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하고 배고프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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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1.08.31 11:33
  • 호수 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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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본교 주변 고시텔 실태

초점 - 본교 주변 고시텔 실태

 기지개 한 번 펴면 양쪽 벽이 양손에 닿는다. 책상과 침대가 있고, 그 사이에 사람 한 명 누울 정도의 공간이 정준혁(생명공학 ·1)학생이 방학 두 달 내내 숨 쉬던 공간이다. 1평 남짓한 공간에 조그만 냉장고와 옷장, 침대, 개인 화장실이면 대학생의 주거공간이 완성된다. 매달 38만원씩 지불해야하는 고시텔의 풍경이다.
정 학생은 방학 내내 고시텔에 거주했다. 진주 출신인 정 학생은 방학동안 웨딩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며 학교에서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하며 보냈다. 그런 정 학생에게 언제부턴가 답답함이 많아졌다. 정 학생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고시텔에 주로 있으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며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정 학생이 사는 ㄱ 고시텔은 사방이 막혀있다. 비좁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불을 켜야 밤낮의 구분이 가능하다.
고시텔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답답함을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정 학생이 침대에 누으면 들려오는 옆방의 전화소리에서는 정 학생과 같은 학생들의 고민들로 가득하다. 고시텔은 결코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고시텔에서의 일상은 문 여는 소리, 전화소리, 새벽이면 들려오는 알람소리 등 온갖 소음을 이웃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좁은 공간 외에도 고시텔은 다른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고시텔의 기본시설에 대한 문제다. 서정희(국어국문3,가명)학생은 공동시설의 열악함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서 학생은 “한 층의 20개가 넘는 방이 있는데 그 층의 모두가 1개의 화장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아주 늦은 저녁이나 이른 새벽에나 씻는다.”고 말했다. 또 “빨래를 따로 맡기지 않는 이상, 비좁고 햇빛이 없는 방에 옷을 널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서 학생이 거주했던 ㄴ 고시텔은 학교와의 접근성은 높지만 타 고시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보증금 없는 매달 25만원의 월세는 자취생에게 가장 최적의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조건 덕분에 위생과 건강정도는 가뿐히 포기할 수 있다.
방들로 빽빽이 이어진 고시텔 복도를 지나 서 학생의 방을 들어가봤다. “잠을 잘 수 가 없다”는 서 학생은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빨간색 구더기와 비슷한 벌레들이 있더라”며 “벌레를 없애기 위해 개인적으로 소독을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위생 상태뿐 아니라 겨울이면 방 내부의 온도가 밖의 온도와 다를 바가 없다. 서 학생은 이런 열악함에 비하면 “벌레는 걱정거리도 아니다”고 말한다. 
고시텔의 기본조건인 숙식은 어떨까. 요즘은 계란과 라면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아 마저도 저가의 고시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균형 있는 식단과 영양가 있는 섭취를 포기하더라도, 기본 취사도구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인스턴트 음식을 데워먹어야만 하는 곳도 있다. 자연히 편식을 동반한 외식이 잦아지고, 생활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치안이다. 지난 16일, 부천시 약대동 주택가 골목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21살의 여대생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살인사건이 있었다. 또 지난 달 12일, 오정동에서 40대 여성의 사체가 토막난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2009년 상반기 검찰청과 통계청에서 제시한 5대 범죄 발생 현황에서 경기 부천 중부가 강간, 폭력 분야에서 각 77건, 2084건으로 1위를 했다.
아르바이트나 학원 때문에 늦은 밤에야 집으로 돌아오는 고시텔 골목 주변에는 모텔이 즐비하다. 고시텔이 상주하는 건물에는 당구장, ‘전화방’, ‘뽀뽀방’이라 불리는 불법유흥업소도 함께 있다. 대학생의 야행성 리듬과 건전치 못한 생활환경, 여기에 부천의 특유의 치안문제가 더해져 대학생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학과 지역사회는 대학생을 둘러싼 주거환경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주거문제로 인해 대학생은 영양부족과 치안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조금이나마 더 싸고, 생활에 부담이 적은 곳의 조건을 찾다보니 학생들은 결국 고시텔을 찾게된다. 전월세와 생활고가 대학생에게 지우는 짐을 학교와 지역사회는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 주거권문제는 대학생 각자가 알아서 해결 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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