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가의 본질을 찾아서
교육평가의 본질을 찾아서
  • 양길석(교직과정) 교수
  • 승인 2009.11.11 19:58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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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연구실

평가(󶑿�價)란‘가치를 매기는 것(행위)’으로 사전적으로는 ‘어떤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가치 매김 혹은 가치 판단에는 그 대상이 있기 마련이며, 무엇이 혹은 어떠할 때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가치 매김의 대상과 판단의 근거가 ‘교육’일 때 교육평가의 개념이 형성된다. 교육과 평가가 결합되어 교육평가가 된 이상, 교육평가는 교육의 제반 현상 및 활동을 대상으로 가치로움을 평하는 활동이며, 그 본질은 교육을 위한다는 데 있다.

그런데 ‘평가’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학교 시절 숱하게 치렀던 시험, 대학입학시험, 취업관련 시험 등 다양한 시험이 연상되고, 좋고 상쾌하기보다는 거북하고 긴장되며 유쾌하지 않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빨리 끝내고 싶고,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나 느낌은 교육평가의 본질이 아님에도 우리 학교교육의 잘못된 평가 관행이나 불쾌한 개인적 경험 등에 기인하여 계속 고착되는 듯하다. 우리의 교육평가는 선발이나 분류를 위한 행정적 기능에 치우쳐, 무엇을 잘 하고 못하는지 대한 정보보다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정보 제공에 평가의 초점이 맞추어져 왔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 한다’와 ‘수영을 잘 한다’라는 문구를 떠 올려 보자. ‘공부를 잘 한다’에 대해 보통‘석차 혹은 등수’를 떠 올리는 반면, ‘수영을 잘 한다’에 대해서는 ‘빠르다’, ‘ 멀리 간다’, ‘ 여러 가지 영법을 구사한다’, ‘ 폼이 멋있다’ 등의 능력의 내용을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가끔 박태환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행위에 대한 평가 정보임에도 이것이 주는 교육적 가치는 다름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와 같은 정보는 그 학생의 위치 정보만을 주기 때문에 ‘좀더 열심히 해!’라는 말 밖에는 다른 교육적 처방을 하기 힘들다. 물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무용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영의 예처럼 공부에서도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평가가 될 때, 이에 근거하여 부족한 부분을 매우고 잘 하는 것은 심화시키는 교수∙학습을 유도할 수 있을 때, 교육평가의 본질이 살아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육평가의 본질 구현을 위한 목소리는 계속 있어 왔다. 단순한 지필검사 위주의 평가에서 다양한 평가방법의 활용으로, 일회적 평가보다 는 지속적∙다면적 평가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에 대한 부분적인 실천이 있었다.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 현실에서 평가 실제가 변화되기는 쉽지 않지만, 이러한 교육평가의 방향을 견지하고자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학생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평가 분야의 연구 또한 맥을 같이 한다. 인간의 능력을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재기 위한 평가방법과 검사 및 측정이론에 대한 연구는 전형적인 연구영역으로,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평가 본질 구현을 위하여 최근에는 학생의 인지적 오류를 파악하여 이를 교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인지진단평가, 학생 개인의 능력 수준에 부합하는 평가를 통해 교수∙학습을 개선하려는 맞춤형 평가, 그리고 컴퓨터화 검사 등의 연구∙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또한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이나 프로그램 등에 대한 평가가 확대됨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 평가, 특히 메타평가 영역도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메타평가란 ‘평가에 대한 평가’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활동이라 볼 수 있다. 평가의 목적이 타당한가, 평가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평가가 설계되고 실행되었는가, 평가로 인한 긍정적∙부정적 효과는 무엇이었는가 등이 메타평가의 핵심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양호할 때 교육(특히 교육주체)을 위한 평가라는 본질 추구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메타평가의 중요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교육평가 활동이 ‘바람직하고 유익하며 보람 있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교육평가 분야의 학문적∙실천적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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