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익숙함을 위해
마지막 익숙함을 위해
  • 이경태 기자
  • 승인 2012.09.19 01:23
  • 호수 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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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학대회가 열리기 직전인 5일 오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경기 결과를 확인하며 한량없이 마우스를 눌러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른쪽 구석에서 기다리던 한 기사의 제목이 야구에게서 내 눈동자를 뺏었다.

<앞으로 이효리·문채원 ‘술 광고’서 술 못 마신다>
 
 이효리라던지, 문채원이란 여자 연예인의 이름도 무의식적으로 내 마우스를 끌어당기는 데에 한 몫을 했겠지만, 아니, 술을 홍보해야 하는 술 광고에서 배우더러 술을 마시지 말라니. 광고 계약 위반이라도 한 건지, 혹시 재계약 협상이 틀어졌는지.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클릭했다.

 보건복지부가 10일에 술과 담배에 관해 광고를 규제하고, 몇몇 장소에서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법안을 입법할 것이란다. 빠르게 통과되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뭐 세상이 흉흉해지고 음주 범행이 판을 치니 그러려니 싶었다. 그렇게 무심히 읽어 내려가던 중, 졸고 있던 내 오감을 쇠망치로 때리는 듯한 문장을 읽었다. ‘대학·대학교를 포함한 주류 판매 및 음주 행위를 금지한다.’

 본격적인 개강파티가 시작됐던 지난 주, 페이스북을 통해 개강파티 현장이 생생하게 중계됐다. 한 친구는 술자리에서 무아지경이 되었던 듯 끊어졌던 필름을 이어붙이며 절규했고, 다른 친구는 떡이 되어버린 친구를 바래다주며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이러한 ‘리얼 버라이어티’스러운 상황이 비단 개강파티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열린 아우름제가 오버랩 되며 상황이 되풀이된다는 것을 느꼈다. ‘술 예찬론자’인 필자는 이 상황들을 어딜 가나 꼭 있는 현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열릴 ‘금주 축제’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전체 동아리 대표자 회의에서는 다맛제 일정이 발표되었고, 모든 동아리들은 곧 있을 다맛제 준비에 분주하다. 아마도 이번 다맛제가 운동장 주점에서 마음 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마지막 축제가 될 지도 모른다. 1학기 학점에 ‘멘붕’됐던 학생들이나 장학금에 사활을 걸기로 한 학생들, 너나 할 것 없이 곧 열릴 마지막 ‘익숙한 대학 축제’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표에 심취해서 마지막 익숙함을 포기하다간 후에 그 하루가 너무 아쉬웠단 생각이 들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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