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곡 트라우마, 다 같이 벗어나자

2018-06-07     오명진 기자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역 주변에 뽕짝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후보들은 외친다. “안녕하세요! 기호 0번 000입니다!!” 기호와 선거구, 이름과 소속 정당이 적힌 현수막도 보인다. 주민들의 민원제기라도 한 것일까? 예년보다 소리 크기가 좀 줄어든 듯하다.

사람들은 유권이라는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아무 표정 없이 후보자가 건네는 명함을 받거나 받지 않는다. 그 아무 표정이 무관심함을 나타내는 것인지 해당 후보자에 대한 거부를 나타내는 것인지는 당사자만이 안다. 하긴 생산적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받자마자 버리는 사람에게 주느니 다른 이에게 넘겨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수업 중 정치인들이 숙지해야 할 유권자 공략법 얘기를 얼핏 들었다. “지지자는 이미 확보됐으니 홍보할 필요 없고, 반대 세력은 입장 확고하니 홍보할 필요 없다. 그 중간에 있는 유권자를 공략해야 하는데, 이중에서도 정당에 대한 별 생각은 없지만 투표 의사가 있는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빅 데이터 시대에 못할 건 없다고 하였다. 과연 빅 데이터로 개인의 투표 의사를 분별해 내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이 방법이 캠퍼스 선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전국적인 선거이니 열기가 캠퍼스 선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내심 부러운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학교 학생으로서는 ‘경선이면 비교해서 뽑을 맛 나겠네’라는 마음일 테고 학보사 기자로서는 ‘경선이면 기사 쓸 맛 나겠다’와 같은 일종의 욕심이다. 이와 관련해, 밥을 먹다 학보사 기자에게 들은 엄청난 카더라가 있다. “성공회대학교는 투표 첫날 만에 투표율 80%를 찍는다”는 이야기. 우리 학교 바로 옆 학교인데 차이가 이렇게 크다.

학생들의 캠퍼스 정치 무관심, 혹은 일반 정치 무관심, 의욕 없는 학교생활, 학교 위치에 대한 회의감 등은 역곡 트라우마에 견주어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역곡 트라우마는 ‘서울도 아닌데’를 기본 전제로 깔며 모든 현상의 원인을 지역에 돌리는 것이다. 얼마 전 어떤 교수는 ‘역곡 트라우마’를 벗어던지라 하기도 했다.

유독 이번 학기에는 한 호에 특집 하나씩을 기획했던 듯하다. 그동안 가톨릭대학보는 ‘새내기를 위한’ 새내기 특집, ‘사회 흐름에 발맞춘’ 미투 운동 특집, ‘학생들의 관심 분야 중 하나인’ 취창업 특집을 취재해 보도했다. 그리고 이제 종강호다. 종강을 기념해 굵직한 기획 4개를 준비했다. 바로 축제, 지방선거, 페미니즘, 위안부 성노예 특집 기사다. 각 기사마다 수습기자들의 희망을 받아 배치하고, 정기자와 함께 취재하도록 하였다. 다음 학기를 위한 대비이자 경험 기회를 제공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소위 ‘될놈될 안될안(될 놈은 되고, 안될 놈은 안 된다)’이라 한다. 이를 방학을 앞둔 학보사 상황에 빗대어 보면 어떨까. ‘남놈남 갈놈갈’이다. 남을 놈은 남고, 갈 놈은 간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 임기로 생각하던 나도, 어쩌다 보니 다음 학기까지 맡게 됐다. 남을 놈은 남아서 열심히, 갈 놈은 어디에 가서도 열심히 하는 ‘학보 출신 기자’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