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본교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심포지엄 - 동서고금에서 대학과 인문학의 의미를 찾다
●제16회 본교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심포지엄 - 동서고금에서 대학과 인문학의 의미를 찾다
  • 한누리 기자
  • 승인 2011.10.05 15:26
  • 호수 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교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심포지엄 '대학의 위기와 인문학적 성찰'
본교 절학과 박승찬 교수 : 중세에 세워졌던 대학들의 설립목적과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오늘날 대학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되돌아 봐야한다. 상지대 철학과 최종덕 교수 : 한국 대학의 위기만큼이나 인문학 역시 위기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글쓰기'와 '고전읽기'이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사회학과 신의향 교수 : 미국 대학은 교양교육을 다양한 영역과 융합시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한국 대학이 본보기로 삼아야 할 중요한 점이다.

 본교 인문과학연구소의 연례 정기 학술심포지엄인 ‘가톨릭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30일 16회를 맞이했다.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는 ‘대학의 위기와 인문학적 성찰’이다.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다가온 대학과 인문학의 위기를 동양(대한민국)과 서양 그리고 과거와 오늘날의 시각에서 되물었다. 박덕준 본교 인문과학연구소 소장은 개회사에서 최근 한국 대학의 화두인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다. 박 소장은 “대학 위기의 본질적 특성을 밝히고 위기 극복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자 심포지엄을 준비했다”며 “이 자리가 위기에 처한 대학의 정체성, 정당성, 그리고 변화와 개혁의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내고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1주제인 ‘중세대학의 설립과 발전’에 관해서는 박승찬(본교 철학) 교수의 발표와 이종진(서강대 신학대학원 종교철학)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되었고, 제2주제인 ‘한국 대학의 위기와 인문학 진흥사업’에 대해서는 최종덕(상지대 철학) 교수의 발표와 양길석(본교 교육학)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제3주제인 ‘미국 대학 학부 교육체제의 이해’에 대해서는 신의항(서울대 기초교육원 사회학) 교수의 발표와 고부응(중앙대 영문학)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종합토론에서는 세 주제와 관련하여 발표자와 토론자들뿐만 청중들도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동등’과 ‘평등’의 정신으로 자유를 추구한 중세의 대학
 본교 철학과 박승찬 교수는 학문의 보루 역할을 담당했던 서양의 중세 대학들의 설립과 발전에 대해 주목했다. 이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학 구조 및 학문 체계의 재편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당시 대학은 외부권력의 탄압에 맞서 대학 내 교수와 학생 간 공동체의 힘으로 대항했다. 이러한 공동체의 힘은 신분, 교회 계급, 빈부의 차이를 ‘평등의 정신으로 승화’시킨 대학의 분위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교수는 “남녀차별에 대한 부분은 남아있었지만 귀족 출신이건 농민의 자제이건 불문하고 차별없이 하나의 공동체에 참여했고,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별 또한 중시되지 않았다. 심지어 모든 대학에서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등록금 면제의 혜택을 주었기에 빈부의 차이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대학이 ‘학문의 장소’를 유지하기 위해 추구하는 자유라는 개념이 독립인가 특권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당시 대학은 권력에 대한 저항적인 태도뿐만이 아니라 권력에 종속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당시 교회권력은 대학의 ‘학위 수여 및 강의 허용의 권한’을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 심지어 대학은 정치적 탄압에서 해방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탄압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1229년에 학생과 일반 시민들 사이에 벌어진 파리대학사태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대학이 어떻게 자유를 위해 싸워왔는지 보여준다. 이 사건은 시민에 의해 학생이 사망했으나, 이에 대한 조처가 일방적으로 시민의 편에 유리하게 내려지자, 파리 대학 전체는 학업을 중단하고 동맹 휴학에 들어갔다. 그러다 결국 1231년, 프랑스 정부 측으로부터 성의 있는 사태 해결의 약속과 더불어 대학의 독립성도 새로이 인정받는 등 정치적 불이익과 소외의 억압으로부터 독립을 얻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회유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태도는 이후 자신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교황청에 종속되는 길을 선택한다. 이는 정치적 권력의 그림자 아래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교회의 ‘학위 수여 및 강의 허용의 권한’에 반발한 대학으로 인해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멀어졌다.

 박 교수는 이러한 대학의 모습에 대해 자유와 특권 사이의 고민을 환기시켰다.
“분명 뚜렷한 방향성 없이 말 그대로 이익만을 추구하려 했다면 그것은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그들이 추구한 자유가 과연 부당한 억압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당화하기 힘든 특권을 획득하기 위한 것인지는 매우 애매하며 이를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그룬트만(H. Grundmann)이 쓴 소책자 ‘대학의 기원’에서 한 말을 인용했다. “외부 세력의 억압과 수 많은 차별을 뛰어넘어 추구하려고 했던 것은 대학의 본질, 즉 학문의 자유를 통한 ‘학문적인 관심’이었다”고 말하며, “그것이 바로 대학의 본질이고 기원이며 오늘날 대학의 위기에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중요한 의미”라고 말했다.

대학·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성찰과 연대를 통한 공감대 형성해야
‘대학 설립의 진정한 목적’으로 바라본 한국 대학의 위기와
인문학의 현 주소를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할 필요

■ 서성이며 자기 자리 없이 방황하는 인문학
 발표자들과 토론자들은 “한국 대학의 위기만큼이나 인문학 역시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상지대 철학과 최종덕 교수는 “지금의 인문학의 현실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반영하기는 힘들다”며 “최근 발표되고 있는 취업률 위주의 대학평가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러한 인문학의 위기의 해결책으로 ‘글쓰기’와 ‘고전읽기’를 제시한다. 최 교수가 말하는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닌 삶의 의미에 대한 성찰과 발전을 위한 작은 단계이다. 교육환경은 성찰의 대상과 비판적인 세계관을 키워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주체성과 덕성을 기를 수 있는 인문교양공부가 진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최 교수는 고전읽기를 통해 “오늘 날, 인문학이 위기에 이르게 된 원인과 역사적 모순, 사회구조적 문제와의 연관성을 인식하는 총체적이고 비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동반 인문학’과 ‘인간 연구의 인문학’을 제시했다. ‘동반 인문학’은 인문학과 과학·산업공학이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인간 연구의 인문학’은 더불어 인간, 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뜻한다. 최 교수는 “지금의 인문학의 위기를 후손 세대로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서 학생 각자의 전공공부와 직결되지 않더라도 미래를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인문교양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뇌 속에 빠진 한국 대학, 미국 대학을 바라보자
 한국의 대학에서 교양교육은  자본의 경쟁과 상업화의 물결 속에 밀려 허울뿐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그에 반해 최근 미국 대학 교육의 프로그램에서는 교양교육을 문화와 사회, 봉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운영한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사회학과 신의항 교수는 먼저 미국 대학교육의 두 가지 기본철학을 소개했다. 첫째는 ‘교육 항존주의’로 ‘언제나 어디서나 꼭 필요한 내용의 교육을 대학에서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로 제시한 철학은 ‘교육 실용주의'로써 ‘학과의 융합을 통한 교육의 통합’이다. 이러한 철학은 미국식 교양교육의 발판이 되었다.

 또한 신 교수는 “미국의 대학이 한국의 대학보다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며, 하버드대학의 교양교육을 소개했다. 하버드대학의 교양교육과정의 경우, 주제를 강조하는 교양교육과정 체제로 운영된다. 이는 학과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주제보다 여러 학문에서의 융통성을 꾀하는 체제이다. 교양교육에서의 좁은 범위의 ‘핵심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해 넓은 의미의 ‘전반적인 교육’인 셈이다. 이 과정은 ‘심미적, 해석적 이해’, ‘문화와 신앙’, ‘실증적 및 수리적 추론’등 총 8개 영역의 교양교육으로 나누어 운영된다. 

 또한 미국의 노트르담 대학의 경우, 봉사 및 체험프로그램의 교양교육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노트르담 대학에는 봉사 및 체험프로그램을 위한 사회문제센터, 시민평등 및 인권센터가 있다. 사회문제센터는 재학 중, 학부학생 80%가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학부 졸업 직후에도 10%의 졸업생이 1년 이상을 봉사활동에 종사하는 체험교육이 실시된다.

 신 교수는 이외에도 학생 자율연구와 학생 주도 세미나 등의 자유교육 체계와 고전읽기 교육 등 노트르담 대학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끝으로 신 교수는 한국 대학의 부족한 점은 “강의실 안에서가 아니라 밖”임을 지적하며 노트르담 대학과 같이 학사지도 전문 인력을 따로 배치해 학생들을 배려하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학사지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일의 대학과 인문학 위기의 해법은 공유다
 학술심포지엄에 뒤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한국의 대학이 가진 역량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또한 대학의 위기에 대해 ‘대학들의 연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양길석(본교 교육학) 교수는 최종덕 교수가 제시한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에 동감했다. 양 교수는 “대학교육에서라도 교양교육을 통해 나와 타인을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는 점을 재인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교육이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 보다 ‘질문이 오고가는 수업’으로 교수들이 가르치는 방법을 넓혀야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견으로 고부응(중앙대 영문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학과 미국의 대학이 가진 역량차이를 지적을 했다. 고 교수는 “신 교수가 발제한 미국의 대학들은 최상위권 대학들인데 한국의 몇 안 되는 대학들을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나머지 대다수 한국대학들이 미국의 하버드나 노트르담 대학처럼 운영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실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신의항 교수는 “한국 대학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하지만 소개된 미국 대학들의 특성 모두를 본보기로 삼겠다는 계획보다는 각 대학마다 특성화가 가능한 교육을 도입한다는 취지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 나아가야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한 청중자는 이종진(서강대 신학대학원 종교철학) 교수에게 “대학의 위기라는 현실 속에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장이 없었다”며 “대학의 위기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서 대학의 연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종진 교수는 대학의 연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인용하여 “연대성은 개념이 아니라 접촉을 통해서 생기는 것”이라며 “문제의식에 대해 사람들과 공유하며 결국에는 대학 당국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