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정규직화, 불합리한 처사일까?
공공부문 정규직화, 불합리한 처사일까?
  • 조유진 수습기자
  • 승인 2020.08.10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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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에 따라, 지난 622일 인천공항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6월 말 완료된다고 발표했다. 인천국제항공사 구본환 사장은 생명·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방대, 야생동물 통제, 보안 검색 등의 분야에서 약 21백여 명을 직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 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 소리 질러 2년 경력 다 인정받네요~~ 서연고 나와서 뭐하냐 ㅋㅋㅋㅋㅋ 인국공 정규직이면 최상위인데 ㅋㅋㅋ 졸지에 서울대급 돼버렸네 소리 질러 ㅋㅋㅋㅋ 너희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 ㅋㅋㅋㅋ 요새 행복~~~ 부모님도 좋아함

 

 

위의 메시지는 인천공항 근무 직원이라는 오픈채팅방에 올라온 카카오톡 메시지로, 실제 정규직 전환 대상 직원들이 처한 상황과는 다른 허위 사실이다. 먼저, 인천국제공항 보안 검색요원 채용 공고는 알바몬이나 알바천국과 같은 아르바이트 구인 사이트가 아닌 잡코리아와 사람인 등의 채용 사이트에 올라왔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인 2017512일 이전 계약한 비정규직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보안 검색 요원은 사무직이 아닌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된다. 따라서 임금은 기존보다 조금 향상된 3,900만 원에서 4,000만 원 사이, 사무직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실 확인 없이 메시지의 모든 내용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 및 공무원 준비생 카페 등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중단해달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간극이 큰 사회에서 시험을 통해 채용되는 것이 아닌, 정부 정책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곳곳에서 불만을 품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본래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달리 근로 방식, 근로 시간, 고용의 지속성 등에서 보장을 받지 못하는 고용 형태를 말한다. 잠시 필요해서 고용된 만큼 특정 업무에만 노동자를 배치하고, 그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면 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동일한 일을 한다면, 동일한 임금을 지급받아야 하며, 안정성 또한 동일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적은 임금에 고용 미래가 불투명한, 마치 정규직보다 하급의 사람처럼 고용된다.

 

20198월 기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36.4%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비정규직 근로자 중 대다수는 고용 불안과 낮은 임금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다. 게다가 명절 상여금 미지급, 시설 이용의 제한, 직장 내 모욕 등 정규직과 비교되는 차별 대우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기업으로부터 쉽게 해고당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동자 간 균형을 맞추는 제도이기보다 노동의 가치를 판단하고 정당한 대가를 부여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환경과 받아왔던 처우들이 불합리했던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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