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에 휘둘리지 않는 힘
타자에 휘둘리지 않는 힘
  • <사회부>
  • 승인 2009.08.2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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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다. 명품에서 가
장 중요시되는 것은 값어치가 아닌
만든 이의 장인정신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 명품의 정의는‘인
간의 사회적 지위를 대변해주는 도
구’가 된 듯하다. 소비는 더 이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특히, 명
품을 소비하는 행위는 자신의 가치
가 명품으로 대신하기를‘욕망’하
는 현대인들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타자에 휘둘리지 않는 가치
현대사회에서는 타인에게 과시
하기 위한 소비가 만연해있다. 이
런 현상은 비교적 경제력 있는 성
인뿐만 아니라 대학사회에도 자리
잡았다. 올해 4월 대학생 복지 브랜
드 <개픈>에서 전국 대학생들을 대
상으로 대학생 소비에 대해 조사
한 결과, 전체 53%가 명품 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친
구와 주변인”이라고 답했다. 이는
대학생들의 소비가 스스로의 필요
보다는 주변의 시선에 더 큰 영향
을 받음을 시사한다.
연혜원(심리∙3) 학생은“고학년
들은 취업준비를 하면서 명품 구입
을 많이 한다”며,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명품을 구입하
는 분위기 때문에 당연히 명품을
사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든다”
고 호소한다. 연 학생에게 명품이
란, 필요성 보다는 남들이 갖기에
나도 가져야 한다는‘의무’로 느껴
진다고 했다. 자본주의 시대의 소
비는 필연적 미덕이다. 자본주의
경제구조는 생산자는 소비를 부추
기고, 소비자는 소비를 위해 노동
을 하도록 만든다. 그 속에서 대학
생들은 필연적으로 명품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맹목적인 자본주의의 논리가 사
회를 지배하고 있다. 부조리의 현
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명품=기호품?, 그러나 불평등을
초래한다
울산대 서정희 박사는 대학생 명
품소비에 관한 그의 논문에서“대
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명품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
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명품을
가질 수 없어, 상대적 박탈감에 시
달리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이렇
듯 명품은 그것을 바라보는 학생들
의 경제적 여유에 따라 학생들의
인식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명품 소비 또한 커피나 담배와
같은 기호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욕망을 따라 기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
다. 그러나 경제적인 격차를 외적
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과 그것
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낼 수도 있
다는 점에서, 명품은‘치마 속까지’
정치적인 함의를 지닌다.
경제적 소유의 많고 적음에 따라
계층이 나뉘는 불평등 사회. 이 불
평등을 가시화하는 간편한 수단이
바로 명품 소비다. 그러나 이로 인
해 불특정다수는 배제된다. 무언의
폭력이 행사된다.
허영과 자긍은 한 끗 차이. 명품
을 소유하려 할 때 스스로의 주체
성이 아닌 어느 순간 자신이 타인
의 시선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
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욕망과
허영은 그리 멀지 않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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