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한숨만… 새내기의 첫 방학
돌아보니 한숨만… 새내기의 첫 방학
  • 오준섭 기자
  • 승인 2009.09.03 12:31
  • 호수 1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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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 잉여 대학생의 방학생활
▲ 지난 방학을 되돌아보며 좌절중인 승수
올해 대학에 입학한 파릇파릇(?)한 새
내기 승수(가명)는 대학생이 되어서
처음 맞는, 매우 길어진 방학에 기대가 크
다. 대학생이 된 승수에게 고딩을 벗어난
대학생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긴 방학!
하계 MT도 있고 곧 있으면 다가오는 종강
에 가슴이 설레어 온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무려 9월 달(!)까지
긴 방학이 시작되었을 때 승수는 꿈에 부풀
어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운다‘. 음 이번 방학
에는 그동안 하는둥 마는둥 하였던 토익도
열심히 하고 지난 방학과는 달리‘주활야
침’의 정상적인 삶을 살고 학기 중에는 못
들었던 강연도 들으면서 모자란 부분도 채
우고 알차게 보내야지’라고 생각하며 방학
과 함께 원대한 꿈을 세운다. 도서관에 가
서《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를
정독하다 보니 점점 방학에 대한 기대감과
환상만 더해져 간다.
방학 첫 주, 그는 역곡역 부근에 위치한 리빙텔에서 지내면서 학교 도서관에 가끔 올라가 조금이나마 토익공부를 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와 함께 보낸다. 지금 시간은 12시, 요즘 들어 네이트온에 친구들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접속하는 시간이다. 친구들에게 뭐하냐고 쪽지를 보내본다‘. 방학 잘 지내고 있나?ㅋㅋ’그러자 해외문화탐방 프로그램차 일본에 가서 매일같이 네이트온이나 주구장창 들어오는 친구한테 쪽지가 온다. "아 일본 와서 잉여생활 중ㅋㅋ 밤에 나가도 할게
없고 물가도 환율 때문에 비싸서 만날 네이트온에나 들어와 있다" 이 쪽지를 받자 승수는‘역시 내 친구는 간지남이야. 해외에서서도 이딴 생활을 하고 있다니?!!’라고느끼며 자신과 동지처지인 친구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또 다른 친구는‘알바 하느라죽을 맛이다 돈의 노예가 된 것 같다’라고
대답한다. 승수는 친구의 말에 자신도 뜨끔하여 알바를 구해볼까 생각하지만 아직은용돈도 남았고 지금 방학시작을 했으니까 구하기 어렵겠지’라고 자기합리화 한다. 그렇게 친구들을 비난하면서‘그래도 난 저 친 보다는 좀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라며 안도감을 느낀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방학 한지 한 달, 승수는 방학을 처음 시작할 때의 계획은 온데간데없이 매일 새벽4시에 자서 오후2~3시가 되어야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승수에게 요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11시~2시 한정으로 판매하는 M사의 런치셋트를 먹는 것이다. 물론 일반학생들 은 원한다면 손에 넣을 수 있겠지만 승수에게는 방학이후부터는 가까이 있지만 너무 나도 아득한 것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더욱 흘러 방학 2달째 어느덧 개강도 3주 앞으로 다가오고 승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사이 속초에 있는 본가에 갔다 온 승수는 반 강제로 떠밀려 토익시험을 신청하고 학교에 가서 토익공부를 하는 중이다. 토익을 쳐서 일정점수 이상 안 나오면 용돈을 끊어버리겠다는 말에 생존을 위해 공부를 하긴 하지만 학교 역시 승수에게는 마음먹고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장소
이다. 물론 성적표 위조같은 것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적표 발송을 그곳으로 신청하라 하셔서 그것도 안 된다. 제3열람실에 자리 잡고 공부에 열중하던중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너 학교지? 나 역곡왔음 오늘 술 ㄱㄱ?”자칭 술의 정령인 승수는 술자리가 몇 안 되는 삶의 낙인 동시에 친구들과 소통의 장치라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를 중단하고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얘기를 한다.“ 나 이번에 알바 못 구했으면 집에서 호적 파일 뻔했음. 알바안하니까 눈치 보이고 집에서 그렇게 놀지만 말라고 구박하고”승수의 친구가 한탄하면서 말한다. “그래도 넌 알바라도하잖냐. 나는 요즘 돈 고갈되고 있다. 다음주 소개팅 하는데 휴...”승수가 고민하며 말한다. 그 후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다 술자리를 마친 후 진서는 친구가 느꼈던 일종의 강박증에 대해서 고민한다. 방학 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는 것, 그자체가 일종의 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무언가 남들에게 뒤쳐지는 것 같고 당장에 군대, 취업, 스팩등 내 앞에서 손 흔들며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산더미인데 난 이렇게 제자리걸음을 걸어도 되는가’고민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승수는‘내일은 오늘과 다르게 뭔가 해야지’이런 생각은 항상 갖지만 결국 아침이 되면 다시 찾아오는 귀차니즘에 정복되고 그렇게 반복되는 악순환을 통해서 방학을 지내 왔다. 어느덧 개강 2일전, 개강을 준비하며 지난 방학을 돌아보던 승수는 자조에 빠져있다. 막상 방학 할 때는 이 기나긴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면서 원대한 계획을 세웠었는데……. 결국 방학이 끝나면서 돌이켜보니 남은 것은 약간 향상된 토익점수,그리고 방탕한 생활에 비어버린 통장잔고와 방학 때 뭘 했지? 하는 허망함뿐이다. 승수는 돌이켜본 방학에 씁쓸함을 간직한 채로 다음 학기와 방학은 이렇게 잉여생활을 하지 않고 새로운 마음으로 2학기를임하겠노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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