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한국케미호 나포,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란의 한국케미호 나포,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이성언 기자
  • 승인 2021.02.0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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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케미호 나포

지난 14일 오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페르시아만 입구인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한국 국적의 유조선 ‘MT 한국케미(이하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한국케미호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나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는 중에, 이란 당국은 한국케미호 측에 조사를 위해 이란 해협으로 들어올 것을 교신으로 전했다. 무장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군인이 한국케미호에 승선하여 이란 당국에서 조사를 받아야 함을 재차 전했다. 한국 국적의 선장은 조사를 받아야 할 이유를 이란 측에 요구했지만 이란 측은 정확한 사항을 전하지 않았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해당 선박은 해양 규제 법률을 반복적으로 위배하여 유류 오염을 일으켰으며 이에 당국에 의해 제재된 뒤 항구에 구금됐다며 선박을 억류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선박의 소유사인 디엠쉽핑 측은 최근 출항 전 검사가 까다로워져 환경오염 우려가 있으면 배가 출항할 수 없다일 년에 한 번씩 유류 유출 점검을 진행하고, 3개월 전에도 면밀한 검사가 이뤄졌다면서 억울함을 전했다.

 

이란의 한국케미호 나포 실질 이유

이란 당국은 이번 사건이 해양오염과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행동에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한국 계좌에서 동결된 이란의 자금을 돌려받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란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미국과 JCPOA를 체결한 바가 있다. JCPOA는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협의를 파기하면서 대()이란 경제제재를 복원했다. 제재의 일환으로 미국은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서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계좌를 동결시켰다. 동결된 금액은 약 70억 달러 (97000)에 달한다.

 

이후 이란은 동결된 수출대금을 도둑맞은 이란인의 지갑에 비유하며 줄곧 한국에 계좌 동결 해지를 요구해왔다. 특히나 이란은 2018년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제재 이후 경제난에 부딪혀 왔다. 제재가 시작된 2018년 초와 지금을 비교하면 물가는 100%, 환율은 6배 상승했다. 지속적인 경제난에 이란 민심까지 동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동결자금을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구매 등 다양한 영역에 지출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석방을 위한 노력

이에 한국에서는 한국케미호의 석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란을 방문해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외교차관을 비롯하여 여러 이란계 인사들과 만났다. 선박 억류사건 해결 및 국내 이란 원화 자금 활용 등 양국 간 관심 현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27일에는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국회 안보·외교정책위원장과 화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1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두 위원장은 이란에 억류된 한국케미호 선원들의 조속한 억류 해제 및 한국 내 동결된 이란의 원화 자금의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사건은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이란 혁명수비대는 영국 유조선인 스테나 임페로를 나포한 적이 있다. 영국 정부는 당시 여러 방면으로 석방을 위해 노력했지만, 석방까지는 나포 시점으로부터 65일 이후였다. 이번 한국케미 나포 사건 역시 영국의 경우처럼 장기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면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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