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째 그대로인 임금, 그는 침묵할 수 밖에 없다.
12년 째 그대로인 임금, 그는 침묵할 수 밖에 없다.
  • 김윤주기자
  • 승인 2012.05.09 16:09
  • 호수 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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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 할 수 없어요. 그저 회사에 오래만 다녔으면 해요”
▲ 아침 7시면 본교 용역노동자의 하루가 시작된다. 본교에는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버스기사 등의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메이데이-본교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현장 살펴보기

 매년 5월 1일은 노동자의 날이다. 5월이기 때문에 메이데이라고도 불린다. 하루 전인 4월 30일은 전야제가 열린다. 올해는 서울 시청광장에서 학생과 노동자가 모여 함께 연대를 다지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교의 경우, 사회학과 메이데이 기획단 ‘나비효과’가 노동자의 날을 맞아 강연회를 열었지만 학생들의 참여는 매우 저조하였고 전야제에 참여한 가톨릭대 학생은 본보 기자를 제외하고 4명 정도였다. 우연히도 임시전학대회 날짜와 겹쳐 총학생회마저도 전야제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가톨릭대가 쓰여진 배너 간판은 무척 쓸쓸해 보였다.

 이런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본교의 노동자들에 대해 아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서 이번 기획을 준비해봤다. 본교의 용역 노동자들을 취재하고 비정규직의 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나’도 미래의 혹은 현재의 노동자라는 것을 기억하며 노동 문제를 바라봤으면 한다.

눈 내리고, 낙엽 떨어질까 두렵다.

 눈 내리고 낙엽 떨어지면 보이는 아름다운 교내 풍경. 그 뒤에 묵묵히 눈 쓸고, 낙엽 쓰는 교내 청소 노동자가 있다. 특별한 초과수당 없이 그렇게 일해왔기 때문에 힘들지만 당연한 일처럼 여겨져 있다.  

 성심교정 니콜스관 2층 복도에 세워져 있는 대형 텔레비전과 게시판 뒤에는 숨겨진 방이 하나 있다. 매일 새벽 6시 30분이 되면 청소 아주머니들이 그 방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아침 공기를 맡을 새도 없이 서둘러 집안일을 끝내놓고 식구들 먹을 아침밥을 지어 놓고 나오느라 늘 허둥댄다.

 우리 학교의 청소 노동자는 총 40여명 정도이다. 55세 이상부터 지원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미 대학생 정도의 아들, 딸이 있는 어머니들이다. 나이가 많아 잘린 사람도 있다.

 하루 일과는 바쁘게 흘러간다. 먹고 버린 도시락과 커피 용기들이 쓰레기통 입구보다 높게 쌓여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이 같은 모습이 반복된다. 강의실이나 화장실은 되도록 학생들이 학교에 오기 전 이른 시각에 청소해야한다. 강의실이나 화장실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때, 학생들이 들어오면 괜한 눈치가 보인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일주일마다 돌아가는 식사 당번 두 명이 아까 그 숨겨진 방에서 각자 싸온 반찬과 함께 식사를 한다. 회사에서는 식사 대신 쌀만을 제공한다.

 힘든 점이 있는지 여쭈었을 때, 아주머니는 손을 내저으며 “우리가 그런 걸 어떻게 말해요. 말 못해요”라고 답한다.

 용역 노동자. 회사의 직원인가 현대판 노예인가. 그들은 말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대신 이런 말을 들을 수는 있었다. “가끔 학생들이 아무데나 토를 해놓거나 음료수를 다 먹지 않고 그냥 버릴 때 힘들긴 해요. 이런 걸 학생들이 조금만 신경 써주면 좋을 텐데.”

 청소일은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 게시판이 아닌 벽에 붙인 포스터들을 떼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한 아주머니는 “학생들이 열심히 만든 포스터를 떼기가 마음이 안 좋아 기간이 지난 것만 겨우 떼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강도 높은 노동을 하면서도 쉬는 시간이라고는 오직 점심식사 시간뿐이다. 청소하다가 잠시 강의실 의자에 앉거나 화장실에서 간이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반장이 보기라도 한다면 ‘큰일’이 난다. 취재를 했던 날, 기자와 얘기 중이던 아주머니는 오후 1시 50분쯤 회사에서 서비스 교육이 있다며 그 전까지 청소를 어느 정도 끝마쳐 놓아야 해서 얘기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했다.

“안되면 되게 하자”

 우리 학교의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불편한 현실에 순응하고 참는 듯했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 굴하지 않고 정당한 목소리를 내며 결국 높다란 현실의 벽에 저항의 금을 그은 사람이 있다. 울산과학 대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다가 지난 총선 때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 1번이 됐었던 김순자 어머니다.

 용역업체에서 밥을 제공하지 않고 자신을 비롯한 노동자를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에 분노한 것이 저항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적은 인원이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해 총장에게 직접 식사 제공 등을 주장했고 결국 얻어내자 그 다음번에는 연장 근무 수당을 요구했다. 8시라는 이른 출근 시간도 남들처럼 9시로 바꿔냈다. 휴일 근무 수당도 얻어냈다. 이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나 지하 휴게실에 감금되는 등의 어려움들도 있었지만 조합원들과 함께 용감하게 극복해냈다.

 김 씨는 지난 4월 27일 메이데이(노동자의 날)를 맞아 본교 사회학과 메이데이 기획단 ‘나비효과’ 주최로 열린 강연회의 연사로 우리 학교를 찾았다. 김순자 어머니의 논리는 간단하지만 통쾌하다. “안 되면 되게 하자” 강연회 끄트머리에서 김 씨는 “학생들이 학교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이 사회를 바꾸는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며 교실 문을 나갔다. 

아직 음지에 갇혀 있는 용역 노동자

 대학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용역 노동자 직종은 청소 외에도 셔틀버스 운전, 경비, 식당 주방일 등이 있다. 대개 중간에 용역업체를 끼고 있는 형태가 많은 데, 이는 간접고용 형태이다.

 때문에 학교의 직원과 달리 임금이나 근무 환경 등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 본교의 청소 노동자의 경우, 한 달 임금은 작년 기준으로 약 90여 만 원을 받는다. 울산과학대의 경우는 간접 고용일 경우 한 달에 6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직접 고용인 경우는 250만 원 정도로 거의 4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이처럼 간접고용이냐 직접고용이냐에 따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은 큰 차이가 난다. 중간에서 돈을 가져가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청소 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은 약 4,500원 정도이다.  

 이 뿐만 아니라 사전 통보 없이 잘리는 설움을 겪게 돼도 마땅히 보상받을 길이 흐릿하다. 이들에겐 근무시간, 생활임금, 휴일근무수당, 초과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 상여금 등은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 있다. 당장 최저임금을 받으며 고령에도 고된 노동을 감당해내야 하는 현실이 매일의 연속이다.

 청소 노동자가 언제부턴가 간접고용 노동자 중 가장 조명을 받고 있는 직업계층이 돼있다. 한신대 총학생회장은 공약으로 청소노동자의 권리보장 요구를 내걸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 학교에는 청소 노동자 이외에 경비 아저씨, 식당 아주머니, 셔틀버스 운전기사 분들도 비정규직,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다.

“학생복지 위해 마련한 셔틀버스인데

임금을 올리면 학생들의 부담으로 전가 되겠죠”

 셔틀버스 운전기사는 총 4명이다. 오전 7시에 출근하여 7시 반부터 버스 운전을 시작한다. 한 명은 하루에 13시간, 나머지는 12시간씩 운전을 한다. 10분 간격으로 단거리 노선을 도는데 가끔씩 코너에서 빠르게 튀어나오는 차들 때문에 가슴이 철렁한다. 취재 중에도 기자가 버스에 타 있었는데 승용차 한 대가 학교 안의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내려와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

 청소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식대는 제공되지 않는다. 집 혹은 교내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식사와 관련된 비용 등의 문제는 일체 이들의 몫이다. 이들은 모두 학교에 셔틀버스가 처음 생긴 12년 전부터 일을 해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물가 상승률은 매년 최저 2.2%에서 최고 4.7%까지 지속적으로 증가돼왔다. 최저임금은 2000년 1,600원에서 2012년 4,580원으로 약 3배가량 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은 12년 째 그대로이다.

 기자가 회사 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 물었을 때, 대답은 뜻밖이었다. “학생 복지를 위해 만든 셔틀버스인데 우리가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면 회사는 어쩔 수 없이 버스 요금을 인상해야겠죠. 그렇게 되면 학생들의 부담이 커질 거고. 또 마을버스가 생긴 뒤로 셔틀 버스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을 우리도 뻔히 알기 때문에 임금 인상 요구를 할 수 없어요. 그저 회사에 오래만 다녔으면 해요”

 경비 노동자의 경우, 새벽 6시쯤 출근해 하루 업무의 지시나 전달 사항을 보고 받는 미팅을 가진 뒤 7시쯤 업무를 시작한다. 건물에 따라 업무와 인력 배치가 다르다. 내빈이나 총장, 부총장을 수행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출근한지 12시간이 지난 후인 저녁 6시에 교대를 하게 된다. 순찰은 1시간 30분마다 정해진 구역을 돈다. 점심시간이 되면 국제관 학생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는다. 비용은 경비용역업체에서 내준다. 교내에서 경비 노동자가 식사를 제공받는 유일한 용역 노동자다.

 그러나 임금이나 기타 근무 여건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입을 굳게 다문 건 마찬가지였다. 이들도 역시 회사 측에 어떠한 요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며 입사할 때 회사에서 근로 조건에 대해 학생들이 물어보면 절대 답하지 말라는 굉장히 구체적인 지시까지 받았다는 꽤나 놀라운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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