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팬데믹 속에서 미래를 찾다 – 2021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르포] 팬데믹 속에서 미래를 찾다 – 2021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1.04.2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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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교향악축제가 330일 화요일부터 422일 목요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되었다.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사태로 인해 여름으로 연기되었지만, 올해는 평년과 같이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진행하기로 하였다. 더불어 47일엔 2021 교향악축제 특별포럼이 예술의전당 미래아트홀에서 진행됐다.

2021 교양악축제 포스터
2021 교양악축제 포스터

 

교향악축제는 1989년 시작되어 2000년부터 한화그룹의 후원으로 현재 예술의전당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축제로 성장해왔다. 또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루체른 페스티벌, BBC 프롬스 등 다른 클래식 음악 축제와는 달리 다양한 지역의 관현악단이 하나의 홀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교향악축제는 한국 관객들과 연주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먼저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관현악단의 공연 관람 기회를 저렴하게 제공했다. 이를 통해 클래식 저변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 독주자들 사이에는 가장 중요한 데뷔 무대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지역 관현악단에 한국 제일의 공연장에서 공연 경험을 제공하며 지역 관현악단의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

 

단순히 여러 악단이 모여 공연할 뿐이다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악단 간의 연주력과 관객 동원의 편차 역시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총괄하는 음악감독이 없기에 틀에 박힌 형식에 편중하며 주제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또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향악축제가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라는 대중들의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또한, COVID-19 팬데믹 이후로 온라인 공연으로의 전환은 큰 시사점을 제시했다. 온라인화는 세계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제 세계 어디서라도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현재 공연되는 연주를 실시간으로 관람하거나 이전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과 세계화 시대에 교향악축제는 어떤 점을 특색으로 해야 할까? 냉정하게 국내 최고의 관현악단 중 하나인 서울시립교향악단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 등의 세계 제일의 악단과 실력 차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공연 인프라 구축 외에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이 잘 연주하지 않는 한국인 작곡가들의 현대 창작곡 연주 등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온라인 공연의 경우 교향악축제는 예술의전당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거나 네이버 TV로 중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유튜브는 화질과 음질이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홀 등 공연 전용 사이트 대비 떨어지며, 네이버 TV는 국제적 접근성이 좋지 않다. 둘 다 외부에 의존한다는 점도 큰 단점이다. 관련해 올해 초 ‘Hong Kong Arts Festival’에서 서울시향이 보여준 정기공연 디지털 재연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온라인 공연을 위한 꾸준한 노력의 결과였지만, 이를 참고하여 예술의전당이 공연장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국 현대 창작곡 연주는 원래 1998년부터 2000년 동안 교향악축제의 의무였다. 하지만 강제적인 방법보다는 연주단체가 주도적으로 창작곡을 위촉하고 그들의 레퍼토리로 만들어야 한다. 사례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아르스 노바시리즈의 진은숙 곡 위촉, 코리안심포니와 경기필하모닉의 상주 작곡가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기존에 만들어진 창작곡들을 기록하고 보관하는 아카이브도 곡이 꾸준히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 현대 창작곡의 연주가 교향악축제의 고유한 특색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410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은 주목할 만하다. 당일 공연은 1부는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J. Sibelius, Finlandia, Op. 26)와 윤이상의 실내교향곡 1(Isang Yun, Chamber Symphony I) 2부는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 가단조(J. Brahms, Double Concerto for Violin and Cello in A minor, Op.102)로 구성되었다.

 

익숙한 곡인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와 브람스의 2중 협주곡과는 달리 윤이상의 실내교향곡 1번은 국내에서도 잘 연주되지 않고, 음반을 찾기도 어려운 곡이다. 이는 윤이상이 동백림 사건에 연루된 이후 친북적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모호한 조성과 불규칙한 선율 때문에 어느 부분이 주제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작품 특유의 어려움도 한몫했다. ‘실내교향곡이라는 제목답게 악단도 소규모로 구성되며, 30분이 조금 안 되는 짧은 곡이다. 그러나 음이 몽환적으로 떨리며 풍성한 음향을 만들어내고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준다. 서양음악의 기법으로 연주된 동양풍 음악에서 윤이상 특유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시향의 이번 교향악축제 연주를 모범 삼아 내년에는 다양한 한국 현대 창작곡을 들을 수 있으면 한다. 단순히 교향악축제의 특색을 개발하는 점 외에도, 익숙하지 않은 곡을 해석하고 연주하면서 지휘자와 악단의 실력 향상 계기가 되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곡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창작곡 연주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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