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희망이 아닌 우리의 희망
그들의 희망이 아닌 우리의 희망
  • 감건규(사회·2)
  • 승인 2011.10.26 16:05
  • 호수 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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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3차 희망버스 참가기

 7월 30일, 워낙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기 힘든 내가 신기하게도 아침 8시에 눈이 떠졌다. 남영역에서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미리 알람 몇 개를 맞춰둔 보람이 있었다. 비록 같이 가는 친구도 없지만 내가 한진중공업의 해고자들에게 무언가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희망버스를 탈 수 있었던 것 같다.

 희망버스가 출발하면서 나는 한진중공업에서 일어난 일들을 들었다. 사측의 대량정리해고와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해고자들과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쉰이 넘는 여성의 몸으로 크레인 위에서 싸우고 있는 김진숙씨의 이야기에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희망으로서 그들에게 도착하길 바랐다.

 휴게소에서 도시락을 먹고 한숨 자다 일어나보니 어느새 톨게이트가 보이고 있었다. 희망버스 관계자가 말하기를 이미 경찰들이 원래 행사하려했던 곳들 중 일부를 막고 있으며 부산에서도 경찰들의 검문이 심하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부산 시내로 들어간 순간 어마어마한 수의 경찰들과 전경버스가 골목들을 채우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모두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그 수를 가늠하고 있을 때 우리는 목적지가 아닌 도로에 내렸다. 이 버스를 계속 타고 가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우리들은 부산의 시내버스에 탑승하였다. 시내버스를 타는 동안 버스기사 아저씨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우리가 내린 곳은 한 성당 앞이었고, 우리는 아직 거리로 나갈 수가 없었다. 희망버스를 반대하는 단체가 조금 수그러들어야 충돌 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는 거리행진을 시작하였다. 경찰들과의 대치상황이나 몸싸움은 없었고 자연스럽게 경찰들이 없는 곳으로 행진방향을 잡았다. 행진이 끝난 곳은 전방에 멀찍이 크레인이 보이는 도로. 경찰들의 바리게이트에서 멀찍이 떨어져 스피커를 통해 저마다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하고 공연도 즐겼다.

 김진숙 씨와의 전화가 연결되었을 때는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으며, 공연을 할 때에 같이 공연을 즐기시던 시민 분들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는 분이 밥을 사주신다고 하여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뉴스에서 희망버스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는 폭력얘기가 나오고 앵커는 있지도 않은 긴장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둘러 행사장소로 가봤지만 이미 그곳은 공연들로 인해 즐거운 분위기였다. 어느 샌가 그 공연들에 빠져 밤을 새고, 이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일찍 가자는 마음에 몇몇은 시내버스에 탔는데, 경찰들의 도로봉쇄가 시작되었다. 안 그래도 돌아가는 길인데다가, 시내 버스엔 희망버스사람들만 아니라 부산시민들도 타고 있어서 시민들은 경찰의 행동에 화를 내며 버스에서 내렸다. 한두 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은 도로를 풀었고 우리는 희망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묻는다. 그 희망버스에 왜 갔냐고. 그 사람들에게 대답해주고 싶다. 같아질 수도 있는 미래의 우리들을 위한 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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