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사기를 친다면? 친족상도례에 의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어...
가족끼리 사기를 친다면? 친족상도례에 의해 처벌받지 않을 수도 있어...
  • 이성언 기자
  • 승인 2021.05.03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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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그맨 박수홍이 친형으로부터 100억 원대 사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3년 전 1인 기획사를 설립한 박수홍은 당시 친형에게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겼다. 친형은 출연료, 계약금, 부동산 등 박수홍의 모든 자산을 도맡아서 관리했다. 그러나 박수홍의 형은 출연료와 계약금을 온전히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출연료를 부당하게 취득하여 여러 아파트와 빌라를 매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박수홍은 지난 5일 친형부부를 횡령 혐의로 고소하였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가족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박수홍은 어떻게 친형을 형사고소할 수 있었을까? 보통 직계관계에 있는 경우 재산범죄를 인정하기 어렵다. 친족상도례 특례법에 따라서 형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가족, 동거 친족 간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특례를 말한다. 이때 강도죄, 손괴죄는 처벌 가능한 재산범죄에서 제외된다. 박수홍의 경우, 친형과 직계관계에 있지만 동거관계는 아니다. 현재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세대를 구성하여 살고 있기 때문에 박수홍이 친형을 횡령 혐의로 고소할 수 있었다.

 

박수홍의 사례와는 다르게 대부분 친족 사기는 형사고소조차 하지 못한다. 지적장애인 A씨는 지난 2014년 부친이 사망한 이후 숙부모와 함께 생활했다. 그러나 A씨는 숙부모에게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인 24천여만 원을 빼앗기고 1억 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 A씨는 지역 장애인기관의 도움을 받아 고소를 진행했지만,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A씨는 형사처벌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도 불가능해졌다.

 

이처럼 친족상도례 특례법의 한계가 최근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과거 대가족 사회에서는 부모가 재산 문제를 해결했다. 친족상도례는 그러한 문화적 전통을 받아들여 법이 가족 간 재산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특례이다. 하지만 핵가족이 늘어나면서 가족 간 관계가 약해지고 있다. 변화한 사회 환경으로 인해 가족 내 분쟁을 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장애인 A씨의 사례는 그러한 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이다.

 

친족상도례 때문에 피해를 구제받지 못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의하면, 2017년에 299, 2018년에 630, 2019년에 356건 등 해마다 수백 건의 친족상도례 관련 상담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 해마다 피해가 나오는 만큼 친족상도례가 헌법 가치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해야 할 시국이다.

 

친구, 동업자 등과 같은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도 심적인 부담이 큰 것이 사기죄이다. 그러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인 가족에게 사기를 당하는 경우 평생 잊을 수 없는 큰 상처가 될 것이다. 형사고소까지 진행했다면 가족의 연은 끊어진다. 돈으로 인해 가족관계를 끊는다는 현실은 현대사회의 씁쓸한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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