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마술사, '감성'을 외치다
언어의 마술사, '감성'을 외치다
  • 김윤주 기자
  • 승인 2011.10.05 15:30
  • 호수 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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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강연회 - 외화번역가 이미도 초청 영어 특강

 ‘한경희 스팀청소기’로 유명한 한경희(한경희생활과학 대표)씨는 얼마 전 한 뉴스 칼럼에서 이런 말을 했다. “기술력을 중요시했던 이성의 시대는 지나고 이제 인간 자체를 중요시하는 소통과 조화의 감성 시대가 도래 했다.” 최근 들어 스티브 잡스의 ‘감성 리더십’을 비롯해 사회 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입을 모아 ‘감성’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본교에서도 반영한 것일까. 지난 28일, 외화번역가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이미도 선생의 특강이 있었다. 강연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는《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가 처음으로 한국에 강연을 하러 왔을 때 첫 마디가 ‘Come up see me dad’였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가 외국 작가를 따라하며 ‘커멉씨미다(고맙습니다)’라고 하자 학생들이 마구 웃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이것이 바로 언어를 창의적으로 상상하는 훈련이라고 했다. 언어를 창의적으로 상상하는 것은 이 날 강연의 큰 주제이기도 하다.

 그는 강연 중간 중간 갑작스런 질문을 던지며 학생들과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여러분은 가장 중요한 스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잠시 정적이 흐르자 그는 “Respect(존중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곧 창의적인 생각과 가까워지는 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일가견이 있어 보였다.

 ‘CSI’는 미국드라마 “Crime Scene Investigation”의 약자가 아니었다. ‘CSI'는 바로 Curiosity(호기심), Creativity(독창성), Story(이야기), Sense(감각), Sensibility(감수성), Imitation(모방), Imagination(상상력), Innovation(혁신)의 앞 글자들을 따서 만든 그만의 신조어이다.

 그는 'CSI'와 더불어 '3S'를 강조했다. ‘3S’는 Smile(웃음), Sensibility(감수성), Story(이야기)을 뜻한다. ‘3S’ 중 Smile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쿵푸팬더의 눈에 있는 점을 ‘다크서클’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점 두 개를 빼서 흰 백지 위에 둔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두 점을 가장 가깝게 이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직선을 생각했을 것이다. 역시 정답은 예상 밖이었다. 웃는 입 모양처럼 아래로 볼록한 곡선을 두 점 아래 놓은 사진을 보여주며 답을 공개했다. 웃음이 두 점을 가장 가깝게 이어주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두 점은 두 사람을 비유한 표현이었다. 

 강연의 막바지에 이르자 그가 학생들이 가장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영어에 대해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어주고자 그만의 비법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 초등학생용 영영사전 베끼기’였다. 다소 생소해보이는데다, 상상만해도 벌써부터 팔이 저려오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 사전 안에 미국인이 평생 동안 가장 많이 쓰는 단어들이 다 들어있다”면서 “매일 몇 장씩 꾸준히 사전을 베껴나가다 보면 1년 뒤에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언어의 마술사처럼 멋진 말을 남기고 강단에서 사라졌다. “여러분 모두 의 앞날이 또 보고 싶은 영화처럼 되기를”


[참고]이미도 선생은 1993년부터 현재까지 약 18년간 465편의 외화를 번역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영화<쿵푸팬더>, <슈렉>, <반지의 제왕>, <진주만>,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있다. 오늘 강의의 내용들은 그의 저서인《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와 《이미도의 영어선물》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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