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문화상 심사평
한센병문화상 심사평
  • 류양선(국어국문학과)
  • 승인 2012.11.30 05:06
  • 호수 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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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한센병 문화상’ 응모작품은 논문 1편, 시 16편, 소설 2편이었다.

 <한센병에 나타난 금기에 관한 고찰>은 한센병의 발생과 진행 그리고 치료에서의 금기를 살펴보고, 그것을 현재의 시점에 적용하고자 한 논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펴본 금기들이 통일성 있게 엮어지지 못하고 그저 이것저것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논문의 초점이 흐려져서, 그것을 현재에 어떻게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해지고 말았다.

 <그곳에서>는 영화 ‘울지 마 톤즈’을 보면서 받은 감동을 기초로, 한센인의 심적 변화를 한센인의 시점에서 쓴 시이다. 그러나 이 시는 ‘그’ - 고(故) 이태석 신부님 - 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여과 없이 드러낸 까닭에, 시적 자아의 감정이 절제되지 않아 시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말았다.

 <울지 마 우리> 역시 영화를 본 뒤의 감동을 그려낸 것으로, 영화가 끝난 직후 관객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잘 포착한 시이다. 영화관의 공간에 일렁이는 눈물과 감동의 물결을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 브라스 밴드의 반주 소리에 연결시킨 발상이 뛰어나다. 그리하여 ‘울지 마 톤즈’가 ‘울지마 우리’로 바뀌면서, ‘부드럽고 낮은 음성으로’ 말해진 ‘사랑’이 ‘음표’를 따라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삶의 노래>는 한센인의 눈으로 본 세상에 대해 쓴 시이다. 한센인이기에 오히려 별과 함께 살아 있다는 것을 오롯이 느끼는 데 비해, ‘그들’(한센인이 아닌 사람들)은 ‘냉동 고기’가 되어 생각할 줄도 모르고 삶의 ‘전율’을 느낄 줄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는 이런 시상을 지나치게 설명적으로 서술한 탓에, 시적 효과를 극대화시키지 못했다. 격려하는 의미에서 우수작으로 뽑았다.

 <통점>은 읍내에서 국밥집을 하며 아들을 키우던 어머니가 한센병의 발병으로 격리되고, 고모의 손에 자란 아들이 어머니의 살 내음을 그리며 어머니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건 진행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플롯이 너무 단순해서 결말이 뻔히 예상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 편지>는 ‘나’가 소록도에 얽힌 역사를 아들에게 전해주려고 하는 형식으로 쓰인 소설이다. 한센인들의 인권을 잔인하게 유린하던 슈호(周防正秀) 원장의 피살 사건과 해방 직후 발생한 한센인들의 비극적 희생은 소설이기 이전에 역사적 사실 자체이다. 작자는 이런 아픈 역사를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이 소설을 쓴 듯하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의 무게에 눌려 소설로서의 형상화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격려하는 의미에서 우수작으로 뽑았다.

 ‘한센병 문화상’은 한센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한센인이 아닌 사람들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한 것일 터이다. 비단 한센인 문제만 그렇겠는가? 모든 존재자는 그 자체로서 온전하다는 깨우침이 있을 때, 우리는 다수가 지닌 편견에서 해방되어 진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삶이 곧 사랑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감득(感得)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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