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대학통폐합, 대학 구조조정의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연이은 대학통폐합, 대학 구조조정의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1.10.05 15:36
  • 호수 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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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대학 구조조정

지난 8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국립 대학교 통폐합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진행된다.
대학 통폐합의 유형으로는 △교대와 일반대 간의 통합 △동일 권역 내 3개 이상의 국립대학이 MOU를 체결하여 연합대학 체제를 형성하는 대학교 통폐합△유사학과 통폐합이 있다. 교과부는 이를 통해 양적 구조조정을 가시화하고 교육 여건 및 질을 개선하여 연구실적을 제고하고 기반을 확충한다는 성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폐합이 과연 더 질좋은 대학을 양산하여 학생과 학교당국에게 만족도를 가져다 줄지는 의문이다. 현재 교과부가 추진하는 통폐합은 학생을 소외시키거나 지역적으로도 공동화 현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현재의 무리한 ‘대학 구조조정’은 계속 진행되어야만 하는 걸까. 대학구조조정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그럼에도 왜 진행되야 하는 걸까.

국립대 통폐합은 △총장직선제의 폐쇄적 지배구조 △경직적인 학사운영으로 인한 인재양성곤란△불투명한 회계운영△능력 및 업적에 기반한 교수평가 미흡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국립대의 통폐합 중 국립대가 가장 반대하는 부분이 ‘총장직선제 폐지’이다. 이는 총장선출의 정치화로 대학교육과 연구에 소홀할 수 있고, 교수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총장이 소신을 가지고 대학을 개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등의 원인으로 인해 추진되었다.

 이러한 교육부의 조처에 대해 국립대는 충남대학교 김용완 교수회장은 지난 8월, 성명서를 통해 “총장직선제 폐지는 헌법에 규정된 대학 자치의 이념에 위배된다”며 “국립대의 부실은 교과부의 정책에서 비롯한 결과인데 이를 모두 국립대에 전가시키는 것은 문제다”라고 말했다.

 종합대학과 국립대의 통폐합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초등교원수급’ 관련 정부방침을 근거로 시작되었다. 교육대학과 인근국립대의 통폐합으로 전북대와 전주교대, 충남대와 공주교대,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진행 중에 있다.

 교과부는 교대를 국공립대학으로 통폐합하는 것에 대한 지원으로 통합지원금의 일정비율을 교대 관련 사업에 우선 투자하도록 하고, 교수정원에 있어서 우선 배정을 하는 지원을 한다. 또한 통합 후, 일정기간동안 교대학생의 통합 거부감 완화를 위한 일반대 학생의 교대 복수전공 제한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에 대해 교대는 ‘인근 일반대 통합계획 철회요구서’를 통해 “초등교육과로 부전공자, 복수전공자들이 몰릴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원의 질을 높이기는 힘들고 오히려 전문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반값등록금 논란으로 시작된 대학구조개혁은 사립대보다 국립대의 구조개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교과부의 선진화 방안대로 교대와 국립대와의 2~3개의 통합이 진행되면 교사 선발률이 적어 임용률이 저조한 지역교대부터 통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교와 분교의 유사학과를 통폐합하는 사립대의 움직임 역시 활발하다. 그러나 통폐합 대상에 속한 학과의 학생들은 갑작스럽게 닥친 학과의 통합 또는 폐지에 대해 당황스럽다.   중앙대의 경우, 본 캠퍼스, 분교의 캠퍼스, 신캠퍼스의 통합에 대한 후속대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대학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해당 전공의 학생 수도 줄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소속변경 문제도 있다. 새로 개편되거나 사라지는 학과에 속한 학생은 현재 전공수업대신 타 전공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실정이다.

 무리한 구조조정 필요한가 
 앞선 연재에서 말했듯 대학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대학에게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맡기는 것이 절차이지만 자발적으로 퇴출할 대학을 찾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교과부에서 이렇듯 무리하게 부실대학을 정리하고 대학들을 통폐합을 시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학구조조정은 ‘인구수의 절대량 감소’와 연관이 있다. 대학학령인구의 감소로 입학정원이 감소해, 대학이 대학 수나 대학생 수를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 ‘대규모 학부 교육’의 질적으로도 구조조정은 필요하다.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학부생 수는 5,6천여명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학부생 수가 1만 5천여명 이상의 대학이 28개교에 달한다. 이와 같은 대규모 학부체제에서는 질 높은 교육의 제공과 연구활동이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 실질적인 경쟁력은 학생 수를 줄이는 것에 있다.

 앞서 말한 이유로 대학의 구조조정의 당위성은 부여가 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전체대학의 87%가 사립대학인 경우에 발생하는 사립재단의 재정운영문제이다. 영세한 자본으로 우후죽순 대학을 설립한 대학운영자들은 국가 지원없이 등록금으로 대학운영비를 충당했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운영자에게 대학은 ‘자산화’되어 있다. 학생들을 위해 투입되는 많은 양의 돈이 사학재단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학구조조정은 사립대학 학교법인의 불투명한 재정운영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사학재단 재정운영은 학생에게 부담을 전가해
 대학교육에 지불하는 가격이 높다면 질 역시 그와 상응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에는 완전한 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학 운영자들은 등록금 인상에 있어서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면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3~4배 높게 책정해왔다.

 실제로 학생들의 등록금이 포함된 대학의 재정운영은 학생들의 교육의 질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쓰여지기도 한다. 학생들의 등록금의 많은 부분이 국립대와 사립대의 교육재원의 충당비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대학재정은 학생들의 등록금 뿐 아니라 정부, 사학법인, 기업으로부터 지원가능하다. 국가가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국가로부터 사립대학 설립 및 운영권을 위임받은 학교법인이 지원하는 법인전입금, 기업?단체의 기부금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2008년 국립대학 수입의 39%, 사립대학 수입의 65%가 등록금으로 교육재원을 충당해 오고 있다.

 사학재단의 이러한 재정운영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사학재단이 책임져야 할 ‘법정부담금’ 역시 마찬가지다. 사립학교의 법인은 교직원의 후생복리를 위한 ‘법정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상당수 사학법인이 법정부담금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학교경영자가 그 부담금의 전액을 부담할 수 없을 때, 그 부족액을 학교가 부담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한 태도이다. 이러한 법인의 재정부담을 대신하려면 대학 수입의 2/3에 해당하는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들이 대학의 책임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학은 국가에서 지원받은 국고보조금을 산학협력단회계로 이관시키기도 한다. 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이 늘어나도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회계에서 이것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2004년부터 대학이 ‘산학협력’을 강조하며 대학에 지원되는 연구비보조금이 산학협력단회계로 이관되었기 때문이다.

 국립대학 역시 ‘기성회비’를 통해 매번 재정을 늘려왔다. 국립대학 법인화 논의와 맞물려 정부가 국립대학의 수업료와 입학금을 자율화하면서 나온 결과이다. 기성회비는 국립대학 등록금에 포함된 대학자체의 수입에 쓰이는 돈이다. 2002년 이후 4~5%의 수업료 인상률과 달리 기성회비 인상률은 최고 11.2%까지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가운데 국립대학의 수는 13%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체 재정의 40%를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정도가 사학법인과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의 국립대가 경쟁력을 잃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립대학은 국가가 아닌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대학이다. 따라서 사립대학은 국립대학과 달리 독립성은 보장돼지만 사교육기관은 아니다.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의 공적체계에 따라 운영되는 공교육 기관이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재정운영문제는 국립대학과 달리 복잡하다. 국가가 국가교육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사립대학 설립을 허용한 만큼 일정한 재정지원의 책임을 학교법인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립대학의 안정적 재정 운영을 위해서는 학교법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학교법인의 역할은 자율화되어있어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학교법인의 투명한 재정운영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자체적인 견제기구나 감사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독 점적 의사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학교법인 이사회다. 이사회에게는 인사권이 있어 혈연?지연?학연의 인맥을 바탕으로 학교이사회가 구성이 되어 직간접적으로 얽힐 수 있다.

 현재 법인 이사회에 대한 견제장치는 개방이사회와 대학평위원회 제도가 있으나 주요 사립대는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들은 2010년 8월까지 이 제도들을 구성하지 않았다. 또한 사립대는 감사의 사각지대에 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1년에 한 번 감사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자율적 영역에 그친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사립대학 중심체제를 개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고등교육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사립대학 재정의 50% 이상을 정부가 지원하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학의 공공성도 높이면서 정부가 사립대학 등록금 책정에 개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사립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하게 되면 국가의 관리권한이 강화되어 부실한 대학 운영이나 부정?비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사립대학 중심체계를 합리적으로 해체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발전에 대한 정부의 총체적 비전설계가 필요하다. 그러한 설계에 따라 부실대학과 주요대학의 각 상황에 따라 대학 수와 학생 수를 감축해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사립대학 중심체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대학 수를 줄이는 작업을 동시에 하려면 부실대학에 임시이사를 선임하여 대학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게 하고 법적 절차를 밟아 정이사를 선임하고 이를 통해 타 대학들과의 통폐합과 연합대학형식의 재편을 추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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