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투표를 위해 집주소를 옮긴다
그들은 투표를 위해 집주소를 옮긴다
  • 김윤주 기자
  • 승인 2012.04.11 17:03
  • 호수 2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대 자과캠, 학생들 주도로 주소지 이전 캠페인 벌여
사진_이건희 기자

<편집자주>
 본교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대부분의 날들을 역곡의 울타리 안에서 보내게 된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교내활동에만 관심사를 한정할 뿐 역곡과 관련한 지역생활에는 관심과 참여가 적다. 실제로 역곡 주변에서 ‘역곡커’로써 자취를 하거나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지역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
 반면, 어떤 대학생들은 주소지 이전이라는 방법을 통해 그 지역의 주민 자격을 얻어 선거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는 사실 이미 원주를 포함한 타 지역들을 중심으로 예전부터 활발히 추진되고 있던 일이었다. 학생들은 이렇게 주소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대학생들이 처한 일자리, 주거, 등록금 등에 관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려해 볼 가치가 충분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인구는 즉 경쟁력, 대학생을 지역 주민으로

 총선을 앞두고 각 지자체마다 대학생을 끌어들여 그 지역 주민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분주하다. 특히 강원도 지역에서는 원주시, 삼척시, 춘천시에서 활발하다. 실례로 작년 원주시는 지역 내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 중 주소를 원주시로 옮길 경우, 학기당 5만원의 장학금을 주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는 인구를 늘려서 오는 총선 때 선거구 분구를 통해 국회의원 2명을 선출하기 위함이다. 이밖에도 삼척시와 춘천시에서는 주소지 이전을 하는 학생들에게 각각 임대아파트를 기숙사로 사용하도록 하거나 기숙사 환경시설 지원, 대학문화촌 조성 등을 협의 중이다.

 이러한 추세는 인구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구가 늘수록 지역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치인을 배출할 수 있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때문에 여러 지자체에서는 대학생 주소 이전 사업에 대해 예산을 몇 억씩 투자하고 있다.

추진 주체에 따라 숨겨진 이면도 있어

 대학생 주소지 이전은 추진 주체에 따라 유형을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지자체가 주도하여 대학생 주소지 이전을 추진하는 곳으로 원주시가 대표적이다. 원주시에 소재한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2000년도에 학교의 지역 내 위상 강화와 선거 투표율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학생들의 주소지 변경을 추진했다. 그 후 원주시와 학교 측의 회의를 통해 주소 전입을 하는 대신 주소 전입 장려금 지급, 기숙사 거주학생 지방세 감면, 기숙사비 인하, 문화행사 관람 기회 확대 등을 조건으로 협의했다.

“수원 갑에서는 성대 학생들이 갑, 표심 잡으려 총력전 펼쳐”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이하 성대 자과캠)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주소지 이전 사업을 추진한 대표적 사례다. 총학생회의 주도로 2002년에 처음 ‘주소지 옮기기 캠페인’을 시도했다. 현재 성대 자과캠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약 4천 여 명으로 이들 중 대부분이 기숙사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 때문에 오는 총선에서도 수원지역 후보들은 이 지역을 눈여겨보며 대학생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은 성균관대 역사를 복합역사로 개발하겠다는 공약 등을 내세우며 학생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주소지 이전을 나서서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인하대는 학교 측에서 기숙사생들에게 주소지 이전을 공지하고 입사 후 14일 이내에 주소이전을 하도록 권유했다. 한편으로는 학교 측이 기숙사생의 주소 이전을 통해 교내 유권자 수를 늘려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등의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우, 기숙사생들은 주소지 이전에 대해 개인의 판단보다 다음 학기 기숙사 입사에 대한 불이익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학교 혹은 지자체의 이익을 위해 주소지 이전 사업을 진행할 경우, 학생들의 선거권이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악용이 될 여지도 존재한다. 또한 주소가 변경되면 기존 주거도시에서 지급되던 생활비 지원 및 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는 데 있어 배제되기도 한다. 때문에 대학생의 주소지 이전에 관한 문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주소지 이전이 대학생에게 주는 의미는

 오늘날 대학과 지역사회는 지역 공동체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본교 주성돈 행정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의 주소지 이전을 정치적 이익의 극대화라는 의미를 최대한 배제하고 지역 및 학교발전을 위한 의미로 다가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주소지 이전을 통해 학교와 학생들의 보편적 교육환경은 더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과 지역사회, 그리고 지자체와의 연결고리를 강화해주는 긍정적 측면을 가진다. 특히 대학 주변의 교육 환경 개선, 대중교통 시설 확충, 전월세 주거문제 등의 문제해결에서 대학생들의 주소지 이전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정책적 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주소 이전에 따른 문제점보단 대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실천이 먼저”

 대학생들의 주소지 이전을 통한 선거 참여의 의의는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는 것에 비해선 다소 소극적인 방법일수도 있지만 정치권과 지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강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민등록법상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하는 선거권 행사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부재자 투표방식은 지방 출신 대학생들의 선거권 행사에 많은 제약을 따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선거방식의 제도적 개선을 위해 대학생들의 주소지 이전도 하나의 필요한 대안이다. 주 교수는 “주소지 이전에 따른 여러 문제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원래 주거지역에서 받던 권리와 혜택보다는 대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대학생들의 적극적 선거권 행사를 통해서 포기해야 하는 권리나 혜택에 대한 보완적 장치를 국가 차원에서 마련한다면 현재보다 더 활발한 주소지 이전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대학생 주소지 이전의 문제는 학생들의 자발적 의견과 수렴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본교에서도 이러한 학생들의 주소지 이전이 실행된다면 그 동안 부천 지역에 소재한 대학으로서 미미했던 본교와 역할과 영향력이 좀 더 강화될 수 있다. 주 교수는 “정체된 부천시의 인구 증가, 시 당국과 본교와의 협력관계를 통한 다양한 학교정책 추진, 학교 주변 낙후 주거환경개선사업 추진을 통한 학생들의 전월세 문제해결 등을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본교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본교의 경우, 선거를 위한 주소지 이전 사업은 학생들에게 매우 생소한 개념일 수도 있다. 기숙사나 자취방으로 주소지를 이전하여 부천 지역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에서 ‘그럴 의향이 없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이유로는 주로 ‘이 지역에서 오래 거주하지 않을 것이다’, ‘절차가 복잡할 것 같고 귀찮다’, ‘정보 부족으로 잘 모르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창연(일어일본문화·2) 학생은 “의향이 없다. 왜냐하면 주소지 이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고 이와 관련한 정보 부족으로 이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정보를 많이 얻게 되고 홍보도 한다면 고려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장희준(생명공학·2) 학생은 “대선과 같이 중요한 선거를 위해서 주소지를 자취방으로 이전할 생각이다. 하지만 절차가 생각보다 너무 복잡하거나 군복무에 관해 문제가 생긴다면 재고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본교 학생 중 실제로 주소지 이전을 한 사례도 있었다. 채연정(컴퓨터정보공학부·3) 학생은 “자취를 하고 있는데 얼마 전 자취방을 주소지로 옮겨서 이 곳 부천시의 주민이 됐다. 오는 총선에서도 이 지역 주민으로서 선거권을 행사할 것이다”고 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