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가려내는 평가지표 정당한가
부실대학 가려내는 평가지표 정당한가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1.09.21 12:12
  • 호수 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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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대학 구조조정

 지난 9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부실대학·대출제한 대학 발표 임박을 앞두고 20여개 대학에서는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각종 지표 수정을 요구하는 대학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는 교과부의 칼바람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대학들의 자구책이다.
국가에서 대학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등록금 인하정책을 실현하기위해서는 각 대학별로 국가의 재정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유에서다. 교과부는 10가지 평가지표로 하위 15%대학을 선별해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부실대학퇴출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은 사실상 퇴출 되는 것이다.
2012학년도 평가순위 하위 대학선정지표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이하 구조개혁위)가 부실대학을 가려내기 위한 10개 평가지표를 확정했다. 구조개혁위는 하위15% 대학을 가려내 이들 대학에 대해 단계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부실정도에 따라 ‘구조개혁 우선대상’에 포함된 대학들은  △평가순위 하위대학(재정지원제한) △대출제한대학(재정지원, 대출 제한) △경영부실 대학(재정지원, 대출제한, 컨설팅)선정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교과부는 이 17개 대학을 심사해 ‘경영부실대학’을 가려낸 뒤, 컨설팅 등을 통해 회생 가능성을 진단하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최종적으로 해당대학을 퇴출시킨다. 이들 중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명단에 오른 대학은 2012학년도 신입생들의 등록금 지원이 불가능해진다.
교과부가 발표한 재정지원제한대학은 총 43개교로 4년제는 28개교, 전문대 15개교이다. 또한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은 총 17개교로 제한대출그룹에 4년제 6개교, 전문대 7개교, 최소대출그룹에 4년제 3개교, 전문대 1개교이다. 9일 발표된 지표는 △재학생 충원율△취업률△전임교원 확보율△신입생 충원율△학사관리△등록금 의존율△교육비 환원율△장학금 지급률△법정부담금 부담률△법인전입금 비율 등이다. 이들 중, 편제 정원대비 학생 유치 비율을 보여주는 재학생 충원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30(4년제)~40(전문대)%로 가중치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높았던 지표는 취업률은 20% 이었다. 

숫자 맞추기 퇴출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선정된 사립대들에 대한 평가는 획일적으로 이뤄졌다. 대학구조조정협의회가 발표한 재정지원·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의 기준의 적용은 각 대학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취업률 지표의 경우, 예술교육의 특성은 아예 배제됐다.
상명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예술분야 학과 졸업생들은 작가나 화가, 배우 등 개인 도급 노동자로 남아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에서 누락되는데, 상명대는 문화예술계열 정원이 많아 극히 불합리한 통계지표가 쓰이게 됐다”며 “교과부가 취업률 산정 방식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를 그대로 적용했다”며 비판했다.
추계예술대학교의 경우, 건강보험 DB(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해 산정된 취업률이 19.3%에 머물러 교과부의 평가 기준인 45%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8일 추계예대는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정부의 지원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부실대학생을 만들어 죄송하다”며 “취업률 때문에 부당하게 평가받는 이 현실에 교수들 모두 교수직을 내놓겠다”는 공고를 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수도권 예술대학과 4년제 대학의 반발은 지방의 4년제 대학과 2,3년제 전문대학의 사정과는 또 다르다. 구조개혁위의 기준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같은 잣대로 경쟁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부실대학으로 선정돼 학자금대출 제한을 받은 대학 역시 경기도의 용인 루터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방대에 해당됐다. 지표의 기준들이 지방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의 수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도, 입학정원이 수도권으로의 집중되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수험생들은 수도권 소재 대학을 꿈꾸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충원율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현재 논의되는 지표 경쟁은 지방대의 퇴출을 의도하고 있다.
대학진학이 ‘의무화’되어 높은 진학률을 보이는 현재 풍토에서는 대학 수를 줄여도 대학생 수는 줄지 않는다. 따라서 부실대학의 양적감소만으로는 구조조정의 의미가 없다.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은 “대학수를 줄이는 문제보다 수도권 대규모 대학의 정원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과부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대학수가 19개 늘었고 입학정원은 3만 4852명 늘었다. 다른 12개 지역은 10년 동안 9만 350명이 늘었다. 수도권 서울, 경기, 인천 3지역의 입학정원증가율이 다른 12개 지역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교과부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본래의 목적은 우후죽순 증가한 대학 수를 감소시키기 위함이다. 실제로 사립대의 경우, 경영부실대학이라 불릴 만큼 학교법인의 재정운영이 투명하지 않은 곳도 있다. 불법투자와 분식회계가 이뤄지는 대학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현수(대전대·경영·2)학생은 “도서관에 붙은 학교법인의 재정운영이 학교와 학생에게 쓰이지 않고 있다는 내용에 관한 대자보를 본 적이 있어서 평소 학교법인이 투명성과는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재정지원제한 대학선정에 대해 “교수와 학교 측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만 말한다”고 했다. 현재 교과부의 구조조정은 보여주기식의 양적감소에 치중돼있다.

 
학생에게 짐을 전가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결국 대학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학자율에 맡기는 것이 절차이겠지만, 자발적으로 퇴출할 대학을 찾기는 힘들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해는 학생, 교직원에게로 돌아간다. 당장 2012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이 되는 학자금 대출제한은 이미 학교의 운명을 결정짓는 조치인 듯 보인다. 교내 재정지원이 끊기면 당장 학교가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아 진행하던 사업에 제동이 걸린다. 학생들은 타학교로 편입하거나 뿔뿔히 흩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퇴출 후, 잔여재산문제도 남아있다. 현행법상으로 잔여재산은 모두 국고로 귀속된다. 이에 잔여재산의 일정비율을 설립자와 구성원에게 인센티브과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후 대책없이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 결국 학교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책임을 전가하는 수 밖에 없고, 근본적인 문제는 변함이 없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은 “정부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나 방향 설정에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대학 개혁의 원칙이 필요하고, 국가 차원의 획기적 지원 확대가 요구된다. 법적 퇴로 없이 자발적 퇴출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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