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예과 2학년 신교육과정 “의료현장체험” 응급의학과 김영민 교수님
[기획]의예과 2학년 신교육과정 “의료현장체험” 응급의학과 김영민 교수님
  • 정은수 기자
  • 승인 2020.11.25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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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드라마나 영화 등의 미디어 매체에서 묘사되는 박진감 넘치는 병원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바이탈을 확인하는 의사들, 다양한 과의 협진이 존재하는 대학병원은 미디어에서 자주 다뤄진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이는 모든 것이 실제와 같지는 않지만, ‘현장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의과대학에 재학하는 학생들은 이론적인 학습을 동반하는 기초의학뿐 아니라 의료 현장이 실존하는 임상의학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기초과학 및 교양 강의를 수강하는 의예과(이하 예과) 2년 과정을 마친 후 본격적인 의학과(이하 본과) 4년 과정을 통해 의학 이론 및 술기를 익힌다. 이중 본격적인 임상 경험은 본과 3-4학년에 걸쳐 실시되는 PK실습* 기간에 이루어진다.

*PK는 독일어 Poliklinik의 줄임말로, 영어로는 Polyclinic이다. 다양한 과를 정해진 기간에 돌면서 병원 시스템과 의사의 업무를 알아보고 이론을 적용하는 시기로, 일반적으로 본과 2학년 2학기나 3학년 1학기에 (일반 4년제 학사 기준 4학년 2학기나 5학년 1학기) 시작하지만 세부적인 의과대학 커리큘럼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현재는 축소된 의학전문대학원 커리큘럼은 의예과 과정을 제외해야 한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은 2019년부터 대대적으로 교육과정 개편*이 있었는데, 그 일환으로 의예과 2학년 자유쿼터 기간에 의료현장체험 프로그램이 신설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인하여 기존에 예정되었던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의료현장체험의 책임 교수인 응급의학과 김영민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09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신입생을 모집했다가, 2015년 의예과(의과대학) 신입생 70%, 학사 편입 30%로 전환되었다. 이후 2019년 신입생부터는 전원 의예과로 선발되었다.

 

△김영민 교수님
△김영민 교수님

 

Q1. 의예과 2학년 교육과정에 새로 도입된 의료현장체험프로그램에 대해서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의료현장체험 과정은 2019년 시작된 우리 대학의 새로운 교육과정인 ‘New OMNIBUS OMNIA’의 첫 번째 시기(phase I)가 끝나는 시점, 즉 의예과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우 리대학 학생들이 조기 임상 체험을 하도록 개발되었습니다. 조기 임상 체험의 목표는 학생들이 스스로 가는 길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추구하고 싶은 의사상을 생각해보고 phase II에 배우게 될 의학 학습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기 위해 20193월부터 개발되어 202062주간 처음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기존의 교육과정인 ‘OMNIBUS OMNIA’의 경우 2009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것에 맞추어 개발되었기 때문에 4년제 의학과 과정 위주였습니다. 전원 의예과로 전환된 2019년에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개발하게 되었는데, 교정 내에 예과와 본과가 함께 있는 우리 대학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게 되었죠. 다른 종합 대학에서는 6년 의과대학 과정을 시행하기 힘든데, 조기 임상 노출을 통해 이러한 강점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Q2. ‘의료현장체험의 개설 의의와 학습 성과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기 임상 체험의 경우 본격적인 임상 실습 기간(Phase )인 본과 3학년 이전에 현장에 대하여 경험하는 것입니다. 의료 현장 체험을 개설하기 이전 기존 교육과정의 경우 본과 3학년 전까지는 학생들이 임상 현장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이나 다른 대학에서 진행하는 조기 임상 체험 과정은 환자를 만나거나 선배 의사를 만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지만, 우리 대학에서는 표준화된 모의 환자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 경우 병원이 아닌 현장의 실제 모습과 유사하게 마련된 시뮬레이션 센터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면에서 아쉽다는 내부적인 성찰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힘든 고등학교 과정과 입시 준비로 지친 학생들이 의예과를 쉬어가는 시기로 인식하여 자신의 의사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적립하거나 의학 학습의 중요성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고 의학과 과정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기에 의예과 2학년 여름방학 때 시행되는 자유쿼터 기간*을 축소하고 외국의 pre-medical program을 본뜬 과정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의예과 2학년 여름방학 때 본교 연구실에서 자유 주제 연구, 서강대 계절학기 학점 교류, 인턴십을 통한 사회체험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방학을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교육과정의 간극을 메워 줄 수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 대학만의 새로운 조기임상체험 교육과정을 실행하였고, 체계적인 개발 과정을 거쳐 처음으로 시행한 것에 그 개설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예비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타 직군 보건의료종사자들의 역할, 전문성 및 책임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다양한 의료 현장에 대한 체험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의 역할과 책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오래 전부터 준비되어 왔던 교육과정 개편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인하여 의료현장체험역시 변화를 거쳤다고 알고 있습니다. ‘의료현장체험의 온라인 교육 형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의료현장체험 교육과정 설계는 작년 3월부터 본격적인 준비 작업을 거쳐 약 1년 정도 개발 과정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과정 개발 위원회를 만들어 과정 목적 및 학습 성과 설정, 교육 요구 조사 및 교육과정 개발 등을 거치고 의사 멘토를 섭외하였어요. 그런데 이 과정을 모두 거친 이후 1년이 되는 시점에서 딱 코로나가 터졌죠.

 

기존의 교육 전략은 (1)다양한 임상현장에서의 봉사 체험(volunteering)(2)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선배들의 삶을 밀착(shadowing)하는 현장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비대면 교육 과정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학습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도입을 연구했습니다. 학습 목표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지만 과연 비대면으로 실행할 수 있을지, 성과를 변경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결론적으로 현장을 직접 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줌(Zoom)을 활용한 방식을 선택하였습니다. 실제로 실행된 과정은 (1)다양한 의료 현장(응급의료, 공공병원, 1차 개인병원, 2차 전문병원, 3차 대학병원, 자선병원/봉사단체)에서 일하는 선배 의사들과의 만남, (2)의료 현장을 경험한 환자 및 보호자와의 만남, (3)영상(영화, 다큐멘터리)으로 경험한 환자와 의사의 삶으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온라인 간접 체험이었습니다.

 

 

Q4. 2020년에 의료현장체험이 실제로 진행되었는데, 진행 과정은 어땠나요?

 

앞에서 언급했듯, 의료현장체험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의사의 역할과 책무를 이해하려면 다양한 현장을 보고 선배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의사로서의 정체성과 직업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배 의사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사회로 나갈 때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죠.

 

그 밖에도 타 직군 의료 종사자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위해 다양한 영상물(영화, 다큐멘터리)을 배치했습니다.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웠는데, 기존 계획으로는 연구, 병원, 보건소 등의 현장으로 직접 나가거나 선생님들이 직접 오시는 형태였습니다. 현장에 나가면 직접 다양한 의료진의 상호 작용을 볼 수 있지만 영상물들을 통해 최대한 보완하려고 했습니다.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섭외된 의사, 환자, 보호자 분들이 아이디어를 내주셔서 영상의 형태도 다양해졌습니다. 온라인으로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이미 다큐멘터리 현장 영상 자료가 있으신 분들은 해당 영상을 시청 후 실시간 강연과 Q&A 세션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현장을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하던 찰나에 예과 2학년 방송반 친구들이 직접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냐며 연락해왔어요. 방송반 학생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영상을 찍고 편집해주어 의료 현장의 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서울성모병원 외과팀의 경우 실시간으로 외과팀이 일하는 현장을 소개해줬는데, 많은 분들이 등장하여 중환자실, 레지던트 생활 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부분은 현장을 생생하고 재미있게 담아내어 학생들이 매우 좋아했는데, 외과팀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주셨습니다.

 

△과정 시간표
△과정 시간표

 

준비를 해주신 분들 이외에도, 학생들의 참여가 이번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데 가장 중요했던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환자, 보호자와의 만남 세션이나 다양한 의사 선배들과의 만남에서 관심 분야별로 질문을 미리 작성해 오고, 영상물을 시청할 때 토론 이슈에 대해서 조별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발표를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어요.

 

Q5. 추후 의료현장체험의 진행 방향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처음 진행하였기 때문에 준비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고,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섭외되신 분들의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어려워 기대했던 비율보다 현장에 대한 내용이 축소되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물을 보는 비중이 늘었는데, 이 부분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2주간의 구성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도록 하고 싶어 타이트하게 구성했는데, 영상물의 경우 다른 세션에 비해서 준비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 다음 과정에서 좀 더 개선하도록 하고 싶어요.

 

이번 과정 종료 후 학생들의 솔직한 아이디어 평가를 듣고 싶어 온라인 무기명 설문을 진행했고, 절반 정도의 참여 학생들이 설문에 참여해주어 전체 학생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해준 것 같습니다. 추후 의료현장체험을 진행할 때 피드백의 내용이 반영될 것인데, 만족도 부분에서는 긍정적으로 느낀 학생들도 많았지만, 부정적인 평가 역시 응답자의 1/3 정도 되었습니다. 특히 과제물이 많았던 점이나 수업 공지 등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서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해당 부분을 다시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러나 의학 학습의 중요성이나 예비의사로서의 정체성 등의 부분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분야의 선배 의사들이나 환자/보호자와의 만남에서의 진솔한 대화를 학생들이 장점으로 뽑아주었어요. 또한 온라인 체험 부분에 대해서도 좋다는 의견이 있어 혼합된 형태의 수업을 살려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장점을 잘 발전시킨다면 우리 대학만의 고유한 조기임상체험으로 잘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학생들이 이왕이면 즐겁고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6. 마지막으로 의료현장체험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학교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과정이었고, 작년의 공지와 다르게 진행되어서 학생들이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하여 기말고사에 평소보다 많은 시험을 보고 난 뒤 바로 시작하여 힘들고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진지하게 참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우선 해보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써서 제출했던 보고서를 모두 읽어보았는데, 특히 마지막 성찰 보고서에서 자신의 경험을 글로 표현해주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학생들의 날카롭고 솔직한 의견을 읽으면서, 대학이 제공하는 학습 문화와 과정에 대해 긍정적인 학생도 있지만 벌써 지치거나 실망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서 많은 학생들이 기대와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상 의사이지 학교 의학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또 다른 책임감을 갖게 해주는 과정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학교의 전통과 역사에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많은 교수님들이 교육과정 개발에 힘써주시고 있는데, 예과에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혼란스러운 학생이 있다면 이번 과정을 통해 그런 고민들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앞으로의 4년간의 과정에 잘 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의료현장체험을 직접 경험한 학생들의 소회

 

이번 인터뷰를 통하여 의료현장체험이라는 새로운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편안에 대한 전반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었다. 기사와 함께 이번 커리큘럼에 직접 참여하였던 학생들의 성찰 보고서 역시 학보사 홈페이지에 기고 될 예정이다. 선배 의사들의 현장을 경험하고 느낀 점을 생생하게 그려낸 글들을 읽으면 '예비 의료인'인 학생들의 마음가짐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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