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 과연 현대인에게 필요할까
보양식, 과연 현대인에게 필요할까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0.08.28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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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미쉐린 가이드 대한민국)
(출처_미쉐린 가이드 대한민국)

2020년 올해도 여름이 찾아왔다. 기상청은 지난 5‘2020년 여름철 전망을 발표하며 평년보다 무덥고, 지난해보다 폭염 일수가 열흘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예측과는 달리 8월 초까지 장마가 계속되는 등 평년보다는 비교적 서늘한 여름이 왔지만, 여전히 무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인 초복, 네 번째 경일인 중복, 입추 후 첫째 경일인 말복 즉, 삼복 시기는 1년 중 가장 더울 때로 복날이라고도 불리며 보양식을 먹는 것이 대표적인 풍습이다.

*경일(庚日): 날의 간지 앞부분에 십간 중 '()' 자가 들어가는 날.

 

여름철 무더위는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의 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체력을 소모시켜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게 만든다. 이외에도 기온이 상승하며 수분이 소실되고 혈압이 떨어져 혈액순환 기능이 약화되어 뇌졸중 등의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늘어난다. 게다가, 무더위 속에서 무기력함과 식욕 부진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전근대의 농경 사회에서는 여름이 농번기였기에 살인적인 더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의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만 했기에 지금보다 더하였다. 또한, 고온다습한 날씨는 음식물의 부패를 일으키거나 균이나 독이 증식하여 식중독 등의 발병률을 상승시킨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삼복더위에 보양식을 먹으며 건강을 유지하려는 지혜가 나온 것이다.

 

보양식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생각나는 음식들은 여러 종류가 있다. 닭의 속에 찹쌀과 인삼, 대추 등의 약재를 넣고 만드는 삼계탕, 비록 논란은 있지만 개고기를 사용해 푹 끓인 개장국, 고사리를 비롯한 각종 나물과 소고기, 고춧가루를 넣고 푹 끓인 육개장 등이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한편, 여름 제철 생선인 민어나 갯장어 등을 활용한 음식들도 있다. 민어는 회, , 구이, 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다. 갯장어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먹으나 하모 유비키(ハモ 湯引)”라 불리는 일본식으로 육수에 살을 데쳐 먹는 것이 주를 이룬다. 앞서 나열한 요리들은 대부분 고기를 활용한 국물 요리이다. 여름철 체력 보충을 위해서 고지방, 고단백 식품들을 먹으려 한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국물에 간하기 위해서 상당한 양의 소금이 들어가는데,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수분뿐만 아니라 무기질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또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전통이 얼마나 적합할지는 의문이다. 전근대에 이러한 전통을 만든 조상들과는 현저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현대인은 선풍기, 에어컨 등의 냉방장치로 한여름에도 더위로부터 제법 해방되었다.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의 더위에 의한 질환 대신 오히려 냉방병을 걱정해야 하는 판국이다. 둘째,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전보다 육체노동의 강도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실외에서 일하거나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비율 또한 줄어들었다. 그렇기에 열량 소모의 측면에서 여름이라고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셋째로 고기가 귀해 명절에나 먹던이전과 비교해 현대인들은 거의 매일 육류를 섭취한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이 1970년에는 5.2kg이었으나 2018년에는 그 10배가 넘는 53.9kg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지류 또한 소비량이 늘면서 현대인은 이미 평상시에도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양 과잉비판을 받기도 하는 현대인들은 그로 인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단백, 고지방인 전통 보양식의 섭취는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한편, 보양식이라며 한약재 등을 넣어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간은 체내의 화학공장이기에 각종 대사 작용에 관여하는 데, 약재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간이 좋지 않은 이들은 이러한 약재들로 간을 혹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조상들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구습을 고집한다면 이는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보양식을 일종의 별미로 그 맛을 즐기기 위해 먹을 수는 있다. 하지만, 보양식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다고 했던가. 무조건 보양식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평소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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