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뽑히는 개, 공혈견의 실상
피 뽑히는 개, 공혈견의 실상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0.10.08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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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4일로 지정된 세계 동물의 날(World Animal Day)’은 세계적으로 동물 애호 및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는 세계 기념일이다. 이번 기사는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공혈 동물의 실상을 조명해보고자 기획됐다.

 

평생 피 뽑히는 개, 공혈견

반려견의 수술에 사용되는 혈액은 어디서 공급되는 것일까. 자발적으로 헌혈할 수 없는 동물의 특성상, 동물 의료에 사용되는 수혈용 혈액은 대부분 공혈 동물에 의존하고 있다. 개의 경우 공혈견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공혈견은 과도한 출혈이나 빈혈 증세로 수혈이 필요한 반려견에게 수혈용 혈액을 제공하는 개를 말하며, 체중 27kg 이상의 대형견 중 온순한 성격을 가진 개들이 공혈견으로 지정된다. 한국동물혈액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약 300여 마리의 공혈견이 국내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개 혈액의 약 90%를 해당 업체에서 취급한다고 한다.

 

세계동물혈액은행의 지침에 따르면, 공혈의 기준은 몸무게 1kg16mL 이하이고 6주가 지나야 다음 채혈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당 지침이 무색하게, 민간 동물 혈액 업체 및 몇몇 대학 병원들의 비위생적인 공혈견 사육 환경과 적정 기준을 초과한 채혈 횟수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공혈견을 보호할 제도적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술한 안전망

실제로, 국내에는 공혈견에 관한 명확한 관리기준이 법으로 제정되지 않아 국제 기준을 어긴 업체들의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에 지난 20169,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동물혈액은행, 동물보호단체 등이 공혈견 보호를 위한 혈액 나눔 동물의 보호·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해당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어 시행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또한, 동물보호법도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제82항에 따르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를 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나, ‘질병의 치료 및 동물실험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어 공혈 동물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 이에 지난 20177,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동물 혈액을 취급하는 업종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동물 혈액 나눔 문화의 활성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 또한 논의 결과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했다.

 

공혈견을 살리는 헌혈견

공혈견 보호를 위한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한 가운데, 한국헌혈견협회는 반려견 헌혈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공혈견 보호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헌혈을 하면 적혈구 생산을 자극해 피도 더 많이 만들어내고 대사도 활발해져 개들의 건강에 좋다고 말하며 반려견 헌혈 참여를 권장했다. 더불어, “헌혈을 통해 혈액 검사, 심장 사상충 검사, 문진을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어 반려견의 건강 검진도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반려견 헌혈은 한국헌혈견협회에 등록하거나 동물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모집하는 경우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헌혈하기에 앞서 헌혈견의 조건을 확인하고 조건에 부합할 시 2주 전부터 약 복용과 접종을 금지하는 등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헌혈견 조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헌혈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공혈견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가운데, 반려견 헌혈 문화 조성은 공혈견을 보호할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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