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교육과정에 대해 접했던 작년 겨울에는 '그냥 의료환경을 살짝 보여주는 정도이지 않을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수업을 들어보니 나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시는 선배님들의 활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의사들이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알게 되었으며 환자와 보호자 분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환자를 이해하는 의사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고 여러 영화를 보며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기준을 세워볼 수 있었다.
여러 의료현장에 계시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의사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일할 수 있는지 깨달았는데, 여러 과로 나누어진다는 것 외에도 공공의료(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의사 그리고 자원봉사 하는 의사 등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솔직히 예과 때는 기초적인 것들을 배우기 때문에 아직 질병조차 배우지 않은 상태여서 내가 어떻게 의사가 될 것인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다양한 환경 그리고 다양한 과에서 일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며 내가 어떤 과를 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어떠한 환경에서 일하던지 앞으로 과학기술로 인해 변화하는 시대에서 의료로 같이 변화할 것이기에 의학 외에도 관심을 갖는 태도가 필요하며 의학 지식이 새로 쌓이고 수정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평생,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하는 공부부터 차근차근 쌓아가야 하며 더 넓게, 더 많은 것을 접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선배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준비된 의사'를 나의 첫 번째 의사상으로 정하였다.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환자들은 내가 하는 모든 상상을 뛰어넘는 상황 혹은 환경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올 수 있으며 갖고 있는 질병 또한 다르고 접해온 환경도 달라서 병원에 왔을 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도 전부 다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병에 대해 임하는 태도와 느끼는 감정도 편차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 다 병에 걸린 것을 두려워하고 치료받고 싶어한다는 마음은 똑같다. 병에 대해 담담하게 나아가는 환자도 있는 반면, 울고 모두를 배척하기도 하는 환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의를 해 준 환자분들은 대부분 교양 있고 치료를 받을 여력이 있으며 완치되었기에 웃을 수 있는 분들이셨다. 그분들도 환자인 것은 맞지만 그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들보다 더 악조건의 환경에 처한 환자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솔직히 그런 환자들의 마음은 상상조차 잘되지 않는다. 내 경험치가 제로이기에 더 상상이 안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의사가 되었을 때 잘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환자들에게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았지만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였다. 이때 이비인후과 환자분의 ‘환자는 의사와 말 나누는 1분을 하루종일 곱씹을 수도 있다는 말’과 외과 환자분의 ‘손 한번 잡아주는 사소한 행동이 환자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는 말’이 크게 와 닿았다. 결국 환자에게 의사는 커다란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내가 그들을 모두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생각한다는 기본적인 마음가짐, 그리고 사소하지만, 그들에게 말을 걸고 환자를 위해 노력하는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충분히 환자와 상호작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 이를 통해 ‘작지만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의사’를 나의 두 번째 의사상을 정할 수 있었다.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임상실험은 어떠한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 보호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환자와는 어떤 유대관계를 쌓아야 하는지, 의료계의 단점은 어떻게 지적하고 보완할 것인지 등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뤘지만 결국 의미하는 것은 두 개였다고 생각한다. '의료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사를 필요로 하는가?' 이다. 의료가 단순히 환자를 살리는 것이 아닌 환자의 삶의 질을 상승시키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안락사가 현재에는 논쟁거리이지만 어느 정도는 옳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삶의 질도 생각해야 하므로 그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태도 또한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았다. 의료의 목적이 삶의 질 상승임을 기억하며 앞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시사점을 남겨주었다. 이외에도 어떤 의사가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어떤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해봤지 '필요한' 의사가 되겠다는 접근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 즉 환자의 상태에 대한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고 그들이 불안해할 때 이를 수용하고 받아줄 수 있으며 환자의 병을 잘 고칠 수 있는 능력 있는 의사일 것이다. 또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가 있다. 전 세계에는 의료가 발달하지 못한 곳도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 봉사하는 의사가 필요할 것이며 의료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속에 단점과 모순이 존재한다면 이를 지적할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의료보험의 허점을 지적할 수 있는 의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생각해내는 의사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해보며 '우리 사회 속 의료에 부합하는 필요한 곳에 쓰임이 되는 의사'를 세 번째 의사상을 정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하게 된 의사상이 준비된 의사, 작지만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의사, 우리 사회 속 의료에 부합하는 필요한 곳에 쓰임이 되는 의사이다. 앞으로 내가 의료인으로서 살아갈 때에 이 의사상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