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론과 대중의 괴리, 무엇이 문제인가?
[칼럼] 평론과 대중의 괴리, 무엇이 문제인가?
  • 전영재 기자
  • 승인 2020.09.01 1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위적 평론에서 소통의 평론으로

미식가가 극찬한 음식들이 항상 맛있는 건 아니다. 맛 그 이상을 찾는 미식가의 평가는 종종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문화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즐거움 그 이상의 의미를 찾는 평론가들은 대중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최근 문화계에서 평론가의 평가와 대중의 평가가 극심하게 갈리는 현상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그 사례로 619일 발매된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은 *메타스코어 94점을 받으며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대로 유저 평가는 10점 만점의 5.6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하였다.

*메타스코어 : 미국의 문화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부여하는 평론가 점수

 

평론가와 대중의 괴리는 과거에도 여럿 있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라스트제다이는 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렸다. 영화가 개봉하자 여러 평론가들은 영화에 대해 호평했다. 영화는 메타스코어 83, 로큰토마토 91점으로 평론가들에게 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일반 관객 여론은 싸늘했다. 메타크리틱 유저 점수는 4.3점을, 로큰토마토 관객 점수는 43점이었다. 평론가에게는 최고의 작품으로, 대중들에겐 최악의 작품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이렇듯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메세지와 연관이 있다. 최근 제작자들이 나름의 메시지를 콘텐츠에 담는 경우가 많아졌다. 메시지를 담는 행위 자체를 비판할 순 없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영화 스타워즈:라스트제다이영웅들의 세대교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으나 새로운 등장인물의 설정이 허술하고,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통을 파괴하며 기존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영화의 한 장면 중, 옛것과 전통에 대한 집착이 나쁘다며 제다이 고서들을 불태우는 듯했으나 사실은 주인공 레이가 잘 보관하고 있었다는 장면이 있다. 평론가들은 주인공이 제다이의 의지를 잇겠다는 것으로 해석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게임 더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의 주제는 복수와 용서. 이를 바탕으로 복수는 끝없이 되풀이되며, 용서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모든 것을 희생시켰다. 기존 캐릭터의 설정 붕괴, 엉성한 서사 구조, 혐오감을 주는 장면, 대중을 가르치려 하는 태도 등 수많은 단점이 지적됐다. 철학적 메시지로는 평론가들의 호평을 얻었지만, 그와 반대로 판매량은 바닥을 치고 있다.

 

로큰토마토 선정 2017년 최고의 SF/판타지 영화로 스타워즈:라스트제다이가 선정됐다. 2020년 최고의 게임으로는 더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가 선정될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스타워즈:라스트제다이의 후속편 스타워즈:라이즈오브스카이워커는 스타워즈 프리퀄 시리즈 중 가장 낮은 수익을 기록했다. ‘더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의 제작사 너티독에 대한 여론 역시 싸늘하며, 후속작의 성공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졌다.

 

그렇지만 평론가의 의견을 무시해야 한다는 아니다. 대중성과 예술성은 대립이 아닌 공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마틴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아이리쉬맨은 평론과 대중 양측의 호평을 받았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메시지를 늙은 마피아 프랭크의 시점으로 흡입력 있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더 라스트오브어스 파트2’의 전작 더 라스트오브어스치유와 소통이란 메시지를 독창적인 게임성에 녹여냈고, 2013년 최고의 게임으로 선정됨과 동시에 700만장 이상 판매됐다.

 

결국 평론과 대중의 괴리는 소통의 부재로 생기는 것이다. 예술성만 생각하는 권위주의적 평론이 아닌 대중과 소통하는 평론이 필요하다.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중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