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 아동학대 사건이 불러온 바람
양천 아동학대 사건이 불러온 바람
  • 조유진 기자
  • 승인 2021.01.24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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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한 끝에 사망했다. 지난 2020525, 629, 923일 세 차례에 걸쳐 이 건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지만, 경찰은 이를 자세하게 조사하지 않았다. 결국 생후 16개월이었던 피해 아동은 20201013일 오전, 응급실로 이송되었다가 숨을 거두었다. 의료진은 당시 피해 아동의 머리와 복부에 있던 상처를 보고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사건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지난 13일 피해 아동의 사인을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라고 결론지어 학대 사실이 증명됐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2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양천 아동학대 사건을 재조명한 이후 SNS에서는 피해 아동의 이름을 딴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됐고, 여러 연예인과 정치인들이 참여하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아동 보호 단체들은 법원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SNS와 맘카페 등에서 진정서 작성 방법과 제출 시기 등을 공유하면서 1차 공판 기일 전까지 재판부에 진정서를 보낼 것을 독려하는 게시글을 잇달아 게재했다.

 

양천 아동학대 사건이 각종 뉴스와 매체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경찰과 관련 기관들의 부실한 초기 대응이 화두에 올랐다. 양천경찰서는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양부모의 진술에만 의존해 세 차례 신고 건수 모두 무혐의 처리를 하거나 내사 종결했다. 강서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신고 때마다 피해 아동의 상태를 살펴보았으나 전문가의 학대 의견을 따르지 않았다. 입양 후 1년 동안 입양 아동의 발달 상태 및 양부모와의 유대관계를 살펴야 하는 의무가 있는 홀트아동복지회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미흡한 초동 대처로 피해 아동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다. 따라서 이들 모두가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민 여론을 반영해 정부는 119일 열린 제1차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장 대응 체계가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고, 신고 접수 후 초기 대응 역량 강화 및 조사 이행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3월부터 시행하는 즉각 분리제도를 차질없이 준비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관련 기관 등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입양 체계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입양 가정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천 아동학대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우리 모두가 이번 사건에 깊이 통감하고, 분노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과 제도 변화에 대한 시민 사회의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근본적인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서는 사건의 잔혹성과 비극성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피해자의 사후 관리와 향후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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