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노동시장 나무에서 떨어진다
경제도 노동시장 나무에서 떨어진다
  • 장재란 기자
  • 승인 2012.09.18 23:49
  • 호수 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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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교 사회학과 조돈문 교수 인터뷰
▲ 조돈문 교수 (사회학 전공) 현>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비정규직 탄생 배경은?

 사실 비정규직은 97년, IMF시기 이전부터 존재하는 개념이었다. 비정규직으로 근무하였던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비정규직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던 중, IMF가 터졌다. IMF로 하여금, 기업들은 고용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새로 채용하는데서 오는 거래비용보다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인력 감축을 할 수 있는데서 오는 경제적 이익이 크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을 한 기업은 법 규정과 사회를 보았다.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법적,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했고 이들은 비정규직에게 칼을 들었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 이후, 정규직을 중점으로 사회적 안정망을 확충하는 정책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이가 차별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동일한 노동에 동일한 임금을 주어야 하는 법이 제정됨에 따라 이를 피해가기 위해, 정규직이 일하는 분야와 비정규직이 일하는 분야를 나누었다. 비정규직의 업무를 대체 가능한 업무로 분리시켜 해고의 가능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이들에게 적용되는 저임금의 문제도 야기하였다. 최근에는 공기업 사유화를 통해 정규직마저 해고하고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워 넣어 비정규직의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의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 상황을 비추어 봤을 때 경제학 이론에 위배되는 것이 있는가?

 인적자본론을 들 수 있다. 우선 인적 자본이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 지능과 같은 선천적 자본과 교육, 훈련을 통해 습득된 지식, 기술과 같은 후천적 자본을 말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커지므로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과는 다소 위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노동시장은 분절된 양상을 띤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남자는 남탕을 가고, 여자는 여탕을 간다. 여자와 남자가 남탕과 여탕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것은 그 사이에 그만큼 두꺼운 벽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시장도 이와 마찬가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두꺼운 벽이 자리 잡고 있다. 벽은 분절의 경계가 엄격하여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정규직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를 띠고 있다. 결국 인적자본론과는 다르게 선천적인 자본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후천적인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객관적 지표인 실업률도 주관이 개입된다?

 실업자의 종류 중에는 ‘실망실업자’라는 개념이 있다.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아예 포기한 경우로, 경기침체로 취업가능성이 낮거나 조건이 맞지 않아 일시적으로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서 퇴장한 노동력이다. 취업가능성이 적어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일자리가 생기면 언제라도 취업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나타낸다. 이 사람들은 실업자라고 말하지만 실업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설사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기관이나 기록에 남지 않는 활동은 실업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정부와 기관에서 발표하는 실업률은 실업자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 아니다. 실업률을 계산하는 정부와 기관은 실업자와 현재 규모가 큰 비정규직이 되도록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 건강한 사회인 듯 발표한다. 실제로 유럽에서 실업자 모두를 포괄하는 식으로 실업률을 잡으면 실업률이 대폭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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