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의료현장체험(ECE) 과정을 되돌아보며
[독자] 의료현장체험(ECE) 과정을 되돌아보며
  • 허성원 학생
  • 승인 2020.12.09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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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처음 수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조기 임상 노출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다. 임상이 뭔지 잘 몰랐고 조기교육의 필요성도 잘 몰랐다. 시간표를 봤을 때도 영화를 보고, 의사 선배님들을 보고,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는 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감도 안 잡혔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은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생각 뿐이다. 영화를 보면서 직접 체험할 수 없는 환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것들을 고민하게 됐고 또 진정한 의사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특히, 첫 주차의 주제이었던 죽음에 대한 고민은 이 과정에 조금 더 진지하게 임하게 만들었다. 전공 서적에서는 죽음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않는다. 감정적인 것들은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의 현장은 다르다. 시한부 환자가 어떤 과정으로 죽음을 맞이하는지, 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주변 사람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보면서 죽음에 있어서는 의학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서 호스피스 등 가톨릭 정신을 기반으로 한 많은 것들의 진정한 의미를 나의 언어로 조금이나마 정리하게 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옆의 의사는 과연 어떠한 책임 의식과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된다는 것이고 또한 그런 고민들을 더욱 자주하고 많이 해 환자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두 번째 주는 대부분 의사에 관한 것이었다. 어떠한 의사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것들은 첫 주차에 내가 했던 고민들과 많은 부분 겹쳤다. 환자를 진정으로 원하는 패치아담스와 이태석 신부님과 같은 의사들을 보며 많은 감정을 느꼈다. 그들은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의사이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내가 원하는 의사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봉사 정신이 있었다.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하는 것 같았다. 결국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환자를 위하고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한 가톨릭 정신은 작년과 올해를 거쳐 많이 배워왔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이전까지의 배움보다도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의사 선배님들을 만나면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 의사 선배님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셨다. 1차 병원, 2차 병원, 3차 병원 등에서 기본적인 동네의 수요를 충족하시고 계셨고, 부족한 의료서비스 부분은 공공병원, 복지병원 등을 통해서 다양한 형태로 채우고 계셨다. 묵묵히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을 위하여 애쓰시는 선배님들이 실제로 화상채팅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 특히 무료로 진료하시는 의사 선배님들을 보며 진정한 의사란 어떤 것일까 한 번 더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환자와 보호자와의 만남을 통해서는 실제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계셨던 분들을 만나 뵙고 또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성모병원에서 치료받으신 분들이 나오셔서 우리에게 그 당시 상황을 알려주셨는데 무척 집중해서 들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그분들의 얘기를 듣고도 눈물이 많이 났다. 그분들은 의사 선생님을 믿고, 의사 선생님들은 그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로 그분들이 이제는 건강하게 우리 앞에서 그때 당시의 상황에 대해 말씀하신다는 것을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다.

 

의사상에 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나는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는 작년과 올해 다양한 수업에서 한 번쯤 우리에게 고민해보게 한 주제이다. 그렇지만 이번은 뭔가 조금 더 많은 것이 느껴졌다. 먼저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 환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의사가 될 것이다. 후회가 없도록 하는 것이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야지만 환자들도 그런 의사를 믿고 따를 것이다. 또한 환자들에게 항상 친절한 의사가 될 것이다. 의사를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환자들에게 낯설고 무서운 경험일 것이다. 아무리 의사한테 익숙하다 하더라도 환자들에게는 처음일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와의 만남에서 한 환자분이 의사 선생님이 되게 친절했던 것이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사실 의술도 중요하지만, 그런 친절이 환자와의 유대감을 만들며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항상 공부하는 의사가 될 것이다. 항상 공부하며 첨단의학을 받아들이는 것은 환자들의 생존율과 더 나은 예후를 위해 필수적이다. 항상 환자들을 생각하며 공부하는 의사가 되도록 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하는 공부가 중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예과 공부였지만 이제 본과를 올라가면 해부를 시작으로 많은 과목들을 배울 것이다. 이 공부에 앞서 이런 뜻깊은 과정을 가진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본과에 가서 해부 등을 할 때 항상 현장에 계시는 선배님들을 생각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는 생각으로 어느 것 하나 대충 공부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생활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공부가 힘들거나 잘 안 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이때를 떠올리며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자양분이 된 것 같아 정말 뿌듯하다. 앞으로도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 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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