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증원, 그 근거는?
의사 증원, 그 근거는?
  • 김승근 수습기자
  • 승인 2020.08.0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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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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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생 증원과 의대 신설을 추진하여 의사 증원을 하려 하고 있다.

 

의과대학 입학생 증원: 10년간 총 4천명 늘리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건 의료 분야 공약으로 500명에서 1000명가량의 의과대학 정원을 2022년부터 증원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78<한겨레> 언론사가 입수한 정부의 의료인력 확대 방안에 따르면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총 4천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라고 한다. 해당 언론사는 이 내용을 담은 의료인력 확대 방안은 지난 6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논의됐고, 의대 정원 배분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교육부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당정 협의를 거쳐 이달 중에 최종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대 신설: 공공의대와 일부 대학 의대 신설

지난 6월 국회에서는 의과대학을 신설하기 위한 관련 법안 4* 발의되었다. 법안들은 폐교되었던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을 활용하여 국립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한다는 계획과 현재 의과대학이 없는 대학에서 의과대학을 신설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공공의과대학의 경우 졸업 후 공공의료 분야에서 10년간의 복무를 의무화할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는 재학 중에 학비를 제공하는 대신, 의무복무기간을 위반하면 의사면허 정지 5년 등의 불이익을 주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공중보건 장학을 위한 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의대협),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 등은 모두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의 반대 근거는 무엇인지 또, 찬성 측의 근거는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찬성 측의 근거>

의사 수 OECD 평균에 못 미쳐

 

△OECD 의사 수 그래프(출처_Health at a Glance 2019)
△OECD 의사 수 그래프(출처_Health at a Glance 2019)

OECD가 발표한 의료 현황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2.3명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3.5명보다 낮은 수치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집단 감염 사태 때, 확진자가 폭증했는데도 감염병 전문 의료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 간 의료 수급 격차

2017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률의 지역별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 명 당 치료 가능한 사망 인원은 서울이 44.6명인데 반해 충북은 58.5명으로 31% 높고, 서울 강남구가 29.6명인데 반해 경북 영양군은 107.8명으로 364%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생명과 밀접한 필수 중증의료 분야와 취약계층과 관련된 의료서비스의 지역격차도 현저했다. 산모가 분만의료기관에 도달하는 평균 시간은 서울은 3.1분인데 반해 전남은 42.4분이었다. 이렇게 필수의료 분야에서 나타나는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료 인력의 지방 배치를 늘려 접근성을 높이려하는 것이다.

 

필수의료 과 기피 현상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산부인과, 소아과, 외과 등에 대한 지원율이 낮다. 실제로는 목숨에 직결되는 과임에도 지원율이 낮아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인력들이 번아웃 되어가며 일하고 있다. 신문사 <청년의사>에서 밝힌 2020년도 주요 수련병원 진료과별 전공의 모집 결과에 따르면 지원 미달을 겪은 과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예방의학과, 외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으로 필수의료 과들이 포함되었다.

 

<반대 측의 근거>

절대적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

 

△OECD 의사 수 증가율 그래프(출처_Health at a Glance 2019)
△OECD 의사 수 증가율 그래프(출처_Health at a Glance 2019)

 

앞서 찬성의 근거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의 평균 의사 수는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치이다. 주요국인 미국, 영국, 일본의 의사 수도 OECD 평균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사 수 증가 속도는 OECD 국가들 중 1위이다. 전문의 한 명이 배출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10년 이상인 것을 고려할 때 지금의 속도라면 7~8년 후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최근의 감염병 사태를 근거로 드는 것은 OECD 평균보다 의사 수가 많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가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 감염병 상황에서의 의료 인력은 인원보다 배치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우리나라의 총 병원 병상 수는 인구 1000명 당 12.3개로 OECD 평균(4.7)2.6배이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13.1개인 일본에 이어 2위의 수치이며, 국민 1인당 의사 외래진료 횟수는 16.6명으로 OECD 가입국 중 1위이다. 이는 평균이 7.1회인 것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의사 수의 부족이 진료의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교육의 질 하락

전문의 한 명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며 여기에는 많은 교육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증원은 교육의 질을 하락시키고 결국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2015년 서남대 의대는 제대로 된 실습조차 할 수 없어 폐교 과정을 겪은 바 있다. 이는 아직 교육 자원에 여력이 남아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의평원으로부터 평가인증 제도를 통해 평가인증을 받은 학교의 졸업생에게만 의사고시 응시 자격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번 6월 발의된 법안에서는 신설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경우 평가인증 결과가 한 번 이상 공개되기 전에도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에 의평원은 의료의 질 하락을 우려하며 반대 성명서를 지난 618일 발표했다.

 

건강보험료의 인상

의사 수가 늘어날수록 병·의원 수와 공급자 유인으로 인해 의료 수요가 증가하여 건강보험료의 증대가 불가피하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정부는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세 정권의 지원율은 각각 16.4%, 15.3%, 13.4%13년간 그 미납액이 245000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2018년까지 국민이 추가 납부한 보험료는 212000억 원이다. 결국 전체 건강보험료 증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몫 역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의사 수 증원이 필수의료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난 6월 의대협에서는 졸업 후 공공의료분야에 근무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전국의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답변한 4058명의 학생들 중 23%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분야에 종사하는 의사 수가 많지 않음을 미루어 볼 때 대다수가 졸업 후에 현실적인 문제로 이를 포기하게 됨을 알 수 있다. 공공의료분야에서 근무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로는 보상 부족’, ‘의사로서 능력 개발 기회의 부족’, ‘예상되는 근무 지역에 대한 기피등이 순서대로 꼽혔다.

 

20201분기 전문과목 미표시 전문의가 5866명이며, 기피과로 꼽히는 외과 전문의의 50%, 산부인과 전문의의 30%가 개원 과목을 표시하지 않았다. 기피과를 전공하고도 개업은 전공과 관련 없게 개원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이렇게 기존 의료진들의 지역 기피 현상, 필수의료 과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의사 전체 수를 늘려 부족한 인원들을 늘리려 하는 낙수효과의 방법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공공의대 졸업 후 의무복무를 다하지 않으면 면허정지를 시킨다고 하지만 이는 헌법 제 15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어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미필자 남학생의 경우 군 복무 3, 공공의료기관 전공의 수련기간 5, 의무복무 10년으로 총 18년을 근무해야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경찰대학 설치법에는 경찰대학 입학생 전원에 대한 6년 간의 의무복무가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경찰대학 졸업생은 지원받은 금액만 상환하면 로스쿨 등에 지원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경찰대학 입학생은 100명 남짓이지만 로스쿨에 입학한 경찰대 졸업생은 절반을 넘은 수인 57명이었다. , 신설 의대 출신 의사들을 특정 분야에 묶어 두겠다는 법률은 무용지물이 되어 죽은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 과제: 필수 의료와 지역 간 불균형>

결국 찬성과 반대 모두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필수의료의 부족과 지역 간 의료 수급 불균형이다. 일에 비해 낮은 수가로 인해 필수과가 기피과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히 수만 늘린다고 해서 사람들이 가고 싶어할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증원에 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법률안이 상정되었지만 국회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지되었다. 찬성 측과 반대 측의 근거는 그때와 크게 변하지 않아 보인다. 시간은 흘렀지만 필수 의료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진정 해결해야 할 문제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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