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율 3.4%를 환영할 수 없는 이유
인하율 3.4%를 환영할 수 없는 이유
  • 김윤주 기자
  • 승인 2012.02.29 14:07
  • 호수 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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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 중에선 저렴, 학교의 총 인하 금액은 하위권에 머물러
▲ 홍익대학교학생총회 현장 등록금인하를 촉구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방학중에 1,255명의 서명을 확보하여 총회를 성사시킨 것은 놀라운 일이다.

편집자주
 올해 본교는 다행스럽게도 등록금 3.4% 인하를 발표했다. 동결이 아닌 것에 감사하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학생대표자측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이번 인하의 일등공신은 아니다. 교과부의 사업 지원금이 학교 측의 마음을 돌리게 한 열쇠였다고나 할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등심위 자체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를 버리라고 한다. 등심위는 등록금 문제 해결의 하나의 축일 뿐이라고. 그런데 겨우 하나의 축 밖에 안 되는 등심위도 제대로 된 역할이 이뤄지지 않는 본교의 상황은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그 실상을 타 대학과 비교하며 알아보자.

본교 인하율은 사실상 낮은 편

 본교 연평균 등록금은 713만 원 정도다. 인문사회계열 기준 26개 수도권 사립대학순위 중, 본교의 순위는 25위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연평균 등록금액이 754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본교의 등록금은 저렴한 편이다.
등록금이 높은 것으로 상위권에 속한 연세대, 이화여대, 고려대등은 서울에 위치한 대규모 대학(재학생 수 기준)이다. 이에 반해, 본교는 재학생 수가 약 8,000여명 정도로 수도권 중규모 대학(2011년도 재학생 수 기준)에 속한다.

 재학생 수가 5,000명에서 15,000명 규모인 중규모 대학 이면서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의 등록금 인하율을 살펴봤다. 등록금 인하율이 상위권인 대학으로는 명지대 10%, 평택대 8.82%, 상명대 7%가 속한다. 하위권에서는 광운대, 숙명여대, 성신여대가 2%의 인하율을 보였다. 본교는 3.4%로 중위권에 해당된다.
한편 수도권 주요대학과 비교했을 때 본교의 등록금은 낮은 수준이다. 국공립대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사립대학의 경우 고려대 2%, 연세대 2.3%, 서강대 2.4%, 홍익대 1.5%의 인하율에 그쳤다. 본교는 올해 약대 20%, 나머지 성심교정 소속 단대와 의대, 간호대는 3.4% 인하를 발표했다.

 등록금 인하율에 따른 인하금액을 주요 사립대 중 하나인 고려대와 비교했을 때, 고려대가 약 16만 9천 원이고 본교가 약 28만 5천 원이다. 실질적으로 학교가 인하한 금액은 고려대가 약 33억, 본교가 약 23억이다. 사실상 본교의 실제 인하 금액은 중위권에도 속하지 않는다.

 본교의 등록금 3.4% 인하 요인이 학생복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교과부의 사업에 대한 지원금이었다. 만약 인하를 하지 않고 동결이나 인상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해 손해액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본교는 교과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인 학부교육선진화사업(이하 ACE사업), 교육역량강화사업, 입학사정관제사업에서 약 총 49억 원을 받고 있다. 반면 인하를 할 경우, 약 13억 정도의 손실만 있을 뿐이다. 결국 학교 입장에서는 등록금 인하의 방향이 재정적으로 유리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본교는「대학 교육역량강화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올해「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1단계를 통과한 상태다. 현재 이와 같은 조건에 있는 대학들 중에서 본교의 등록금 인하율은 하위권에 속한다. 상위권에 속한 대학의 인하율은 6~8%정도였다. 한밭대 8.4%, 공주대 7.2%, 한국해양대 7%등 대체로 지방 소재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율이 높았다.

 이처럼 본교의 등록금 인하율은 본교와 비슷한 집단의 대학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는 중하위권에 속한다. 언론에 자주 언급되고 있는 주요 사립대의 인하율만 보고서는 본교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본교의 특수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합리적인 등록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등심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본교 등심위 협상에서 자료반출과 녹취 금지돼”

등심위의 독소조항이 학생활동에 악영향 미쳐

 등심위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본교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는 구성 후 단 두 차례만의 회의를 열고 종결됐다. 1차 협상에서는 동결하기로 결정한 후 개회한 지 45분 만에 폐회했다. 학생위원은 모두 학교 측 의견에 순응했으며 반대의견은 없었다. 그 후 2차 협상에서 학생위원들은 학교 측의 주도로 등록금 인하에 합의했다.

  등록금 인하로 종결된 이번 협상에도 한계는 있었다. 본교의 등심위 협상에는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예외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교의 경우 등심위원은 총 12인으로 구성됐다. 교직원 대표 5인, 학생 대표 5인, 외부전문가 1인, 동문회장 1인으로 이뤄져 학생위원과 학교위원의 동수구성은 충족된 셈이다.

 그러나 본교의 등심위는 자료공개(반출), 녹취허가 등이 불가하다. 학교 홈페이지에도 단순 회의록만이 공개돼있을 뿐이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 발표한「등록금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 관련 쟁점」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 인상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생겨도 등심위에서 비밀 또는 기밀로 분류되면 외부에 관련 내용을 발설하거나 논의 또는 자문 등의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즉, 이러한 조항이 등록금 책정 과정에 대해 학생 대표자들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본교 역시 등심위 협상당시의 세부적인 자료를 공개할 수 없도록 제도화가 되어있어 등심위 회의의 자세한 내용을 일반 학생들에게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 본교의 이러한 등심위 예외규정은 각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비밀유지조항이나 학교만이 전문가 추천권 등도 포함되어있기도 하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이런 독소조항들로 인해 등심위를 이어나가는 학생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색내기라도 좋으니 인하하려는 노력 보여줬으면”

본교 등심위 학생위원은 무얼 했나

 본교 등심위 학생위원들의 수동적 태도도 문제다. 학생 대표자라는 학생위원들은 학교 측에 대한 자료공개요청이나 등심위 협상결과에 대해 공고를 하지 않은 점 등에서 무능력한 모습을 보였다.

 한편 홍익대학교 등심위는 지난해 12월 16일 첫 회의를 소집한 이후 총 7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기간 동안 홍익대 본부 측은 등록금 동결을 고집했다. 이에 맞서 등심위 학생위원 소속인 총학생회장은 삭발과 단식투쟁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

 학교 측이 입장을 굽히지 않자 홍익대 일반학생들도 들고 일어났다. 지난 2월 7일에 열린 학생총회가 그 예다. 홍익대 총회의 경우 2011학년도 2학기 재학생 수인 11176명 중에 10%인 1118명이 참여해야 개회될 수 있었다. 방학기간 중 그날따라 최저기온이 영하 11도의 날씨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학생들의 큰 관심 덕분에 무려 1255명의 학생들이 학생총회에 참여해 마침내 개회가 성사됐다. 몹시 추운 날씨 탓에 돗자리를 몸에 두르고 총학생회의 연설을 듣는 학생도 눈에 띄었다.

 이웅재 홍익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방학 중에 학생총회가 성사된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학생총회가 개회됐다고 해서 우리에게 결정권까지 부여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학교 측에게 학생들의 강한 등록금 인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총회 이후 열린 7차 등심위 협상에서 1.5% 인하라는 다소 찝찝한 결과를 얻었다.

 성균관대학교 총학 역시 지난 1월 5일부터 2월 3일까지 한 달 정도 등록금 협상을 벌였다. 1차 등심위 협상에서 학생위원들은 학교 측의 강경한 동결안에 반대하여 20%의 인하율을 제시했다. 그 후 총 9차례의 긴 협상 끝에 2% 인하라는 결과를 맺었다. 이 과정 속에서 총학생회와 일반학생들이 단결하고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학교 측에 등심위의 영향력을 행사한 의의를 지녔다.

등심위가 제 역할을 다하려면

 타대학의 등심위와 비교했을 때, 본교 등심위 학생위원측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지적한 등심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생 모두의 분발이 절실하다.

 특히나 본교와 같은 여건에서는 학생들 스스로의 자구력이 필요하다. 등심위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참여의 장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장을 100% 활용해야 한다.  임 연구원은 “민주적 제도가 발달하면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도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는 학생들이 반성하고 되돌아봐야 할 문제다”라며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등심위에서 학생의 힘이 미약한 현실을 관련 법 개정 등의 조치를 통해 대등한 위치로 조정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임 연구원은 “예외조항을 빌미삼아 자료제출이나 공개를 거부하는 학교가 있다면 철저히 감시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각 대학의 학칙 또는 등심위 규정을 취합?검토하여 등심위 도입취지에 어긋나는 조항을 찾아 이에 대한 개정을 각 대학에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참여연대 이선희 민생경제팀 간사는 “등심위가 동수구성으로 열린다고 해도 학생 측에서는 관련 정보를 확보하거나 사전에 분석할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사전에 등록금 관련 모든 세부자료를 열람, 등사(원본에서 베껴 옮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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