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택배 기사를 바라보는 시선
우리가 택배 기사를 바라보는 시선
  • 홍연주 수습기자
  • 승인 2020.08.2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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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홍성 예산) 이광우 씨​​​​​​​(출처_오마이뉴스 ⓒ 이광우)
△CJ대한통운(홍성 예산) 이광우 씨
​​​​​​​(출처_오마이뉴스 ⓒ 이광우)

814택배 없는 날에 택배 기사들은 28년 만에 처음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 택배 기사인 이광우 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국에 있는 택배 기사들이 다 쉬는 날이다 보니 마음 편하게 갔다 오는 게 너무 뿌듯하고 좋은 것 같아요"라며 들뜬 마음으로 소감을 밝혔다.

 

택배 기사의 평균 업무 시간은 12시간이 넘는다. 택배가 배송될 지역으로 분류하는 작업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배달 시간을 지키면서 충분한 일당을 받기 위해서는 휴식 시간 없이 움직여야 한다. 오배송이 되지 않게 택배를 계속 관리하며, ‘택배 기사 평가 점수를 위한 질 좋은 서비스 유지 업무도 택배 기사의 몫이다. 반복되는 고강도 업무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개인 사업자로 분류돼 산재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다달했지만, 6일을 일하는 것이다. 택배 기사의 노동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고객의 편리함을 지킨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무책임한 요구는 택배 기사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다산 신도시가 차 없는 아파트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택배 차량의 아파트 내부 진입을 금지했다. 택배 기사들에겐 수레를 끌며 배달하라 통보했다. 넓은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무거운 택배를 운반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무리가 있었기에 택배 기사들은 아파트 앞에서 직접 택배를 수거해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요구는 받아들여 지지 않았고, 아직도 택배 기사들은 수레를 끌며 택배를 운반하고 있다.

 

입주민의 반대로 택배 기사가 아파트 승강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무거운 택배를 여러 차례 나누어 배송해도 되냐는 택배 기사의 부탁에 평가 점수를 낮게 준다거나 업체에 클레임을 건다는 협박을 하는 고객도 있다. 택배 기사가 초인종을 눌러 시끄럽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상을 요구하고, 부재중이라 경비실에 맡긴 걸 택배를 마음대로 처리했다며 택배 기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택배 업체는 택배 기사의 편이 아니다. 고객들도 한치의 물러섬이 없다. 택배 기사들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는 그게 택배 기사의 일이란 말로 택배 기사의 권리를 오랫동안 무시해왔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이 30% 가량 많아지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과로로 택배 기사 12명이 세상을 떠났다.

 

택배 없는 날28년 동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5만 명의 택배 기사들에게 가족과의 휴식을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택배 없는 날이 택배 기사들의 처우를 본질적으로 개선해 주지는 못한다. 17일부터는 택배 없는 날에 쌓인 택배를 빠르게 배송해야 하고, 다시 본사와 고객의 요구에 맞춰 힘든 노동을 재개해야 한다. 또한 택배 없는 날은 강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 업체의 택배 기사들은 휴가를 보낼 수 없었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배송되는 택배의 편리함을 위해 택배 기사의 힘듦을 무시해왔다. 설령 택배를 빨리 배송하는 게 본업이라고 해도, 그 일이 한 사람의 권리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택배 업체는 택배 기사 처우 개선방안의 하나로 휴가일을 보장해 주고, 대체 인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택배 기사가 산재 보험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산재 보험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택배가 하루, 이틀 정도 늦게 오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 우리들의 태도가 있다면 택배 기사의 노동의 질은 훨씬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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