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도 미안한 당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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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1 이가현 기자
하지만 가끔은 ‘학보사에 들어와 취재를 하며 지내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사람들과 더 잘 지낼 수 있었을지도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신없는 학보사 일 때문에 자꾸 미뤄지는 친구들과의 약속도, 인간적으로 매력을 느껴 사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학생대표와 취재로만 만나야 하는 것도, 안 그래도 바쁜 시민단체들에게 자꾸 전화를 해야 하는 것도 슬프다.
이런 생각은 특히 취재로 만났던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더욱 머릿속에 맴돈다. 가끔 안부 인사를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 ‘이거 기사 쓰려고?’라고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땐 나도 웃으며 넘어가긴 하지만 사실 기분은 씁쓸하다. 나는 그저 ‘네가 요즘 뭐하고 지내는지’,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운지’가 궁금하다. 기사를 쓰기 위한 ‘의도’가 담긴 물음이 아니라, ‘취재원’에게 하는 물음이 아니라, 그냥 ‘당신’이 궁금하다.
혹시 내가 사람들한테 취재 때문으로만 연락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을까 염려된다. 혹시 기삿거리를 위해서 본인한테 인사하고 친해진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동안 속에만 담아뒀던 말을 꺼내게 되어 쑥스럽지만 그래도 제 맘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