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선진사례는 없다
비정규직의 선진사례는 없다
  • 장재란기자
  • 승인 2012.05.09 16:22
  • 호수 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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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할 수 없다”라는 체념적 침묵이 지배하는 노동현장

침묵하는 노동자에게 메이데이란.

 김성경 성공회대 사회학과교수는 “메이데이는 노동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때문에 함께 연대하여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소통’은 각 주체들이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에서 수행하는 기능들을 통합 및 조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있다.

 그러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은 각 주체들 간의 ‘침묵’이다. 이러한 침묵 현상을 사회 조직으로 확대시켰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적 침묵’이다. 최근 고려대심리대학원에서 발표한, 정현선의 ‘종업원의 침묵’(2012)논문에 따르면 종업원 침묵이란 조직 환경에 대해 개인이 변화 혹은 바로잡을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지 않고 내적으로 간직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실제로 본교 용역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용역업체에 대한 애로사항에 대해 “잘 모르겠다” 혹은 “말 할 수 없다”와 같은 반응을 했다. 이를 두고 정현선은 침묵의 유형 중 ‘체념적 침묵’으로 분류한다. 체념적 침묵은 조직 환경에 순종적으로 묵인하는 것으로, 침묵 이외에 존재하는 다른 대안에 대한 인식 자체를 줄이고 무심함과 자포자기의 상태로 침묵 행동을 하는 유형이다.

 침묵하는 종업원의 약 26%가 ‘상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 전반적인 문제점을 확인하여 시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춘다. 이는 다른 행위자의 행위를 관찰 한 후, 유사한 반응을 최종적으로 선택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적 전염’으로 침묵이 당연하고, 올바른 행위라고 단정 짓는 풍토를 자아냄에 그 문제점을 더한다.

 이러한 침묵은 노동의 형태 중 고용주와 피고용주 간에 설정된 계약기간에 따라 노동이 이루어지는 비정규직의 경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83.6%가 수시로 대체가능한 단순 업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고용주와 피고용주 간의 침묵을 생존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살아남기

 정규직으로 노동을 행함과 비정규적으로 노동을 행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그 처우에 차별을 둔다. 비정규직의 경우 성과급과 상여급이 적용되는 사업장이 드물기 때문에 실질 수입격차를 크게 하는 요인이 된다. 또한 정규직은 직위, 직무의 성격에 따라 등급을 나눠 임금을 지급하는 호봉제를 취하며, 비정규직의 경우 고정된 임금을 지급하여 근무기간이 늘어날수록 임금의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비정규직 중 청소, 경비 업무와 같은 외주업체를 통한 경우 그 문제점은 더 심각하다. 외주를 하는 이유로는 비용절감 및 경영효율화나 관리의 용이성 등이 있다. 그러나 외주화시 업무방식 효율화 등을 추구하기 보다는 근로자의 급여를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 외주는 경쟁 입찰의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이는 낮은 임금을 제시한 사업자만이 생존하게 되어있는 시스템으로 일원화 되어있으며 최저가로 낙찰된 사업자는 해당 용역노동자의 임금과 처우수준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M기관에 월용역비로 125만원을 제시하였음에도 용역노동자에게 돌아간 임금은 대략 80만원~90만원 정도였다.

비정규직에서의 선진사례?

 그렇다면 비정규직에 선진사례는 없나? 김 교수는 “비정규직인 상태에서 선진 사례는 있을 수 없다”며 “비정규직인 이상 차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선진사례”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서울시와 강원도 교육청이 앞장섰다.

 서울시의 경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113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을 확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임금, 복지 등의 문제를 개선하였다. 강원도 교육청은 서울시보다 2배 이상의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였다. 민병희 교육감은 “사회통합과 발전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시급하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노동자다.

 노동자와 학생들의 소통의 장이 되어야하는 메이데이 전야제에 대학생의 참여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저조해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사고방식은 참여율 저조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대학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이 예상할 사회란 대기업사무직, 공무원과 같은 직종이다. 이 희망 직종들에 대한 공통적인 생각은 ‘머리를 쓰는 직종’이며 노동자의 스펙트럼에 끼워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리를 쓰는 직종’을 포함한 모든 ‘일’은 노동이다.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노동자임을 인지하지 못함은 사무직을 행하는 사람들과 몸을 쓰는 노동 등으로 분리하는 사고 발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 문제에 관심이 저조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메이데이를 맞아 노동의 경계를 분리하는 발상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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