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계에 빛을 밝혀라
한국 문학계에 빛을 밝혀라
  • 홍연주 기자
  • 승인 2020.09.16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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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픽사베이)
(출처_픽사베이)

지난 7, 출판사 문학동네창비가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김봉곤 작가와 관련하여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는 김봉곤 작가의 무단 도용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봉곤은 자신의 생애나 생활 체험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퀴어 작가다. 지난해 그런 생활을 집필하여 제11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고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가 이 작품을 출간했다. 하지만 지난 7그런 생활은 책 속 등장인물 ‘C 누나가 본인이라는 폭로글이 올라오며 논란에 휩싸였다. ‘C 누나라고 밝힌 사람은 원고지 10매 분량의 카톡 대화가 익명 처리된 채 고스란히 그런 생활에 도용되었다고 밝혔다. 도용된 카톡 대화로 인해 ‘C 누나는 강제 아웃팅을 당하고,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느끼는 등 심리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어서 김봉곤 작가의 여름, 스피드의 표제작에 등장하는 인물 영우가 자신이라고 폭로한 남성도 나타났다. 이 남성도 ‘C 누나와 같이 사적 대화를 도용당해 정신적 불안에 시달렸다. 사적 대화를 무단으로 도용한 것에 대한 항의로 대량의 책 파기와 환불 사태가 일었으며, 한국 문학계의 윤리의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도용과 저작권 문제는 예전부터 한국 문학계에서 빈번히 일어났다. 2015년에는 박민규 작가와 신경숙 작가의 소설 도용 논란이 잇따라 일어났었다. 2017년에는 출판사 창비의 문학잡지 문학3’이 임솔아 작가의 단편 소설을 작가의 동의 없이 희곡으로 편집해 논란이 됐다.

 

표지 디자인 표절도 심각하다. 문학동네 시인선은 단색 표지에 제목과 작가의 이름만 적은 표지로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SNS 베스트셀러 작가 글배우가 이 표지 디자인을 표절하여 문제가 됐다. 다른 사례도 있다. 문학동네 출간 시선으로부터,’가 프랑스 소설 충실한 마음의 표지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매년 한국에서 2백만 권 이상의 책이 나오는데 표지 디자인 표절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 문학계의 도용, 저작권 침해, 표절 등의 논란은 대형 출판사의 권력 속에서 묵인된다. 김헌식 문화 평론가는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에서 대형 출판사들이 속칭 문학권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대형 출판사가 엮인 문제는 공론화되기가 어렵고, 자연스레 묻히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용과 표절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처벌과 저작권 보호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번 김봉곤 작가의 도용 논란은 그 양상이 조금 달랐다. 문학동네라는 대형 출판사가 얽혀있었지만, 독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비판이 대형 출판사를 대상으로 사과문을 게재하도록 하였고 판매 중지, 전면 환불 및 젊은 작가상 수상 반납을 이끌어냈다. 올해 초에는 김금희 작가, 최은영 작가, 이기호 사진작가의 이상문학상 보이콧이 있었다. 이 보이콧은 한국 문단의 여러 작가들과 독자들의 지지를 얻었고, 문학사상사가 이상문학상 전면 개편을 고려하도록 만들었다.

 

대형 출판사의 문학권력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은 독자의 비판적 목소리다. 한국 문학계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우리의 다양하고 건강한 문화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국 문학계의 어두움에 경각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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