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이건희 기자
  • 승인 2012.06.08 19:34
  • 호수 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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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 번 쯤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혹은 자신보다 먼저 삶을 살아 온 이들에게 교훈을 듣고 생활방식을 바꿔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할아버지는 평소에 말수가 적으신 점잖은 신사다. 남에게 피해 한 번 주지 않고 살아 오셨고 항상 떳떳한 분이셨다.

 그런 할아버지도 후회 없이 인생을 살아온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될 즈음 나를 옆에 앉히곤 나지막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할아버지 자신은 남에게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한 번 봤던 사람을 다시 봤을 때 먼저 인사하고 다가가지 못했다며, 너는 그러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평소에 과묵하신 할아버지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교훈을 주셨기에 나는 항상 먼저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지난 2일 세 교정 등반대회가 열려서 나는 사진취재차 참가할 수 있었다. 성의교정, 성신교정 분들과 인사를 하며 북한산을 함께 올랐다.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분들도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 나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북한산 둘레길에는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서로 먼저 다가가 인사하기 바빴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교 성신교정 학생들이었지만 모든 가톨릭대 학생과 등산객들은 인사를 받고 환한 미소로 서로 답했다. 인사의 시작은 어려웠다. 하지만 하산할 때는 인사를 먼저 시작하기 바빴다. 인사는 안부를 묻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의미로 작용한다. “당신은 나를 받아 드릴 준비가 되어 있나요?” 지구 반대편에선 서로의 손을 잡으며 볼에 입을 맞추고, 추운 위쪽마을에선 서로의 코를 비비고, 불교의 나라에서는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인다. 서로 다른 인사법이지만 같은 효과를 낸다. 받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고, 새로운 사람을 받아드릴 준비를 할 수 있다.

 할아버지의 말대로 해보자. 누구나 인사 받을 준비는 되어 있지만 먼저 인사 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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