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건축의 의미와 지향 방향
학교건축의 의미와 지향 방향
  • 김예진 기자
  • 승인 2021.11.25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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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대표적인 공공 건축물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굉장히 긴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총 12년간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생활한다. 그리고 대학교에 진학하면 더 오랜 시간 학교 건물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렇게 개인의 인격 형성의 주요한 시기를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학교건축*은 인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항상 같은 것을 경험하고 생활한다. 같은 건물의 교실에서, 정해진 교복을 입고 같은 수업을 들으며 동일한 것을 먹는다. 그만큼 학교에서 학생들은 남들과 다른 것을 선택할 기회가 한정적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신과 타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고 개인의 인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학교건축 :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등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기관의 건축으로 교실, 강당, 체육관, 음악실 등이 있다.

 

학교의 단조로운 공간은 권력의 위계를 확실히 한다. 주로 1층에는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이 위치하고 저층에서 고층으로 고학년~저학년 순서대로 배치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울타리 밖으로 가장 먼저 나갈 수 있는 구조이다.

 

요즘엔 학교에 과학 실험실, 음악실, 영어 회화실 등 과목별 특별 교실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요구되는 학교 실내 면적이 커졌다. 하지만 필요한 실내 면적에 비해 학교 부지 면적이 작아서 건물이 고층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층화된 학교에서 건물 밖으로 나가기는 더욱 힘들어졌고 학생들은 더 교실에만 머무르게 되었다. 또 실내공간이 많아져도 학생들은 여전히 교실 말고 마땅히 갈 곳이 없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교실 안에 내 자리로 한정되어 있다. 학생들이 각자 다양한 공간에서 돋보일 수 있더라도 기회가 없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학교건축의 현실적인 개선 방안은 리모델링이 있다. 빈 교실은 벽을 허물고 개방 휴식공간으로 만들 수 있고 교무실을 위층으로 보내고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쉽게 나갈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히 없다면 옥상을 개방하거나 통창인 휴게공간, 테라스 등을 만들어서 학교 밖을 볼 수 있도록 한다. 교실 안의 공간을 더 다양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창문이 달린 벽을 아예 통창으로 만들거나 테이블, 소파 등을 두거나 테라스를 만들 수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학교건축이 지향해야 하는 것은 개방성과 다양성이다. 건물 밖으로 개방된 공간은 안과 밖의 사람을 이어주며 사회가 확장되는 효과를 준다. 특히 하루 종일 실내 공간에서 생활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놀랍도록 큰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양한 공간을 마련해 학생이 사용할 공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교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학교 공간의 개선이다.

 

유현준 교수(홍익대학교 건축학부)는 ‘어쩌다 어른’이라는 TV 강연에서 “한국 사람들은 3학년 4반 교실에서 공부하다가 304호 판상형 아파트에 살다가 죽고 나면 납골당에 가는 삶을 살게 된다”라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사람들은 공간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한다. 공간을 선택하는 경험을 12년 동안 생활하는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학교에서 좋은 공간을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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