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의 간절한 바람, 정가를 지켜주세요.
출판계의 간절한 바람, 정가를 지켜주세요.
  • 이서현 기자
  • 승인 2020.10.23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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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큰 변화가 일어난 분야 중 하나이다. 지난해 3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발표한 ‘2019 독서 실태조사의 구매 현황을 살펴보면, 종이책은 감소하고 전자책은 증가했다. 특히 각종 오디오북 앱이 흥행하고, 전자책 플랫폼이 보편화되면서 종이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도서정가제에 남은 희망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정가를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고, 그 정가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로, 2003년 도입되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중소출판사와 지역 서점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작가의 창작 의욕 및 활동을 고취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후 2013년에서 2017년 사이 신간 발행 종수가 6만 종에서 8만 종으로 늘어나면서 다양한 책이 발행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출판사도 2014년에서 2018년간 약 2만 개 증가했고 독립서점도 201597개에서 2019551개로 대폭 늘어났다.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합니다.

작년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고,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같은 해 6월 정부가 실시한 도서정가제 인식조사에서도 긍정 응답이 36.9%에 불과했다. 문체부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느껴 최종합의안을 미루고 논의에 들어갔다. 이에 제도의 폐지를 우려한 관련 단체들은 청원 주장이 거짓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며 거세게 반발을 표했다. 결국 문체부 장관은 국민청원이 제기돼 이용자 의견을 듣는 과정에 있지만, 도서정가제는 유지가 기본이라고 해명했다.

 

개악 위기에 놓인 도서정가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문체부는 3년마다 도서정가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시한을 앞둔 문체부는 도서정가제의 현행 틀을 유지하되 제도를 보완하자는 잠정 합의안을 제안했고 918일 추가 검토 4개 항을 제시했다. 출판계는 이 검토안은 도서정가제의 형태만 남기고 본 취지를 없애는 개악이라며 문체부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문체부는 아직 검토 단계라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없지만 확실한 점은 출판계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걸 토대로 논의하고 있다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출판 생태계를 지키는 사람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819현행 도서정가제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는 전국 동네 책방의 줄폐업, 경영 악화, 양서를 펴내는 소규모 출판사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도서정가제 개악 반대 성명서를 냈다. 소설 채식주의자의 저자 한강 작가는 우리가 잃는지도 모르고 잃게 되는 작은 출판사들과 태어날 수 있었던 책들의 죽음을 우리도 모르게 겪게 될 것이라며 도서정가제 재검토에 큰 우려를 보였다. 출판 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9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이고, 일터와 문화산업을 지키고자 하는 벼랑 끝 고뇌임을 알아달라며 호소했다.

 

책이 가진 상품성, 그 이상의 가치

오는 1121일은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는 날이다. 도서정가제가 처음 도입될 때, 해당 제도는 책을 단순 상품이 아니라 책임져야 할 공공재라고 봤다.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김학원 대표는 책은 빌려서 보거나 기증받는 게 아니라 제값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을 형성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 자산인 책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를 유지해 종이 도서만은 가격 경쟁에 내몰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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