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고백
친구의 고백
  • 이건희 기자
  • 승인 2012.05.23 17:43
  • 호수 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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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래 됐어 내 맘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지 혼자서 괴로워 한지…….>
올해 아우름제 밤하늘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수놓은 가수 2AM의 노래 <친구의 고백> 중 한 대목이다. 이미 짝이 있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애절한 마음과 조심스럽게 그런 마음을 고백하고자 하는 가사의 노래이다.

 고백은 시기와 분위기가 중요하다. 오늘밤 데이트에서 그녀에게 고백하려고 다짐한 남자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처럼 고백을 하기 위해선 시간과 장소, 분위기가 큰 역할을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오는 날 하는 고백은 성공확률이 높다고 한다. 비 오는 날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감성적이 되기 쉽기 때문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낄 확률이 맑은 날 보다 더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본교도 학생들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했다. 그 날은 본교 아우름제 축제 중이었고 학생들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학교가 총학생회를 통해 내년 신입생들부터 변경된 학제개편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언젠가는 진행될 것이라는 불안감만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 되곤 했던 학제개편에 대해 이 시점에 학교가 능청스럽게 고백한 것이다. 마침 그 날은 비가 왔지만 그 고백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고백을 대신하는 일은 드물다. 일반적으로 직접 상대에게 진실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고백의 도리이다. 하지만 학교는 너무 부끄러움이 많은가 보다. 일반 학생들은 학제개편에 관한 학교의 전달사항을 간접적으로 학생회 친구나, 학과·부의 공식 SNS 등으로 비로소 확인 할 수 있었다.
총학생회는 17일(목) 축제 중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약 2분간의 침묵으로 고백에 대응했다. 학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비의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었을까. 솔직하고, 대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학생들 다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백이 실패로 돌아가고 나면 서로의 사이가 껄끄러워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서로가 편안한 처음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내용이 어찌되었건 성공 가능한 교묘한 시기를 찾는 것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가며 점차 다가서는 것이 고백의 기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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