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 동맹휴학, 국시거부에 나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 동맹휴학, 국시거부에 나서
  • 김승근 수습기자
  • 승인 2020.08.2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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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생 동맹휴학 및 국시거부에 동참한 가톨릭대 의과대학 학생들의 대표, 학생회장을 만나다
△침묵시위(출처_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
△침묵시위 (출처_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

현재 정부는 의사 증원을 추진 중이다. 앞선 기사에서 다루었듯이 해당 의사 증원 정책은 두 가지로 구성된다.

 

의대 증원 정책 의대 정원을 연간 400명씩, 10년에 걸쳐 4,000명 확대하겠다는 정책. 구체적으로는 지역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산부인과, 일반외과 등 중증·필수 의료분야 의사 300,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전문분야 의사 50, 기초과학, 제약·바이오 등 의사과학자 50명을 양성할 계획.

공공의대 신설 정책 공공의대를 세워 의료 취약 지역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조건으로 등록금, 기숙사 비용 등을 정부가 전액 지원해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정책

 

의사협회와 대한 전공의협회,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해당 정책에 대해 우려와 반대의 입장을 표하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여기에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도 함께 있다.

 

이에 본보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황병준 학생회장을 만나 이번 단체 활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단체 행동 시위에 참여 중인 학생회장 (출처_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
△단체 행동 시위에 참여 중인 학생회장 (출처_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

Q1. 단체 행동에서 가톨릭대가 지금까지 진행한, 앞으로 진행할 활동 내용은 무엇인가?

가장 최근에는 87일부터 14일까지 아직 종강하지 않은 의학과 1, 2, 3학년의 수업, 실습, 시험 거부가 이루어졌다. 해당 기간에는 학내 교육자료 제작을 비롯하여 서울권 의과대학과 함께한 1인 릴레이 시위, 헌혈 릴레이 등의 활동들이 이루어졌다. 또한, 87일과 14일에 진행된 의료계 선배님들의 파업 날짜에 진행된 여의도 집회에서 각각 약 140, 100명에 가까운 학우님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하였다.”

 

또한 현재 본교 의학과 4학년 92,7%가 의사 국가고시 접수 취소를 진행하고자 하는 의향을 보였으며, 모든 학년 학생들 중에서는 67.47%가 동맹 휴학 동참 의향을 밝혀주었다. 위 두 가지는 곧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며, 정부 정책의 전면 재논의를 위해 이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의사 국가고시는 의사 면허를 교부 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시험으로 1년에 한 번 뿐인 시험이다. 그리고 의과대학 역시 1년 단위로 운영된다. , 의대생들이 1년을 희생하더라도 정부 정책 재논의를 위해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Q2. 가톨릭대가 단체 행동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황 회장은 이 기사를 읽는 분들 가운데 현 사안(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리라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의대생들과 의료계 선배님들이 큰 부담과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이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 해당 정책이 현 상황에 대한 명백히 잘못된 분석에서 기인했기에 이 방안으로는 절대 지금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수립부터 진행까지의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상의 없이 독단적을 세운 정책을 졸속 행정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고, 지역에서 일하는 필수과 전문의들이 부족하다는 정부의 핵심 근거에 문제가 있으며, 해당 정책에 심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점을 언급했다.

 

-의사 수, 정말 부족한가?

현재 우리나라의 의대 정원은 인구 10만 명당 7.48명으로 미국 7.95, 일본 7.14명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수치이다. 또한 우리나라 의사 증가율은 연간 3.1%, OECD 국가 중 1위이다. 현 추세라면 2028년에 OECD 평균을 추월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이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는 연간 16.6회로, OECD 국가 중 1위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가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의사 수가 적어서 발생한 것이라면 어떻게 국민 1인당 진료 횟수는 이렇게 높은 것일까? 또한 우리나라에서 도시와 지방간의 의사 격차는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낮다.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야 할 때 하루, 이틀 내에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전세계에서 최상위권이다. 쉽게 생각해 국내에서와 외국 여행 중에 병원을 가기까지의 과정과 소요되는 시간, 비용 등을 비교해보면 우리는 언제든 원할 때 의사를 볼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공공의대 설립, 무엇이 문제일까?

“10년이라는 공공의대 의무 복무 기간 중, 수련 과정 5년과 세부 트레이닝 2-3년을 거치면 실제로 지방에서 전문의로 복무할 기간은 2-3년밖에 되지 않는다.* 2~3년의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면 지방에 남을까, 아니면 수도권으로 다시 올라올까? 우리나라의 파일럿 상황이나 공공의대를 설립했던 다른 나라들의 결과는 후자임을 반증한다. 또한 의무 복무 규정은 개인의 선택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직업 선택과 거주 이전의 자유로 헌법 재판소 위헌 판결이 내려질 시, 지방 복무 강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수련 과정과 세부 트레이닝 과정을 의무 복무 기간으로 인정해주기 때문.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는 정부의 모습은,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도록 꾸몄으나 통계적인 오류와 바이어스로 점철된 정책을 전문가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 처리하고자 하는 상황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는 현 의료 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위 정책을 수행하는 데 수백, 수천억의 세금이 들어갈 것인데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결과가 예정된 돈 낭비이지 않은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의사 수 때문이 아니다. 의료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상황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는 공중 보건의사 제도를 비롯하여, 효과적인 지방 의료 조직 체계도 이루어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가운데, 이런 시스템의 개선은 없이 인원수만 늘리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 상황에서 문제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진단을 토대로 의사 수가 늘어나게 되면, 의사의 과잉 배출로 인해 전체 의료비와 국민이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2019년에 건강보험료 수지는 이미 적자로 돌아섰는데, 이 재정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4,000명이나 늘어나는 의대생들에 대한 교육의 질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

 

그는 명백히 잘못된 방향성의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자,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들이 함께 움직여 의견을 내고자 했다. 이러한 전국적인 움직임에 응해주시는 학우 분들이 많이 계셨고, 학생회장인 제가 선두에 서서 사회에 이러한 상황을 알리고자 단체행동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참여 배경을 밝혔다.

 

Q3. 성의교정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현재 국가고시 거부, 동맹 휴학 등 우리가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몸담게 될 의료계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상의와 대책 없이, 전례 없는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정책 강행으로 인해 얼룩지고 있다. 모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정부에게 우리는 예비 공공재*’ 뿐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불합리함 앞에서 우리의 결의가 결코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까지 함께해왔듯이 조금 더 행동하고, 조금 더 목소리를 내어 의료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최선을 다하자.”

*지난 810일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사는 그 어떤 직역보다 공공재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며 논란이 되어 의료계의 공분을 산 바 있다.

 

Q4.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사실 가장 걱정되는 점이 해당 이슈에 대해 많은 분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기사를 읽으셨다면, 대체 왜 의대생들이 국가고시 거부, 동맹 휴학 같은 단체 행동으로 많은 피를 흘려가면서까지 해당 정책을 반대하는지에 대해 한 번쯤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황병준 학생회장은 현 문제를 소개한 유튜브 영상이 많다“‘News1 TV’, ‘닥터 프렌즈’, ‘부산의사 김원장채널 등에서도 이를 잘 정리하여 다룬 바 있으니, 부디 10분만 시간을 내주시어 저희의 목소리를 들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참고. 지금까지의 단체행동

 

△의대협 릴레이 시위 (출처_의대협)
△의대협 릴레이 시위 (출처_의대협)

지난 81,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회장단 및 이사진들은 무분별한 의사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청와대와 국회, 헌법재판소 등 앞에서 벌인 바 있다. 릴레이 피케팅에는 가톨릭대학교를 포함한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도 동참하였다.

 

△1인 릴레이 시위 (출처_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
△1인 릴레이 시위 (출처_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학생회)

또한 87일과 14, 의대생들은 전공의, 의사들과 함께 젊은의사 단체행동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전국 각지에서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수업 및 실습 거부, 헌혈 릴레이, 1인 시위, 병원 앞 침묵시위, 봉사활동 등을 진행했다.

 

이러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지난 12, 전국 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 수업거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19일에는 복지부와 대한 의사협회의 긴급 간담회가 있었으나 입장 차이로 결렬되었다. 복지부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공식적인 철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은 파업에, 의대생들은 자발적 참여로 수업거부 및 동맹 휴학을 논의, 추진 중이다.

 

한편, 대한전공의협회는 현 사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sns 계정(https://www.instagram.com/youngmd_do.right)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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