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도 종전도 없는 악성 댓글 전쟁
휴전도 종전도 없는 악성 댓글 전쟁
  • 이서현 기자
  • 승인 2020.09.29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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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위한 SNS에 가면을 쓴 악플러들이 넘쳐나게 됐다. 그중에서 특히 인스타그램은 가입이 간단하고 다중계정 개설이 쉽게 가능해서 악성 댓글용 허위 계정이 상당히 많다. 최근 국내 포털 사이트들이 댓글 창을 폐쇄하면서 인스타그램 내 악성 댓글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악플러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악성 댓글 피해자들은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악성 댓글 러시안룰렛

MBC 시사 교양 프로그램 다큐 플렉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10일 방송에서는 설리의 생애를 다뤘는데 방영 직후 또 다른 악성 댓글의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다큐 플렉스에서는 생전 설리의 유년기 시절부터 데뷔 전후의 활동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방송이 기획 의도와는 달리 연애 관련 내용에 집중되면서 설리와 공개 연애를 했던 가수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또 고인의 일기장 및 사생활들이 방송을 통해 공개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MBC는 결국 15일 해당 편 다시 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다.

 

무법 지대 교도소

디지털 교도소는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설 웹사이트다. 하지만 운영자가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이 특정인을 범죄인으로 규정해 사적 제재를 가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신상 공개 후 피해자들은 범죄자라는 잘못된 낙인이 찍혀 끝없는 *사이버불링을 당하게 됐다. 경찰은 수사해 착수해 1기 운영자를 베트남에서 검거했다. 통신심의소위원회는 24일 회의에서 사이트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

*사이버불링: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욕설, 험담 따위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

 

악성 댓글 차단 블라인드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 다음 등은 트래픽이 감소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연예·스포츠 뉴스의 댓글 기능을 폐지했다. 악성 댓글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요 사이트들에서 뉴스 내 댓글 창을 닫자 인스타그램이 악성 댓글의 새 장이 됐다. 이에 15일 진행된 인스타그램 기자간담회에서 필립 추아 총괄은 안전한 커뮤니티를 위해 댓글 관리나 불쾌한 댓글 숨기기, 수동 필터링, 댓글 고정, 댓글 삭제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한 기능을 소개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대책들도 발전했다. 악성 댓글을 숨겨주는 댓글 청소부와 댓글 필터가 그 예다. AI 클린봇은 불쾌한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기는 기능이다. 기존 프로그램은 비속어의 많은 변칙어를 판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2.0 업데이트를 통해 탐지 능력을 보완했다. 여러 플랫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댓글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 필터는 부적절하다고 분류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기고 반복적으로 악성 댓글을 쓰는 계정을 차단한다.

 

악성 댓글은 모두가 인지하는 오래된 문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양정애 선임연구위원이 실시한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8.1%가 연예인들의 비보에 악성 댓글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늦게나마 뉴스 댓글 창이 사라졌지만, 개인 SNS를 통한 사이버불링은 계속되고 있다. 표현 규제와 처벌 강화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다. 악성 댓글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더는 나타나면 안 된다.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한 윤리적 사이버 문화조성이 여전히 우리의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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