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의 활용, CDSS
의료정보의 활용, CDSS
  • 김승근 기자
  • 승인 2021.03.06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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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임상활용연구회 13차 세미나로 살펴본 의료 인공지능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유속불식(有粟不食)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아무리 귀중한 물건이라도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라는 의미이다. 이 말이 의료 인공지능에도 적용이 될까? 지난 28일 온라인으로 열린 빅데이터 임상활용연구회 13차 세미나의 키워드는 바로 이것이었다. 세미나 내용의 일부를 참고하여 CDSS에 대해,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의료 인공지능의 단면을 소개해 보려 한다.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CDSS는 환자로부터 얻어진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인이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질환의 예방, 선별, 진단, 치료, 추적 관찰 등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된다. 간단한 예를 들면, 의사가 환자에게 A라는 약을 처방했는데 그 양이 기준치를 넘어서는 양이라면 한 CDSS가 이를 경고해준다. 그런데도 해당 처방을 유지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대로 처방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실수를 한 경우라면 CDSS 덕분에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 현대에는 다양한 CDSS와 새로운 연구 결과들의 등장으로, 의료인은 CDSS가 제공한 다양한 정보 중 쓸만한 것을 취사선택하는 형태이다.

 

CDSS의 변화

용어의 변화는 있었지만, CDSS라는 개념 자체는 1950년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그 역사가 짧지 않다. 그런데 CDSS는 최근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가 뭘까.

 

바로 머신러닝’, ‘딥러닝같은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기술들의 등장 때문이다. 현재 CDSS는 만들어지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 Rule-based CDSS이다. AI와는 무관한 형태로, 사람이 미리 정리하고 입력해 둔 if~, then~ 구조의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사람이 연구 결과, 논문 등의 증거 기반으로 만든 알고리즘을 만들어 두면 입력정보가 왔을 때 해당 알고리즘에 따라 출력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둘째, Data-based CDSS이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CDSS이다.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의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해주면 알고리즘의 설계에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되는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CDSS로 이용하는 것이다.

 

현재는 두 종류의 CDSS가 모두 쓰이고 있다. 그 이유는 둘 다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Data-based CDSS의 경우, 사람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차이까지 기계가 인식해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러한 판단의 근거를 설명할 수 없다는 단점 등이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욱 발전된 기술로 개발된 인공지능 CDSS가 차지하는 역할은 어떠한 모습일까? 직접 진단을 내리는 등 의사의 역할을 대체하게 될까?

 

유속불식

맨 앞에서 유속불식이 이번 세미나의 키워드였음을 언급했듯이, 위 질문에 대한 연사들의 대답은 ‘No’였다. 의사와 Data-based CDSS, 즉 인공지능이 하게 될 역할이 다를 것이라는 의미이다.

 

강연에서 AvoMD 박중흠 대표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올바른 판단을 정의하거나 현실적으로 레이블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이론 혹은 합의에 따라 자명한 문제(training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인 기준에 의한 것인 경우, 혹은 확률로 다룰 문제가 아닐 때)

-환경이 지속해서 바뀌는 경우

-가치판단이 결합되거나 환자와의 합의가 필요한 문제인 경우

-범용성이 요구되거나 새로운 사례가 나와 AI의 수정이 필요한 경우

-판단의 근거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

이처럼 머신러닝이라는 기술 자체의 한계 혹은 기술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과정의 문제가 분명히 있다. 그렇기에 의료 인공지능이 의료인을 대체하기보단 의료인의 도구로서 의료 인공지능이 사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시각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헌성 교수(가톨릭대학교 의료정보학교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박중흠 대표(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AvoMD Inc.), 윤덕용 교수(아주대학교 의료정보학과), 강민정 박사(Brigham and Women’s Hospital), 권준명 과장(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응급의학과 인공지능빅데이터본부장), 차원철 교수(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가 연사로 참여하여 CDSS 개론, 딥러닝으로 만든 CDSS, 응급상황에 대한 CDSS의 특징, 데이터가 의사를 대체할 것인지 등에 대해 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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