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는 불안감을 먹고 자란다.
가짜뉴스는 불안감을 먹고 자란다.
  • 전영재 기자
  • 승인 2020.08.01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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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시민 펙트 체커의 힘
(출처_gettyimagesbank)

2020년 상반기는 유달리 가짜뉴스가 많은 시기였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가짜뉴스는 그 속에서 점점 몸집을 불렸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펙트체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4월 기준 언론이 전달한 코로나19 관련 136개의 정보 중, 111건이 언론사 내부 평가를 통해 가짜뉴스로 분류됐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유포되어 언론이 주목한 10건 중 8건은 가짜뉴스였다.

 

4.15 총선 전후로 정부가 총선 전 코로나19 검사를 일부로 막고 있다는 정보가 퍼졌었다. 시작은 한 병원 전문의가 SNS에 올린 글이지만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로 퍼졌고, 대형 언론사의 보도까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329일 브리핑에서 "의사가 판단해서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역학적 소견이 있고,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엔 검사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 정보는 사실이 아니었다.

 

코로나19와 관련이 없는 가짜뉴스도 빠르게 퍼졌다. 지난 6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서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연봉 5000만 원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이후 많은 취업준비생이 불공평하다며 반발했고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했다. 익명 채팅방에서 시작됐지만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무분별한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의 기사에서 "사실관계가 확인 안 된 내용을 쓰면, 누군가 피해를 당하거나 사실이 왜곡되어 보도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뉴스와 가짜뉴스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다는 질문에 87%가 동의했다. 가짜뉴스의 문제점으로는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 인격권 침해를 야기한다정치적 이슈를 판단하는 데 혼란을 일으킨다가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가짜뉴스 문제는 점점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독일은 네트워크집행법’, 프랑스는 정보조작투쟁법’, 싱가포르는 허위조작정보법와 같이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한 법적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 가짜뉴스에 관한 법률은 매우 미흡하다.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사건 40건 중 영장 청구가 이뤄진 사건은 2~3건에 불과했다. 가짜뉴스 처벌 사례를 보면 1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우리나라도 뒤늦게 2221대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으로 가짜뉴스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언론사가 펙트체크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시작하는 곳이 여럿 있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펙트체크는 곳곳에 있는 언론사 펙트체크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정보 제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SNU펙트체크 네트워크는 국내 30개의 언론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분야별로 정보에 대한 사실 검증 후 홈페이지에 게시글을 활발하게 올리고 있다.

 

가짜뉴스 문제는 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 스스로 펙트체커가 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작년 12시민체커라는 시민 제보로 운영되는 펙트 체크 사이트가 개설됐다. 임순혜 가짜뉴스 체크센터 공동추진위원장은 한겨례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들이 뉴스가 어떻게 유통되는지 현상을 알고,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이용해 진실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공론장과 미디어 교육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영찬 유한클라스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는 영남일보 칼럼을 통해 시민은 정보 간의 신뢰성 경쟁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하고, 정보의 홍수에서 신뢰성 있는 정보를 가릴 수 있는 안목을 배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짜를 판별해낼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중요하지만, 가짜뉴스의 홍수를 막는 가장 좋은 방파제는 시민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펙트 체커로서의 일반 시민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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