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마지막 편지
<우수> 마지막 편지
  • 최성묵
  • 승인 2012.11.30 05:00
  • 호수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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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은 소록도로 봉사활동을 가고 있다. 조수석에는 사랑하는 아내가 경치를 바라보고 있고 뒷자리에는 사랑하는 아들이 새근새근 자고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가슴 아픈 기억을 지워버릴 수 없는 소록도, 그 아픔은 나에게도 큰 아픔이기에 절대 잊을 수 없는 역사이기에 오늘 내 아들 창민이 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한다.

1장

 꽃샘추위도 지나가고 따듯한 기운으로 대지를 감싸고 있는 봄, 그런 봄에 익수는 간호원장의 지시로 땀을 흠뻑 적시며 나무를 하고 있다. 하나, 둘 쌓여가는 나무를 보여 익수는 그래도 오늘은 좀 쉴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멀리서 사람 한명이 개거품을 물며 쓰러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보게! 이보게! 무슨 일인가!” 하며 뛰어가는 익수는 쓰러진 사람이 의식이 없자 등에 들쳐 없고 간호원장에게 데려간다.
 간호원장에게 쓰러진 사람을 데려가자 간호원장은 익수의 귀싸대기를 올리며 소리친다.
“야이 조센징 새끼야 내가 나무해오라고 한건 어쨌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 사람이 갑자기 길가에 쓰러지는 바람에...” 익수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 새끼 내려놓고 너도 나가 너 좀있다 보자” 간호원장은 눈을 부라렸다.
 잠시 뒤 그 사람을 어찌 했는지 간호원장이 익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조센징 감금실로 따라와” 평소 감금실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익수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간호원장에게 애원했다.
“한번만, 한번만 용서해 주십쇼.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하지만 간호원장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감금실로 앞장서서 걸어갔다.
감금실은 소록도에서 일본인들이 한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관수술과 고문을 했던 곳으로 소록도에 감금된 한센병 환자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런 지옥 같은 곳에서 간호원장은 자기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익수가 괘씸하다며 정관수술을 했다. 정관수술을 당한 익수는 그 다음날 회복하지도 못한 채 또 다시 중노역에 끌려나왔다. 인간으로써의 회의감과 남자로써의 존재가치에 대해 갈등을 느끼고 갖은 고통과 발열으로 정신이 혼미해지던 익수에게 어제 쓰러진 사내가 눈을 글썽이며 다가왔다.
“자네 괜찮은가? 어제 얘기는 들었네 정말 미안하네,”
“아닐세, 사람 목숨이 먼저지” 익수는 애써 태연한척 했다.
“난 그래도 괜찮은 편이네 밖에 마누라랑 자식이 있잖은가, 자네는 처자식이 어떻게 되나?”
“나는 없네 아직 총각이야” 부끄러워하며 사내가 말했다.
“그렇단 말이지? 내 여기서 나가면 꼭 각시하나 소개시켜줌세, 그러니 절대 죽지말어 우리 같은 문등이들은 세 번 죽는 다고 했네, 이 문등병이 첫 번째요. 죽어서 갈가리 찢기는 게 둘째고, 불태워 버리는 게 세 번째네 그런 꼴 당하기 시르면 절대 여기선 죽으면 안 되네”하며 익수는 분노를 삭이느라 어금니를 꽉 물었다.

오랜 시간 강제노역을 하며 전국의 수많은 나환자들이 소록도로 강제 이송되었다. ‘나환자 낙원 건설’ 이라는 꿈을 안고 소록도로 붙잡혀 온 많은 나환자들은 계속되는 강제노역과 폭행에도 불구하고 언젠간 인간답게 살날이 온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익수 또한 나병이 치료되고 밖으로 나가면 가족들과 함께 살날들을 꿈꾸며 지옥 같은 하루를 버텨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뻘 되는 어르신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듣게 되었다.
“우린 다 뒤질겨 다 뒤지는거여”
익수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어르신이게 물었다.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성가시다는 표정과 분노의 찬 표정으로 어르신이 대꾸했다.
“니 놈도 그놈의 희망, 희망 거리고 있는 놈이냐? 희망? 그런거 없어 어차피 우리는 다뒤져 맞아 뒤지는 배곯아 뒤지든 쥐새끼 마냥 뒤지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익수는 다시 한 번 물었다.
“감금실, 이제 거기서 부랄 자르고 시체자르고가 끝이 아니여, 사람 산사람을 가지고 실험을해 쥐새끼마냥 거기 들어가면 태반이 죽어 살아나오더래도 죽는 거만 못한 병신마냥 사는 거여.” 익수는 분노로 주먹을 꽉 쥐었다. 얼핏 알고 있었지만 일본 놈들이 우리들을 데리고 생체실험을 한다는 소문을 듣게 되자 분노로 온몸을 치떨었다.
“그래도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지 않습니까?”
“허이 아직도 아직도 이런 놈이 다있네 그려, 이놈아 저 백사장에 과일 처먹겠다고 나무 심으면 어떻게 되는가”
“다 헛수고 아닙니까?” 의아해 하며 익수가 얘기했다.
“그래 그런게 희망이다. 다 모든 것이 헛된게 희망이야”
“어르신 그럼 저 바위에 꽃이 피는게 가능합니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여 불가능 하지 암”
“예 어르신 불가능합니다. 저는 불가능한 것을 알고도 가능하다고 믿는 것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 전 아직 희망은 못 버리겠습니다.”하며 익수는 씁쓸한 뒷모습을 남긴 채 다시 강제노역을 하러 갔다. 

2장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사건사고 없이 일상의 나날이 지나고 있었다. 소록도에서는 아니 소록도의 나병 환자들에게는 일본인들의 핍박과 강제노동은 일상에 지나지 않았고 간헐적으로 감금실에 끌려가는 이들과 죽어서도 검시실에서 해부되는 이들은 특별한 사건이라 할 것도 없는 일상일 뿐이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강제노역에 끌려온 이들이 굶주린 배를 잡고 노동을 하고 있던 중 익수와 갖은 핍박과 극심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덩치가 산만한 사내가 몰래 도망쳐 나무그늘 아래서 꿀 같은 휴식을 맛보고 있었다.
 “아 궐련하나 시원하게 빨았으면 소원이 없겠구먼, 없는거 아는데도 묻는 건데 자네 혹시 궐련하나 있나?” 덩치 큰 사내가 스스로도 어이없어하며 익수에게 말했다.
 “에이 왜 이러세요. 아시는 분이 저도 궐련하나 시원하게 한 입 하고 싶습니다.” 익수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탄식하고 있었다.
 “자네 그 소식 들었나? 일전에 일본 놈들끼리 심각하게 얘기하기에 엿들은 게 하나 있는데....”덩치 큰 사내는 마치 주위에 다른 이라도 있는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익수는 못내 궁금해 하며 사내와 같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소식이길 레 그렇게 살금살금 입니까?”
 “그게 말이야 요즘 들어 일본 놈들 전쟁이 여간 신통치 않은 거 같단 말이지, 자기들끼리 수군수군대고 행여나 누가 들을까 조바심을 내더라고”
 “에라이 망할 놈들 망하려면 얼른 망해버리지, 근데 그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무슨 소용이나 있습니까?”익수는 궁금했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쎄다. 그것까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래 뭐 우리 같은 놈들에게 뭐 있겠냐? 우린 그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흙먼지 같은 처지인데....” 사내의 말에 익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처지에 큰 변화가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 우울한 얘기는 이쯤하고 다시 일이나 하러가지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야, 자네야 뭐 이제 자를 것도 없지만 난 아직 달려있으니 조심해야지” 사내는 익수를 보며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얘기했다.
 “예예 갑시다. 전뭐 이제 무서울 게 없지만 형님은 아니니까요.” 익수 또한 사내를 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요즘 소록도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소록도뿐만 아니라 전국토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겠다. 일본군들의 움직임과 독립군들의 움직임이 부산하기가 이를 데 없는 나날이었다. 그 날도 여지없이 소록도의 환자들은 일본인들의 핍박을 받으며 어떤 이는 나무를 하고 어떤 이는 땅을 파고 어떤 이들은 돌을 나르고 있었다. 시체였다. 이말 밖에는 이들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이들 모두가 못 먹은 탓인지 고생을 한 탓인지 병 때문인지 극도로 말라있었고 인간의 눈빛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초점이 없었다. 그 순간 어디 한구석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이어 일본어로 갖은 욕설과 매서운 칼바람이 마른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와 비슷한 채찍질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당연했다. 일본인들 앞에서 나병 환자들이 장작더미를 무너뜨렸으니 채찍질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묵묵히 칼바람을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의 눈빛만을 달랐다. 익수와 함께하고 있던 덩치 큰 사내, 바로 이춘상의 눈빛은 매섭게 변하더니 일본인들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원장새끼는 죽인다. 반듯이 내손으로 죽인다.”

 오랜 시간 일본인들과 함께여서 그런 것인지 타고난 눈칫밥이 있어서 인지 익수와 춘상은 일본인들 감시를 피해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짓도 못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고생하는데 나만 편히 쉬고 있으니 영 마음이 편친 않습니다.” 익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지 말고 쉴 수 있을 때 쉬어둬 어디 저게 우리 좋으라고 하는 일인가 난 일본 놈들 위해서 조금이라도 일하기 싫네” 춘상은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렸다.
 “조금만 기다리게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저 원장놈 그놈은 반듯이 죽일 터이니”
 “형님 그러다 누가 듣습니다. 무슨 수로 저놈을 죽입니까?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저도좀 알려주십쇼.”
 “조금만 기다려보게 조금만 곧 기회가 올 터이니”
 “휴 기다려보죠. 이제 슬슬 다시 일하러 갑시다 형님” 익수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엉덩이를 털며 자리를 일어났다.

1942년 6월 20일, 소록도에 사람들이 갇힌 지 많은 시간이 흘렀고 시간만큼 그들의 희망 또한 나날이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이날만큼은 그들은 희망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수호원장은 자신의 동상을 세워 소록도 원생들에게 참배를 정기적으로 시키고 있었다. 이날은 원장의 동상에 참배를 하는 정례 보은감사일이였다. 춘상은 오래전부터 이날을 노리고 있었다. 참배를 하는 날 원장의 경호가 가장 약해지는 날, 반듯이 원장을 죽이겠다며 몰래 가슴에 식도를 품고 밤잠을 설쳐가며 마음을 굳게 다지고 있었다.  원생들 약 3천여 명과 함께 동상 앞 광장에 서 있다가 동상을 향해 올라가는 원장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새끼, 너를 이렇게 밖에 못 죽이지만 이렇게라도 널 죽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소리치며 원장의 오른쪽 가슴에 식도를 밀어 넣었다.
 익수는 놀란 토끼눈이 되어 그 광경을 지켜보며 그 날의 대화를 생각했다. 그 자리에 있던 원생 3천여 명 뿐만 아니라 주위의 일본인들도 몹시 놀라 이춘상을 즉시 포박하여 끌고 갔다. 원장은 그 날 늦은 오후 과다출혈로 인해 끝내 죽고 말았다. 춘상 또한 법정으로 끌려갔고 법정에서 당당하게 살해 동기를 밝히고 의연하게 태산과 같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 들였다. 이날 이후 많은 한센인 들은 가슴의 불꽃을 지폈다.

3장

 한센병이라는 죽음 보다 못한 병을 안고 사는 그들에게는 오직 복종뿐이었다. 자신들을 이런 조그마한 섬에서 나마 살려준다는 것과 일본인들의 무차별적인 폭력은 이들의 뼛속까지 절대복종을 심어 놓았었다. 혼란이었다. 그들 또한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는 혼란을 가슴 속 깊숙이에서 느껴졌다. 이춘상의 죽음은 이들에게 한줄기의 희망을 보여 주었다. 자신들은 복종만을 위해 일본인들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자신들의 의지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이춘상 사건이 있은 뒤부터 소록도 환자들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조금씩 조금씩 커져 갔다. 아무도 모르게 눈치 챌 수 없도록 마음속부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가 두세 명씩 짝을 이루어 자신들의 의지를 확인하고 확고히 다지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스스로 알 수 있었다. 결국은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더 이상 그들에게는 이춘상과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모든 사회에 대한 제도에 대한 혁명과 개혁은 똑같은 규칙이 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뜻이 일치하더라도 모든 준비가 되어 있고 이제 나서기만 하면 되더라도 주동자, 그 혁명과 개혁을 주도 할 수 있는 주동자가 없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익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이도 아닌 자신과 몰래 농땡이를 피우던 춘상형님이, 궐련하나 시원하게 빨고 싶다고 농을 주고받던 춘상형님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에 심심찮은 충격을 받았고 사색에 잠겨있었다. 두세 명씩 짝지어 혁명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익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이도 없거니와 아직 까지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익수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수호원장의 동상 앞에서 참배를 드리는 일을 주기적으로 하던 한센환자들은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수호원장이 죽었고 일본군대에서 수호원장의 동상을 군수물자로 활용한다는 명목아래 군인들을 보내 철거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군인들의 지시 하에 한센환자들이 노역을 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춘상씨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익수는 다른 이의 생각을 듣기 위해 옆에서 삽질을 하는 환자에게 질문을 했다.
 “대단하지 대단하고말고, 난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구먼 그 눈빛 그 말투, 보이지 않는 그의 의지까지 아직도 눈에 선하는구먼”
익수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신 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한센병환자들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때였다. 수호원장의 동상을 옮기는 과정에서 동상이 아슬아슬 하게 자리 잡고 있더니 결국은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지면서 내는 굉음과 그 밑에 깔린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노역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 상태가 되었다.
“이 조센징 새끼들아 일 똑바로 안하지?” 하며 일본 군인이 워커발로 그 주변에 환자들을 걷어찼다. 많은 일본 군인들이 달려오고 환자들을 동원해 수호원장 동상을 치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동상의 크기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인력으로 동상을 치우는데 힘에 부쳤다. 그럴수록 시간은 흐르고 그 밑에 깔린 몇 명의 환자들과 2명의 일본군인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저놈의 수호원장은 죽어서도 우릴 괴롭히는구먼” 조금 전 익수랑 대화를 나눈 이가 혼잣말로 중얼 거리고 있었다.
 “이춘상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없겠지요?” 익수는 그이에게 물어보았다.
 “모르지, 그런 이가 나타나기만 기다릴 뿐”
 “이익수입니다. 형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최상민일세”
 “예 형님, 그런 이가 나타나기를 같이 기다려 봅시다.” 익수는 차후에 일을 벌일 때 상민이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했다.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는 그런 뚝심이 비치고 있었다.

 춘상의 일이 있고나서 익수가 일을 계획 한지 시간이 많이 흘러있었다. 틈틈이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익수와 상민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았고 경비를 피해 밤에는 자세한 작전회의 까지 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상민의 도움이 많이 컸다. 그동안 상민은 많은 사람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고 간혹 일본인들과도 너스레를 떨며 친하게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익수와 상민은 이 일이 너무나 위험하고 자신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신식총과 일본도를 항상 차고 다니는 일본인들을 운이 좋으면 곡괭이와 삽자루로 그나마 안 되면 맨주먹으로 싸워 이기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자살행위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이렇다 할 방안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긴급호출과 함께 환자들을 채찍으로 때리며 일을 시키는 일본인들이 모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뭐야 무슨 사단이라도 낫는가?” 상민은 눈빛을 반짝이며 일이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글쎄요. 이렇게 갑작스레 소집되는 일이 없었는데.... 일단 지켜봅시다.” 익수도 아직까지는 상황파악이 안돼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청천병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자신들의 국토에 미국의 원자폭탄이 2번 투하되었고 일본 천황은 무조건항복을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 있는 일본인들은 이미 한국을 떠낫거나 시급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함께였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도 여기를 떠야지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네 아직까지는 이 섬에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으니 다들 조센징 놈들 귀에 안 들어가도록 조심하고 떠날 준비들을 하세” 일본인들은 환자들에게 안 들키도록 최소한의 인원만 교대로 노역 감시를 시키고 나머지 인원은 철수 채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눈칫밥 생활을 하는데 도가튼 환자들에게 그들의 변화는 훤히 보였다. 또한 그 틈을타 몰래 일본인의 라디오를 입수해 광복 소식을 접한 익수와 상민은 이제 거사를 치를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기다림의 끝이 온 것 같습니다.”
 “그래 드디어 때가 왔네 아직까지는 저들이 바로 뜨지는 못할게야 그러니 상황을 살펴보자고”
 
 1945년 8월 15일 조선의 모든 이들이 꿈꾸며 바라오던 독립이 된 날이다. 이 날은 사람취급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도 너무 큰 환희의 날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을 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기에 숨죽이며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8월 20일 23시, 일본인들은 환자들이 모두 잠에 깊이 빠져있다고 생각하고 야음을 틈타 철수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환자 모두의 눈과 귀는 열려있었고 24시가 되기만을 함성소리가 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24시, 익수와 상민을 위시해 몇 명을 중심으로 하여 함성소리가 났고 잠든 척을 하고 있던 병원의 모든 환자들이 나무 몽둥이와 삽자루, 곡괭이를 들고 그게 아니면 맨주먹을 꽉 쥐고 일어났다. 일본인들은 이 사태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만 할 뿐이었다. 이때 간호원장이 정신을 차렸다.  “모두 정신 차리고 무기를 들어요. 조선놈들은 맞아야 압니다. 보이는대로 다 쏴 죽여버려요.”
그때서야 일본인들은 각자 총과 일본도를 빼들고 환자들을 하나하나 죽이고 있었다. 환자들의 비명소리는 소록도를 메우고도 남았고 끊이지 않는 총소리와 살을 베는 칼 소리는 열대야가 기승한 한여름 밤에도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환자들도 알고 있었다. 총칼을 맨몸으로 부딪치는 것은 자살이라는 것을 많은 부상자와 사망자를 내고 그날의 소요사건은 그렇게 3시간 만에 종결되었고, 사망자를 포함해 본보기를 보여준다며 일본인들은 많은 이들을 죽였고 총 사망자는 84명에 이르렀다. 익수 또한 그중에 한명이었다. 다 죽어가는 익수의 옆에는 상민이 눈물을 흘리며 허탈하게 앉아있었다.
 “형님, 내방 침대위에 편지가 한통 있습니다. 나중에 나가게 되면 아니면 제 아들놈이 찾아오게 된다면 꼭 전해주세요. 마지막 부탁입니다.”
 “알았네, 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그렇게 하겠네”
상민은 익수의 손을 잡았고 익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수상소감

최성묵(소비자주거·2)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겠지만 글을 쓰면서 또 제출하면서도 당선될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막상 이렇게 당선이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부끄러운 얘기 일 수도 있지만 소설을 쓰기 전에는 한센병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문제 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쓰기 전에 한 일은 한센병에 대한 자료조사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병에 대해 환자들에 대해 처한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같은 아픔과 슬픔을 느끼는 같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한센인 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센병문화상이 해를 거듭해 많은 사람들에게 한센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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