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elf of CMC]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오일환 교수에게 책은 자기완성의 길이다
[Bookshelf of CMC]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오일환 교수에게 책은 자기완성의 길이다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0.07.24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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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helf of CMC>는 성의교정의 교수님들을 만나 다양한 의학 분야에 관해 들어보고, 그들이 직접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줄기세포 기술을 통해 의학은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맞이할 것인가? 처음 줄기세포가 발견되었을 때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기존에는 성인의 세포가 동일한 세포로 분화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줄기세포는 그로부터 생명의 기원이 되는, 장기를 구성하는 특정 조직 세포들로 분화할 수 있다. 마치 우리가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에서 몇백 조 개의 세포들로 분화된 것처럼.

 

이러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의료는 의학계에 있어 주술적 신앙, 계몽주의 의학, 약물요법, 외과적 수술 등에 이은 패러다임의 전환일 것이다. 퇴행성 질환, 장기부전 등은 약물적 요법과 수술적 요법을 모두 사용하기 어렵기에 불치병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줄기세포를 통해 원상태로 재생시키는 재생의학이라면 이러한 질병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인류에게는 미지의 길인 줄기세포와 재생의학을 연구하는 오일환 교수에게 책이란 어떤 존재일까. 오일환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일환 교수의 모습

 

책은 자기완성에 이르는 길이다

전문적인 지식은 나중에도 배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완성을 위한 그리고 세상을 익혀나가기 위한 보편적 기반을 닦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기반이 있다면, 자신의 신념이 있다면 무엇을 하더라도 그 틀 위에서 성숙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서 잘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으로서 우리의 소명인 자기완성을 위해 독서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지식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의 전환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 없이는 내 자신의 주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독서는 일상의 일부여야 합니다. 마치 우리가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처럼 말이죠.

 

한편, 책은 자기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책 한 권을, 그 속의 한 구절을 읽음으로 인해 더 이상 어제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는 것이죠. 자신의 틀을 깨치고 새 살을 돋아나게 하려면 새로운 사고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고의 주체로서 독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새로운 사고가 없다면 자기 변화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주관에 빠져 자신만의 세계에 갇힐 수 있습니다.

 

대화할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책을 너무 많이 읽으려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자칫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읽어야 좋은지 구걸하고 전시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독서를 훈장과 같이 여기는 태도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위한,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독서를 해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질문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책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죠. 대화할 수 있는 책이란 그 속의 아주 짧은 한 구절일지라도, 내가 지닌 문제를 짚어줄 수 있는 책입니다. 대화할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고 그런 책을 읽는 것이 바람직한 독서입니다.

 

1. <예수의 생애>

엔도 슈사쿠 저

이평아 역

가톨릭출판사

2003. 9. 15.

<예수의 생애>는 예수 그리스도를 신학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뿐만 아니라 인간적 측면에서 조명합니다. 또한, 예수의 삶을 통하여 기독교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예수가 고민했던 것은 무엇이며, 내가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내가 예수와 무엇이 다른 것인지 고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예수의 삶에 대해 인간학적, 존재적 측면에서 조명하기 때문에 예수의 인생에 대해 감탄과 공감할 수 있었고, 예수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함석헌 저

한길사

2003. 4. 20.

한국 역사를 하느님의 뜻, Mission의 측면에서 바라본 책입니다. 한민족에게 주어진 고난을 통해 우리는 단련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역사를 풀어나갑니다. 비록, 한민족이 근대 제국주의 시대의 힘의 논리만이 작용하던 무한 질주 속에서는 졌을지도 모릅니다. 열강들의 이권 싸움의 대상이 되었고, 35년간의 식민지배 그리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진영의 대리전의 무대가 되었던 역사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부드러움이나 아름다움과 같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다가오는 시대에서의 주역은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책입니다.

 

3. <이성과 혁명>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저

김현일, 윤길순 역

중원문화

1984. 4. 30.

마르쿠제는 카를 마르크스의 제자로 변증법적 사고를 사회문화적으로 확대해나갔습니다. 그의 저서인 <이성과 혁명>은 인간 존재에 관한 문제를 다룹니다. 피동적이고 물화된 존재들이 실제 자신들이 어떻게 사고해 나가며 자기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죠. 또한, 어떤 식의 사고방식을 내 사고라고 생각하는 것인지에 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에 관해 특정한 하나의 시점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관념적이고 고정적이죠. 하지만, 변증법적 사고를 통해 이러한 자기동일성의 주체를 구간으로 정의했습니다. 어떻게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고 행동하는지가 자기라는 것이죠.

 

이때, 동적인 연속선 위에서의 정체성에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관성은 이성을 바탕으로 존재합니다. 이성이 있기에 우리는 보다 나은 자유를, 인간에 대한 존중을 추구합니다. 이와 같은 자유와 인간존중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인류는 시민혁명을 일으켰고 민주화 정권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이성이 곧 혁명이라는 것이죠. 19세기 이후의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많이 강조한 것과 같이 왜 행동해야 하는지, “행동하는 지성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의학과 2학년 때 처음으로 이 책을 접했는데 정말 자기와의 투쟁을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식인들이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인간에 대한 배려를 통해 적극적인 사회 참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4. <깨어나십시오!>

앤소니 드 멜로 저

김상준 역

분도출판사

2005. 3. 1.

진정한 자아와 하느님을 찾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독설가처럼 쓴 책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관념과 편견을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입니다. 이 때문에 자신을 들여다보면 쓸데없이 불안하고 미워하거나 혹은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많습니다.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죠. 자신을 먼저 앎으로서 허황된 것에 묶인 나를 깨닫고 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혹시나 스스로가 덫에 걸려 관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 정도 읽어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영성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5. <금강경>

정화스님 저

법공양

2005. 8. 25.

정화스님이 금강경에 대해서 해설한 책입니다. 금강경은 인간의 완성을 향한 길에 대해서 다룬 경전으로 불가에서도 도를 닦는 데 있어 마지막 단계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금강경의 해설에서 영적 측면, 관념에 관한 문제, 관계와 자기를 들여다보는 등 인간학적 측면에서 이해하려 노력한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금강경 해설본 중에서 가장 깊이 있게 통찰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이 무엇을 하는지 알수록, 의식의 자유로움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욕구의 영향을 끊임없이 받습니다. 이러한 욕구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영혼이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롭게 되고,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인식 구조에서부터의 자유가 도에 이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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