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앞에서 작년의 나를 돌아보다
입시 앞에서 작년의 나를 돌아보다
  • 이은경 기자
  • 승인 2012.10.05 02:17
  • 호수 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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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적북적, 학교가 오랜만에 교복 입은 학생들로 붐볐다. 9월 16일 일요일, ‘논술시험 및 수시지원현황’의 기사에 넣을 수험생 인터뷰를 하기위해 학교에 왔다. 12시가 가까워지자 니콜스관과 마리아관 사이를 학부모들이 가득 메웠다. 고등학생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괜히 설레서 마리아관을 기웃기웃 거렸다. 학교 야구잠바 입은 나를 학부모들은 신기하게 쳐다봤고, 괜히 가톨릭대학교 학생임에 뿌듯해졌다.

 정확히 12시가 되자 니콜스관 문이 열렸고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터뷰를 시작해야 하는데 발걸음이 무거웠다. 시험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의 얼굴에는 아쉬움, 안도감 등의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있었다.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부탁하기가 민망하기보다 미안했다고 해야 맞는 말 같다. 고개를 푹 숙이고 가는 한 남학생을 붙잡았다. “안녕하세요. 가톨릭대 학보사 이은경 기자라고 해요. 잠깐 3분정도 인터뷰 가능할까요?” 학생은 수줍어하며 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학생은 절실한 표정으로“가톨릭대에 정말 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작년엔 나도 저 학생처럼 간절함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니. 나에겐 추가합격의 기다림도 없던 탓일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하듯 대학교에 쉽게 들어온 기분이다. 게다가 학교에 대한 불만도 늘었다. 점점 다른 학교와 비교는 물론이며 학교에 대한 만족과‘애교심’은 어디로 숨어 버렸을까.

 그런데 인터뷰를 하며 우리학교에 오고 싶다는 학생들의 소망을 들으니 그동안 소홀히 생각했던 학교에게 미안해졌다고나 할까. 학기 초에‘가부심’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땐‘이게 무슨 허세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취재를 하고나니‘가부심’이라는 이 단어, 은근히 마음에 든다.

 작년의 나와 같이 수시의 두근거림을 가지고 있을 학생들에게 이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어느 학교를 진학하게 되던 네자신과 주변을 사랑하라고. 네 인생에 있어서 주인은 대학이 아니라 너임을 기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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