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테이아 - 시오니즘[Zionism]
●알레테이아 - 시오니즘[Zionism]
  • 한누리 수습기자
  • 승인 2011.11.23 16:55
  • 호수 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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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살을 앞둔 아버지가 군인들에게 끌려가면서 익살스러운 표정과 장난스런 걸음으로 아들과 작별을 고한다. 죽음의 공포가 지배하는 나치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은 하루하루를
고역의 노동 속에서 살아간다. 아버지는 아들을 안심시키고 유쾌함을 잃지 않기 위해 이 모든 것을 놀이로 만든다. 관객들은 비극을 희망으로 만드는 역설에 감동한다.

 영화<인생은 아름다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 정책이 빚어낸 한 가족의 비극을 보여준다.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통해‘피해자 유대인’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세 이후 유럽의 유대인들은 나라 잃은 민족이자 그들만의 독특한 종교로 인해 핍박받는 집단으로 살아왔다. 중세판 <인생은 아름다워> 역시 존재했을 것이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 극적인 전환점이다. 현재는 팔레스타인인이 피해자고‘시오니즘’을 따르는 유대인이 가해자로 변모한 것이다. 시오니즘은 19세기 후반 동유럽 및 중부유럽의 유대인들로부터 촉발됐다. ‘시온’은 구약성서에 표기된 고대 예루살렘 중심부로, ‘약속된 땅’을 상징한다. 즉, 시오니즘은‘유대인이 받는 박해와 학대로부터 벗어나, 시온으로 돌아가서 유대인만의 배타적인 국가를 세우자’는 민족주의적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오니즘의 아버지 테오도어 헤르츨은 1896년「유태인 국가- 유태인 문제에 대한 현대적 해결 시도」’라는 팜플렛에서 유대인 국가는 유럽 외부의 저개발국에 유럽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 건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헤르츨이 말하고 있는 유럽국가는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다. 세계 체제를 지배하는 거대 열강의 지원과 승인이 있어야만 국가를 수립할 수 있다는 국제정치적 방법론을 그는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헤르츨은 (제1차)시오니스트 대회에서“팔레스타인 땅에 유대민족의 조국을 건설 한다”는 선언을 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현지 주민들과 공존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오직 유대인의 필요와 강대국의 지원으로 유대 국가를 세우겠다”는 뜻만이 시오니스트들과 전체 유태인 사회에 뿌리박게 되었다.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과 결탁해 팔레스타인에서 제국주의 국가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시오니즘은 유럽 제국 영국을선택했다. 영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의 자금력을 이용해 러시아와 미국을 끌어들인 후적국인 독일을 견제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방의 지배자로 떠오르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영국 정부에 고용된 과학자로 아세톤을 발명해 폭약기술 발전과 영국 승전에 기여한 시오니스트이자 과학자인 바이츠만이 이를 확정 짓는다. 1917년 11월 2 일 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로부터‘팔레스타인 내의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지지한다는 내용의‘벨푸어 선언’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후 시오니스트들은 영국 지배자들의 비호 아래 팔레스타인 지역의 경제력을 독점해간다. 각종 인허가의 90%를 독점하면서 도로 건설, 사해의 광물 개발, 전기, 항만 등을 장악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경제적 고립을 유도해나갔다. 각 도시와 농촌에서는 땅을 마구잡이로 사들인 다음에 아랍인 소작농들을 땅에서 내쫓고 정착촌을 건설해 유대인 자치조
직을 완성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적인 시오니즘의 모습에는 변함이없다‘. 약속의땅’에서유대인만의 국가를 건설하고자 아랍인을 쫓아낸 이스라엘의 태도는 현재의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자국 평화 유지와 테러 방어 등을 명분으로 새로운 패권국가가 된 미국과 공조하며 시오니즘을 발전시켜왔다.

 <인생의 아름다워>의 비극은 팔레스타인에서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특정 인종에 대한 분노로 해결하려했던 나치즘은 팔레스타인에서 시오니즘으로 진화했다. 유대인들이 계속 시오니즘을 선택하는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아랍인과 상생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시오니즘을 버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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