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발걸음이 뚝 끊긴 극장가에 희소식이 들렸다. 그 주인공은 설 연휴를 노린 가족 영화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아닌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었다.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소울’
‘소울’은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지게 되면서 펼쳐진 일들을 독특하고 신비로운 영상으로 표현했다. 이동진 평론가는 이 애니메이션을 “이제껏 22편을 만든 픽사가 재발견한 일상이라는 불꽃의 바다”라고 평가하며 별점 4.5점(5점 기준)을 남겼다. 또한 네이버 기자·평론가 9명의 평균 평점은 8.44점(10점 기준), 관람객 평점은 9.34점으로 높은 평점과 호평을 받고 있다. 관객들은 “어른들을 위한 힐링 애니메이션”, “웃고 싶어 보러갔는데 큰 위로를 받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소울’은 설 연휴에도 박스오피스 1등을 달성하며 16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61만 명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통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지난 27일,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재치고 일본 역대 최고 흥행수입을 기록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개봉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TVA(TV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후속작으로 2월 18일 기준 6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기존 TVA ‘귀멸의 칼날’을 시청하지 않은 관람객에게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 70%의 관람객이 10대와 20대인 점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유포터블’의 작화와 주인공 ‘렌고쿠’의 활약이 빛을 발한 것이다. 관객들은 “작화, 영상미, 스토리 모두 최고였습니다”, “엄청난 연출과 액션, 그리고 렌고쿠”라고 평했다.
국내영화는 아직도...
해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지만, 국내영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설 특수를 노리고 개봉한 ‘새해전야’, ‘세자매’는 국내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으나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소울’과 ‘귀멸의 칼날’이 독특하고 신선한 내용으로 접근한 데 반해, ‘새해전야’와 ‘세자매’는 기존 국내영화와 비슷한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다. 두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각각 15만 명, 7만 명으로 이는 코로나19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두 애니메이션은 장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작품성과 콘텐츠의 힘으로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관객들은 좋은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는 한국 영화도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면 충분히 호평을 받을 수 있다. 곧 개봉할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영화의 봄, 그 바통을 한국 영화가 이어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