “Let’s make green sexy”에서 비롯된 것으로, 젊은 세대가 국제적으로 중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지루하지 않은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정부의 입법이나 후원자의 판단력 발휘라는 평범한 해결책과는 별개로 조금 색다른 접근을 하고자 한다. 1부에서는 현재 전 세계 자선 사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가장 트렌디한 해결 방안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아직 세상에 없는 가능성 하나를 다뤄본다.

 

<“블록체인”, 투명한 기부단체가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방법>

 

그냥 전부 공개하면 되잖아?’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에

루게릭병 환우들을 위한 시민단체 승일 희망 재단은 세부 수입명세와 지출명세를 ‘1원까지 공개하는것으로 잘 알려진 재단이다. 외부 회계 감사의 의무 대상이 아님에도 2018년부터 외부 감사를 자발적으로 신청하여 검증받고 있기에, 소규모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부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정의연 사태 이후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한 단체의 투명성 논란이 기부 단체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정의연을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지출 명세 공개의 어려움도 납득 가능하다. 기부가 모두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서도 실제로 시민단체의 운영비용, 캠페인 홍보에 사용되는 비용 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 후원금 중 순수하게 기부대상에 전달되어야 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일지는 쉽게 일반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블록체인”, 비트코인을 놓고 기부의 손을 잡다

 

(출처_medium.com)
(출처_medium.com)

최근 국제 사회에서 이에 대한 해답으로 혜성처럼 떠오르고 있는 방안은 블록체인이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더 친숙하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가상 화폐에 불과하다. ‘블록체인기술의 본질은 체인 형태로 연결된 수많은 컴퓨터가 데이터를 복제해 저장하는 것으로 모든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데이터의 위조와 진실의 왜곡을 차단한다.

 

기부단체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다면 어떨까? 자칫 생소한 조합처럼 들리지만, 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각 개인이 기부한 금액은 위조나 누락 걱정 없이 모두 기록되고, 기부금이 올바른 곳에 전달되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즉 기부단체가 제공하는 사용 명세를 목 빠지게기다리고서도 그 진실성까지 의심해야 하는 피곤함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이것이 당연하다는 것부터 웃기지 않는가!)

 

블록체인 기술과 기부문화가 만나는 것은 아직 시범단계이지만 점점 더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8년 세계 장애인 복지 재단(World HelpDisability Welfare Foundation)‘International Disability Chain project (IDAC)’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기금 모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내에서는 셀레브리티가 기부한 애장품을 경매하여 후원금을 기부하는 신생 플랫폼 베리스토어가 올해 초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의 베타 버전을 런칭하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물론 블록체인 기술이 극복해야 할 관문 또한 존재한다. 바로 프라이버시의 문제다. 기부의 본질적 가치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것인 만큼, 매년 기부금을 두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들처럼 어떤 이들은 기부의 기록이 남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 X’는 기부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나누고 데이터의 속성과 이해관계에 따라 로컬 데이터베이스와 블록체인을 적절히 분배한다면 블록체인의 투명성은 유지하면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2(결혼도 기부도, 언제나 중요한 건 매칭”)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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